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말없이도 가장 깊은 인사를 건넨다
- 게리 로우리스 <그들이 말을 건네면>, Earth Prayers from Around the World, HarperSanFrancisco, 1991 -
대지가 노래를 부른다는 말.
처음에는
조금 낯설게 들렸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너무 오래
자연의 목소리를 잊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
숲길을 걸었다.
초록은
계절을 가득 품고 있었고,
바람은
나뭇잎 사이를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길 한쪽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문득
안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다.
사람도 아닌 나무를
왜 안고 있을까.
하지만
두 팔을 벌려
나무를 감싸 안는 순간,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내가
나무를 안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나무가
나를 안아 주고 있었다.
멀리서 바라본 나무는
껍질이 거칠어 보였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몸을 기댄 나무는
신기할 만큼 따뜻했다.
수십 번의 여름을 견디고,
수십 번의 겨울을 지나온 시간이
그 몸속 깊이
조용히 흐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날 처음 알았다.
나무에게도
두 팔이 있다는 것을.
말은 없지만,
묵묵히 누군가를 품어 줄 줄 아는
커다란 팔.
바람이 불어오면
나뭇잎은 흔들렸고,
햇살이 내려오면
줄기는 묵묵히 빛을 받아냈다.
그 모든 시간이
나를 향한
조용한 인사처럼 느껴졌다.
숲에서는
아무도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았다.
바람은
나뭇잎을 스치며 이야기했고,
햇살은
초록 위에 조용히 내려앉았고,
새들은
아침을 노래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작은 소리들이
도시의 수많은 말보다
더 또렷하게 들렸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말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자연은
말하지 않고도
가장 깊은 이야기를 건넨다.
천천히 자라는 법.
조용히 견디는 법.
때가 되면
잎을 놓아주는 법.
그리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서도
누군가에게 그늘이 되어 주는 법.
숲을 나설 무렵,
달라진 것은
숲이 아니었다.
나였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내 안에서는
조금씩
나무 한 그루가
자라기 시작했다.
서두르지 않는 마음.
흔들려도
뿌리를 잃지 않는 마음.
말보다
그늘을 먼저 내어주는 마음.
그런 마음에는
바람이 지나가고,
햇살이 머무르고,
새들이 쉬어갈 자리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