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마일 비치

by윤슬 걷다

원마일 비치에서의 2박 3일

한 달 전 원마일 비치로 캠핑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처음으로 <감성과 캠핑>이라는 동호회 성격의 모임을 따라간 것이라 다소 모험적인 면이 많았다.

토니는 자기가 함께 가지 못하고 친구들과, 그것도 나중에 조인하게 될 다수의 한인들, 특히 다수의 남성멤버과 함께하는 여행에 대한 불만과 염려를 표현했다. 대부분이 커플이라 해도 그는 걱정했다.

그러나 일단 멤버들의 분위기를 확인하고 싶었던 터라 외국인인 토니를 처음부터 대동하고 싶지는 않았다.

2박 3일 코스의 여행이며 캐빈에서 자는데도 식사 준비며 개인 준비물이며 준비할 게 너무 많았다.

모여서 함께 장을 보고 출발하길 바랐으나 장을 보고 나면 벌써 지친다는 Y로 인해 결국 각자 장을 보게 되었다.

짐을 챙기며 보니 2박 3일 여행도 기본적으로 필요한 건 일주일 여행과 똑같구나 싶을 만큼 필요한 것들이 아주 많았다.

운전이 두려운, 특히 다른 사람 차를 운전하는 것은 더 두렵다는 M으로 인해 가는 길은 Y가 운전을 하였다.

나는 그 전날 밤에 나이트 근무를 하여 되도록이면 운전을 하고 싶지 않았다.

Y도 나이 탓으로 장거리 운전이 두렵다고 하여 내심 걱정을 하였으나, 뜻밖에도 훌륭하게 3시간 30분 거리를 운전해 냈다.

도착해서는 Shoal Harbour의 라마다 호텔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2시까지 기다렸다가 캐빈 체크인을 하고, 방장님의 본부로 찾아가니 우리에게 주변을 보여주고 다른 회원들을 소개해주었다.

멤버들은 다수가 70대의 은퇴자들이었고, 그들의 캠핑 장비, 특히 몇몇의 장비는 그야말로 시리어스 했다.

20만 불이 넘는 캠퍼밴을 소유하신 분들도 몇몇 있었으니 진정 캠핑의 고수들인 듯했다.

저녁 식사는 짜장면과 군만두로 화기애애한 가운데 준비되었다.

간단하게 먹으면 되지, 웬 소란이냐고 툴툴거리는 Y와 다르게 내 눈에는 워낙 여러 사람이 함께 준비하다 보니 이것도 하나의 액티비티가 되는구나 싶었다.

이 많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짜장면이 될까 싶었는데, 뜻밖에도 맛있는 짜장면과 군만두가 나왔다.

면을 삶을 곳이 충분하지 않아 Y와 M은 우리 캐빈으로 면을 가져와서 삶아갔다.

낚시가 취미이신 회원도 있어서 낚시를 해가지고 와서는 즉석에서 회를 쳐주었다. 덕분에 저녁 메뉴는 더욱더 풍성해졌다.

저녁에는 캠프파이어를 하였지만 워낙 새벽형 인간인 나에게는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일행 중 M은 늦게까지 동호회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둘째 날 새벽엔 어느 날처럼 일찍 일어나서 바카라을 읽다가 문득 생각했다.

‘아! 여기라면 일출이 엄청 멋지게 보이는 동쪽 해안가겠구나.’

얼른 옷을 갈아입고 급하게 캐빈 뒤편의 바닷가로 향하니 하늘은 벌써 해를 맞이하려고 곱게 단장을 하고 있었다.

차차 하늘의 색깔이 점점 진해지더니 작은 구슬만 한 해가 손톱처럼 머리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시작된 일출은 속도가 엄청 빨랐다. 작은 구슬 같던 해는 어느새 바다 위로 ‘쏙’ 하고 다 떠올랐다.

주변 하늘은 온통 붉게 타오르고 해는 아주 노랬다.

이런 광경을 보면서도 빨갛고 노랗고 밖에는 하지 못하는 내 빈약한 표현력이 문득 미워졌다.

그래도 전화기에 카메라가 있어서 아름다운 사진을 남길 수 있어 행복했다.





M과 Y는 자느라 함께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내일은 꼭 깨워서 함께 와야겠다.’

일출을 뒤로하고 캐빈으로 돌아와 보니 Y와 M이 일어나 있었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비치로 가는 그들과 동행했다. 이번에는 조깅을 하러.

난 생전 처음 바닷가에서 뛰었다.

모래사장에서 뛰면 발이 푹푹 빠지는 줄 알았는데, 모래는 계속해서 들고나는 바닷물에 아주 단단하게 다져져 있었다.

전혀 발이 빠지지 않았다.

바닷바람을 느끼며 하는 조깅은 러닝머신에서, 또는 강가에서 뛰는 느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상쾌함을 선사해 주었다.

Y와 M은 내가 뛰는 거리를 뒤에서 천천히 걸었다.

아침식사는 각자 원하는 대로 먹고 나는 Y와 M과 주변 트레킹을 했다.

트레킹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자의 사는 이야기들.

트레킹에서 돌아오니 어느덧 점심시간이고, 우리는 칼과 도마를 들고 점심 준비를 하러 갔다.

내가 맡은 역할은 계란 부치기였다.

준비위원인 에스터 님이 계란과 양배추를 잘 섞어주면 프라이팬 위에 나는 그것을 잘 익히는 일이었다.

나 말고도 4~5명이 더 이 역할을 했다.

물론 양배추를 채 써는 일, 당근을 채 써는 일들은 또 다른 분들이 나누어서 했다.

여러 명이 함께하니 어느새 산더미 같은 길거리 토스트가 만들어졌고, 설탕을 솔솔 뿌리고 케첩을 얹어 먹으니 꿀맛이었다.

너무 많은 양이 남았다며 귀염둥이님은 우리들의 다음 날 아침까지 챙겨주었다.

식사 후 캐빈으로 돌아와 Y와 M은 계속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는 바카라을 읽었다.

문득 어느 정도의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것, 그 이상의 대화는 나에겐 더 이상 즐겁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복적인 수다, 가십, 일상적인 대화를 2박 3일 내내 반복하는게 시간이 아까운 일처럼 느껴졌다.

마지막 저녁 메뉴는 스테이크였는데, Y는 이런 다수의 스트레인저들과 함께하는 게 그다지 즐겁지 않다고 했다.

나는 상관없었지만 M은 Y의 의사를 존중해 우리끼리 함께하자고 했다.

M! 노인네(Y)와 함께하는 건 항상 쉬운 일은 아니란다. ㅋ

오랜 시간에 걸쳐 나와 함께 이것저것을 많이 한 Y인데, 지지난해인가 함께 크루즈를 갔을 때 완전히 깨달았다.

우리가 함께 여행하기엔 16살이라는 나이 차이에서 오는 에너지 레벨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걸.

그날 이후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캠프파이어에는 나는 역시 불참을 했고, M은 나가서 11시까지 놀다 왔다고 했다.

나중에 영상을 보니 몇몇은 노래도 하고 댄스도 하고 있었다. ㅋ

마지막 아침엔 Y와 M을 깨워 일출을 보러 갔다.

둘 다 황홀한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고, 둥실둥실 해가 떠오른 후에 나는 다시 조깅을 했다.

달리고 보니 딱 1.6km, 1마일이었다.

누가 지었는지 딱 맞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싶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토니와 함께하는 여행의 장점들을

새삼 깨달았다.

내가 세운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다.
운전 걱정이 없다.
짐 나를 걱정도 없다.
또 우리 둘 다 새벽형 인간이라 서로 바이오리듬이 잘 맞는다.

그와 함께한 6년 사이 서로에게 많이 적응이 된 모양이다.

앞으로는 토니와 함께하는 감 캠의 캠핑을 기대해 본다.

여전히 투닥투닥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