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유치한 허구의 이야기
모든 말을 듣고 모든 말을 등지고 걸었다. 말을 통한 마음을 짊어짊과 동시에 그 자리에 말들은 두고 걸음을 옮겼다.
위로의 말들이었고, 충고의 말들이었고, 기대의 말들이었다. "괜찮을 거야"라는 말, "이렇게 해봐"라는 말, "너라면 할 수 있어"라는 말. 그것들은 모두 진심이었지만, 그 진심들이 내 발을 묶고 있었다. 각각의 말은 길이었고, 동시에 울타리였다.
"네가 행복하면 그걸로 됐어." 그 말은 자유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행복을 의무로 만들었다. "진리는 의심하는 자에게만 온다." 그 말은 지혜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확신을 죄악으로 만들었다.
하나하나가 옳았고, 하나하나가 나를 가두었다.
말들은 방향을 제시했지만, 정작 내 방향은 없었다. 말들은 답을 주었지만, 정작 내 질문은 묻히고 있었다. 나는 말들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아니, 말들이 곧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길 없음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말들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말들 자체를 짊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길잡이가 아니라 짐이 되어버린 말들. 나는 그 말들의 무게로 주저앉을 뻔했다.
그래서 걸었다.
말들을 이해하되 따르지 않고, 말들을 기억하되 붙들지 않고, 말들을 존중하되 굴복하지 않고. 말은 무거웠지만 걸음은 가벼워졌다. 말없음이 새로운 언어가 되어가고 있었다.
길은 좁았다. 뒤에서 말발굽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걸었다. 보이지 않음은 무지가 아니라 가능성이었다. 길 없음은 길 없음이 아니라 모든 방향으로의 길이었다.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어디로 가는가?"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대답은 또 다른 말이 되고, 말은 또 다른 방향이 되고, 방향은 또 다른 제한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걸을 것이다.
말들이 만든 세계 밖으로, 말들이 그은 경계 너머로.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곳에 내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말로 만들어진 내가 아니라, 침묵과 걸음으로 만들어지는 나.
발걸음 하나하나가 질문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답은 또 다른 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한 걸음 더 내디뎠다. 질문하되 답하지 않고, 찾되 도착하지 않고, 되되 완성하지 않는 것이 선택한 길이었다.
말을 등지고 걷는다는 것은 말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었다. 말의 무게를 알되, 말에 짓눌리지 않는 것이었다.
말의 방향을 보되, 말의 포로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걸었다.
뒤에는 말들이 남아 서성이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옳고, 여전히 진심이고, 여전히 필요하다.
다만 이제 그것들은 내 앞길이 아니라 지나온 풍경이 되었다.
앞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없음 속에서, 비로소 시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