오늘만 무료

당신이 잠든 사이

글심은 멈추지 않는다

by박바로가

당신이 잠든 사이 / 박바로가


나의 운명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두 눈, 노란색으로 타는 두 눈

어둠은 나를 지켜주는 어머니


내 집 주변 나무에 써진 기호들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형문자들

나만의 질서, 우주 속 메세지들


어스름한 달빛이 별꽃을 비추면

그들은 어둡게 깔린 별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세레나데를 불러준다


그 노래에 잠을 깬 고구마잎벌레는

메꽃의 떨기 속에서 긴 하품을 한다

멀리서 과부인 무당거미의 한숨소리


누가 애타는 그 속을 알랴만은

밤새 떨어지는 이슬을 알알이 꿰매

사랑의 이부자리를 정성껏 짓는다


어디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담벼락을 올라타는 작은 생명체

즉시 소리없이 날라가 움켜준다


배고픈 허기를 채우고서야

깨어난 문자들은 내 머릿속을

휘저으며 나를 계속 재촉한다


달빛은 고요하고 물결은 일렁이는 밤,

나는 글자들을 정렬하면서

당신의 창가, 당신의 머리맡을 배회한다


당신은 낮의 수호자, 나는 밤의 전령사

그 사이 공간은 평행선을 그으며

어눌한 하늘로 숨죽인 채 날아오른다


당신이 잠든 사이...


#자작시 #자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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