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에서 아무도 질문하지 않던 날

리더의 말이 조직을 만든다.

by삐재

회의실에서 아무도 질문하지 않던 날


한때 나는
회의가 조용하고 빨리 끝나면

좋은 회의라고 생각했다.


반박도 없고,
토론도 길지 않고,
내가 말하면 모두 메모했다.


정리된 회의라고 믿었다.


임원이 되고,
결정의 자리에 앉고,
사람들이 내 말을 기다리기 시작했을 때도
나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회의가 길어지면 내가 정리했다.
방향이 흔들리면 내가 결론을 냈다.
사람들이 망설이면 내가 답을 말했다.


회의는 빨리 끝났다.

나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중요한 프로젝트 회의에서
내가 십 분 넘게 설명한 뒤 물었다.


다른 의견 있습니까.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모두 자료를 보거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동의해서 조용한 것이 아니라,
이미 끝났다고 느껴서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많이 말한 것이다.


사람들은 의견을 낼 타이밍을 잃었고,
질문할 이유를 잃었고,
굳이 생각할 필요도 잃었다.


회의는 끝났지만
사고도 함께 끝났다.


그날 이후
나는 회의에서 말을 줄이기 시작했다.


대신 먼저 물었다.


당신 생각은 무엇입니까.
우리가 놓친 위험은 무엇입니까.
반대 의견은 없습니까.


처음에는 어색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내 표정을 살폈고,
내가 답을 줄 것이라 믿고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달라졌다.


누군가는 숫자를 들고 왔고,
누군가는 다른 대안을 제시했고,
누군가는 내 판단에 반대했다.


그때 알았다.


조용한 회의가

좋은 회의는 아니다.


질문이 있는 회의가
살아 있는 회의다.


리더가 말을 줄이면
그때 회의가 비로소 시작된다.


한 줄 기준

아무도 질문하지 않는 회의는
정리된 회의가 아니라 멈춘 회의다.


작가의 이전글선택은 포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