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와 시간을 나누는가
사람은 홀로 자신을 만들지 못합니다. 곁에 둔 이들의 흔적 위에서 조금씩 모양을 갖춥니다. 누구와 일상을 나누는가에 따라 삶의 방향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달라집니다. 주변 사람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앞날이 어렴풋이 보이기도 합니다. 머무는 자리의 공기가 결국 사람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혼자서 완성되지 않습니다. 타인과 부딪히고 스며들며, 그 사이에서 비로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닮고 싶은 이를 가까이 두십시오. 말투 하나, 태도 하나가 오래 남습니다. 좋은 인연은 마음을 또렷하게 하고, 불편한 관계는 생각을 흐리게 만듭니다. 도움을 받는 일을 망설일 필요는 없습니다. 모르는 것은 묻고, 부족한 것은 채우면 됩니다. 고마움은 각자의 방식으로 돌려주면 충분합니다. 서로의 빈틈을 메우는 관계는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스스로 한계를 정해 두지 마십시오. 사람은 서로를 비추며 자랍니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삶의 깊이는 달라집니다. 자신보다 넓은 사람을 받아들이고,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편히 머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십시오. 곁은 장소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누구와 함께 서 있는가에 따라 삶은 전혀 다른 쪽으로 흘러갑니다.
문을 닫고 마주 앉은 날이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시선은 바닥에서 쉽게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한참 뒤에야 겨우 꺼낸 말은 짧았습니다. “곁에 두었는데, 제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완벽해 보이려 애쓸수록 사람은 더 외로워집니다. 오히려 부족함을 드러낼 때 관계는 비로소 숨을 쉽니다. 무엇을 줄 수 있느냐보다, 누군가가 들어올 자리를 얼마나 남겨두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비어 있는 자리가 있어야 사람이 머뭅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일 때보다, 서로의 빈자리에 머물 수 있을 때 사람은 제 모습을 찾습니다. 당신이 남겨둔 그 자리는 지금 누구와 이어져 있습니까. 한때 곁을 잘못 둔 적이 있습니다.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던 시기였습니다. 겉으로는 따뜻해 보였지만, 그 안에서 생각은 흐려졌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원래의 모습에서 점점 멀어졌습니다. 사람은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습니다. 천천히, 눈에 띄지 않게 자신을 잃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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