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by김별

치매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업보일지

평생 입 야물게 살아왔던 고모가

90% 정신줄을 놓았다


동갑내기 사촌의 젖은 목소리

요양원에서도 왕따란다


쉬지도 않고 했던 얘기 또 해대니

룸메 할매의 서슬 푸른 고함에

구석으로 내몰려 쪼그라든다


바람난 남편의 핏줄까지

거둔 모진 세월

신줏단지 같던 큰아들

이름마저 지웠는가


앙금 같은 서운함도

타 버렸는 지

아들을 찾지도 않는다


백 년도 못 살고 가는 인생

저렇게 몸은 살았으면

뭐 하나

지난 시간 돌이켜 갈무리하듯

매듭 하나 짓지 못하는 생이라면

실로 허망하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치매라는 형벌 앞에

속수무바카라 무너지는

저 인생이


(사진설명 ~해양공원 다리 불빛이 색색갈 바뀌어가며 화려하다.

유월이라도 선선한 일욜밤 사람들로 북적인다.

바다위 불빛을 보니 깜박이는 고모의 정신상태가 더 서글프게 느껴졌다)




어제 산바카라을 하면서 고모딸인 사촌과 통화했다.

둘째 딸이 요양원을 하는 원장 엄마인데도 치매니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큰 딸인 사촌이 가면 하루 종일 있다 오는데 마치 동물의 왕국처럼 내몰리더란다.

그렇게 총기 있어 주전자에 곗돈을 넣어 버스 타고 다니며 산통을 해서

오 남매를 키워냈던 그 힘은 다 어딜 갔는지.

바람난 고모부한테 해 댈 때는 그렇게나 기고만장하면서도 데려온 딸까지

부끄럽지 않게 엄마 소리 들으며 잘 키웠다.

남편대신 큰 아들을 애지중지하면서 키웠는데 저렇게 무너지다니 인생 허망하다.


사촌왈 우리도 나중에 돈이 있든 없든 자연스럽게 요양원 가는 코스일 건데

치매 올까 봐 걱정된다 하는데

나는 정신줄 놓으면 구박받는 것도 어차피 모를 텐데 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