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BABU STAY OSAKA
무인호텔 체크인.
열쇠도 없다
직원도 없다.
앱 하나 들고
비번 몇 개 외우니
문도 열리고
엘리베이터도 움직인다.
이제는 디지털 문맹 되면
문 앞에서도 미아 되겠구나.
눈치껏 스마트하게,
앞으로 익혀야 할
신인류의 여행법
오오~ 오사카!
부산 국제시장에
전광판 백 개쯤 더 붙여놓은 듯.
거리는 온통
거대한 꽃게와 용틀임 간판.
먹어라!
마셔라!
간판들이 목청껏 외친다.
과연,
먹다 망한다는
대판(大阪)의 혼
쿠시카츠 집 앞.
줄도 길고
배도 고프다.
자리값까지 톡톡히 내고
마지막 한 석으로 비집고 들어가
새우, 양파, 고구마, 아스파라거스...
고르다 지쳐
결국,
"대충 다 주세요."
바삭한 꼬치튀김을
종류별로 연신 입에 넣는 즐거움.
쿠시카츠 꼬치요리 종류별
도구야스지 그릇 거리.
사무라이 조상님들이 쓰던 칼이
번쩍번쩍 눈을 부신다.
생선 한 마리 잘못 걸리면
순식간에 회가 될 듯.
호젠지 골목.
이끼 낀 초록 불상에
물 한 바가지 끼얹고
오코노미야키,
야키소바.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간다.
생맥 나마비루 두 잔,
하이볼 한 잔.
소화제는 나중 문제.
금강산도 식후경,
오사카는
더더욱 식후경
호젠지골목과 철판요리
도톤보리 다리 위.
글리코 아저씨는
오늘도 두 팔 벌리고 뛰고 있다.
사람들은 이유도 모른 채
일단 사진부터 찍는다.
나도 찍는다.
타코야키.
겉은 부드럽고
속 반죽은
혀를 데일 듯 뜨겁게 흘러내린다.
후후 불며 먹다가
문득 깨닫는다.
원조 타코야키 맛보지 않고 돌아가면
그건 오사카에 대한 직무유기.
"아, 이 맛에 오사카 오는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다리 위에서 타코야끼 먹기
마트에서
아침용 벤또 도시락 사고,
스시 사고, 회 사고.
살면서 생전 안 하던
한밤의 야식 파티.
오늘 하루 걸은 칼로리는
모두 원상복구.
그래도
오사카의 밤은
지칠 줄을 모른다.
하루 종일
발광(發光 아닌 發觀光)하던 발바닥에
아들이 냉장 보관한
'휴족시간'을 붙여주니
뜨겁던 발은 천국 입장.
결국,
먹다 망해도 좋은 밤.
배부른 미소 안고
기분 좋게
꿈나라로 체크인~!
여행 내내 효도상품이었던 휴족시간
*호젠지 골목~오사카 난바 도톤보리의 화려한 번화가 바로 옆의 옛 일본의 고즈넉한 정취를 만날 수 있는 80m 길이의 돌바닥 골목길
*도톤보리 글리코 간판~ 1935년 이후 오사카의 대표간판이자 랜드마크. 달리는 남자(글리코맨)가 양손을 번쩍 들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역동적인 모습으로 유명 제과 회사의 광고인데 LED 화면으로 되어 있어 시간에 따라 배경이 바뀐다
*휴족시간~지친 발과 다리에 냉각 효과를 주어 피로를 풀어주는 쿨링시트로 일본 마트 어디서나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