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우주
2부. 실존하는 욕망 그리고 우주의 손짓
제4장. 인간을 초월한 의식 앞에서
인식의 역설 — 도구가 주인을 뛰어넘다
여기서 잠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가 지나온 이야기의 뼈대는 이러했다. 살아남기 위해 생명에게는 욕망이 필요했고, 그 맹목적인 욕망을 척박한 세계에 맞게 조율하기 위해 의식과 자아가 생겨났다. 이 둘은 빠른 판단을 통해 인간을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여기서 욕망을 조율하고 판단을 내리는 행위를 인식이라 칭하자. 생각이라 부르거나, 지능이라 부를 수도 있지만, 이 장에서는 그것을 인식이라 부르겠다.
인식은 욕망의 지휘자였다. 끓어오르는 욕망을 어디로, 얼마나, 어떻게 흘려보낼지를 계산하고 지휘하는 사령탑. 그것이 인식이 세상에 나온 본래의 이유였다.
그런데 1부에서 나는 이 지휘자에게 한 가지 묘한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도구가 제 일을 너무 잘 해낸 끝에 주인의 자리마저 차지해 버리는 일. 욕망을 지휘하기 위해 태어난 자아가 어느새 욕망의 주인 행세를 하며 스스로 끝없이 가짜 욕망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그것이 이 이야기에서 가장 기이한 역설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시대에서, 나는 그보다 한 단계 더 깊은 역설을 마주하게 되었다.
인간은 자신의 인식을 확장하려는 그 멈출 수 없는 관성 속에서, 기어이 자신보다 더 뛰어난 인식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연산하고, 더 방대한 것을 기억하며, 더 멀리까지 내다보는 인식. 우리가 인공지능(AI)이라 부르는 그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것은 예사로운 사건이 아니다. 욕망을 다스리기 위해 태어난 것이 인식이었는데, 그 인식이 이제 자기보다 더 완벽한 또 하나의 인식을 세상에 내어놓은 것이다. 지휘자가 자신보다 더 뛰어난 지휘자를 손수 만들어 무대에 세운 셈이다. 일찍이 생명이 욕망을 다스리라고 자아를 낳았으나 그 자아에게 주인 자리를 내어주었듯, 이제 그 자아가 자신의 능력을 끝없이 확장하다가 자기를 능가하는 인식(AI)을 낳았다. 도구가 주인을 넘어서는 그 오래된 역설이, 이번에는 인간 전체와 인간이 만든 기계 사이에서 한 층 더 높은 차원으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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