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법, 삶을 지탱하는 다섯 기둥

by정성균

오늘은 2026년 4월 19일, 음력으로 삼월 삼짇날이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와 처마 밑을 바쁘게 오가고, 사람들은 그 작은 날갯짓에서 계절의 귀환을 확인하던 때다. 그러나 오늘의 하늘은 유난히 고요하다. 들려와야 할 소리는 끝내 닿지 않고, 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 있다. 처마 끝. 아무것도 없다.


눈길이 그 빈자리에 묘하게 오래 머문다. 무엇이 떠난 뒤 남겨진 시간의 흔적이 그곳에 걸려 있다. 눈에 보이는 결핍보다 깊은 것은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설명되지 않는 공백이다. 이유를 찾으려 할수록, 공허는 더 또렷해진다. 낯설게도.


사라짐은 흔히 대상이 없어진 상태로 이해되지만, 눈을 돌리면 다른 면이 드러난다. 터전이 서서히 흐려지는 동안 생의 움직임은 그 자리에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한다. 제비의 행방 역시 그러하다. 머물 수 있는 조건이 무너진 뒤에야 비로소 방향을 바꾼다. 떠남은 사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오래된 균열이 쌓인 끝일뿐이다.


자리를 따라 움직이는 것들. 머물 곳이 흐려지면 이별이 이어진다. 마음 역시 같은 흐름을 따른다. 돌봄이 끊긴 공간은 낯선 기준과 욕망으로 채워지고, 주인 없는 생각들이 드나들며 방향을 흔든다. 오래 비워둔 마음속은 결국 내가 아닌 것들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그 안에서는 무엇을 선택해도, 어쩐지 중심이 계속 흔들린다.


그럼에도 계절은 흐른다. 발밑에는 제비꽃이 피어 있고, 조팝나무는 하얀 숨결 같은 기운을 드러낸다. 돌아오지 않은 것에 시선을 두면 마음은 쉽게 멈춰 서지만, 이미 도착한 것을 바라볼 때 흐름은 다시 이어진다. 눈길이 머무는 곳에서 계절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질문은 여기서 선명해진다. 우리는 왜 스스로에게 실망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가.

어느 날, 해야 할 일을 끝내지 못한 채 하루를 마쳤다. 시간은 충분했고 계획도 세워두었지만, 아무것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바카라상 위에는 시작만 된 일들이 흩어져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였지만, 끝내 손이 가지 않았다. 의자에 앉았다가 다시 일어나는 동작이 몇 번 반복되었다. 바카라상 모서리에 손등이 닿았고, 종이 한 장이 미세하게 밀렸다. 시계 초침은 같은 자리를 맴돌며 시간을 잘게 쪼개고 있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피로만 무겁게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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