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결정과 후회를 견디는 힘에 대하여
나는 오랫동안 좋은 선택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좋은 회사를 선택하고, 좋은 사람들과 일하며,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다행히도 내 삶은 내게 꽤 좋은 운을 허락해 주었다. 중요한 순간마다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었고, 내 능력을 초과한 좋은 결과들이 따라왔다. 설령 조금 부족한 선택을 했더라도 어떻게든 새로운 길은 다시 열렸다.
그래서 난 믿었다.
성공을 위해서는 좋은 선택을 하도록 만 노력하면 되고,
이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경영의 현장에 오래 머물며, 조직을 이끌고, 사업의 방향을 정하고, 사람을 평가하고, 때로는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주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에 서게 되면서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선택은 답을 찾는 일이 아니었다.
선택은 포기하는 일이었다.
우리는 흔히 선택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선택은 훨씬 잔인하다.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 우리는 동시에 다른 가능성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성장을 선택하면 안정의 일부를 포기해야 하고, 속도를 선택하면 완성도의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 사람을 지키려 하면 성과가 흔들리고, 성과를 밀어붙이면 누군가의 마음이 다친다. 신중하게 기다리다 보면 기회를 잃고, 앞장서서 치고 나가다 보면 실수의 가능성이 커진다.
강공으로 갈 것인가.
스퀴즈로 갈 것인가.
현장의 리더들은 매일 그런 선택 앞에 선다.
오래전, 나는 경직된 상대평가 시스템 안에서 사업본부장으로 일한 적이 있다.
우리 본부의 팀장들은 모두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상대평가 제도 안에서는 누군가는 반드시 낮은 평가를 받아야 했다. EX가 한 명 나오면, D도 한 명 나와야 했다.
마침 한 팀장은 출산휴가에서 복귀한 상태였다. 당해 연도의 평가가 실제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황이었다. 나는 여러 고민 끝에 그 팀장을 D로 평가하고, 다른 팀장을 EX로 결정했다.
당시에는 그것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충분히 설명했고,
사전에 대화도 했고,
조직의 상황도 공유했다.
나는 시간이 지나며 그 일을 잊고 살았다.
하지만 10년이 훨씬 지난 뒤, 그 팀장에게 그 평가는 여전히 깊은 상처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사람은 자신이 얻은 것보다, 포기했던 것을 더 오래 기억한다는 사실을.
그 팀장은 조직을 위해 자신의 희생을 받아들였고, 주변 사람들 역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뒤에도 마음속에 남아 있던 것은 ‘이해 받았던 기억’보다 ‘포기 당했던 기억’에 더 가까웠다. 나는 그 선택을 다시 떠올리며 오랫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미안했다.
이처럼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는 분명 최선이라고 믿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포기했던 선택들이 다시 살아나는 경우가 많다. 선택하지 않았던 길이 더 좋아 보이고, 내려놓았던 옵션들이 마음속에서 다시 말을 걸기 시작한다. 자다 가도 한 번씩 그 기억들과 대화를 한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리더들은 종종 그 질문 속에서 스스로를 무너뜨린다.
사람들은 쉽게 이야기한다.
“왜 그렇게 결정했습니까?”
“그때 다른 방법도 있었잖아요.”
“조금 더 기다렸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실제 결정의 순간에는 아무도 미래를 알지 못한다.
리더는 늘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선택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결정은 정답과 오답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얻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의 문제에 더 가깝다.
나는 수많은 리더들을 만나왔다.
겉으로는 침착하고 단단해 보였지만, 그들 역시 선택과 결정 이후의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좋은 결과가 나오는 때 조차도, 마음 한편에는 놓친 기회와 떠난 사람들에 대한 회환이 남아 있었고,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오면 그 선택은 곧바로 자기 비난의 불씨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후회가 남았다고 해서 그 선택이 틀린 것은 아니다. 아쉬움이 생겼다고 해서 실패한 결정인 것도 아니다. 선택에는 언제나 얻은 것과 잃은 것이 함께 들어 있다. 우리가 포기했던 선택 옵션의 흔적을 계속 붙잡고 비교할수록, 상처는 더 커진다.
지금부터의 글은 완벽한 선택을 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완벽한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글이다. 그리고 그 불완전한 선택 이후에도 스스로를 무너뜨리지 않고, 다시 다음 선택의 결정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글이다.
리더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
누군가는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을 결정하는 사람은 반드시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
그것이 리더의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