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는 언제 탈까?
노동절에 애들아빠가 쉰 적도 진짜 오랜만이다.
아이들 태어나기 전에도 흔치 않았던 것 같은데, 아이들이 만3세가 된 올해 노동절, 드디어 애들아빠가 쉬었다. 사실 쉬는날이 온전히 쉬는날은 아니었지만... 하하.
며칠 전부터 애들아빠한테 말했다. 모처럼 근무없는 노동절인데 애들 데리고 아침 일찍 동물원에 다녀오자고.
우리집은 아이들과 어디 먼 곳으로 다닌 적이 정말 없다. 아이들이 40개월이 되었는데 그 흔한 일본 아니 제주도 한 번도 안 다녀왔다. 심지어 첫 호캉스를 시도했던 20개월에도 호텔은 구 밖이 아닌 구 내에 있는 모 호텔이었다. 그마저도 '아, 이건 호캉스가 아니라 몇십만원짜리 극기훈련이다' 싶은 공포감에 체크아웃을 오전 8시도 안돼서 했었다. 택시타고 5분 걸렸나? 집에 도착해서야 집이 최고라며 안도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호캉스는 아이들에게 최고의 자극이었을 것이다. 테마가 있는 방으로, 아이들이 그 시기에 노랗고 귀여운 피카츄를 좋아해서 피카츄네 집에 놀러가자고 하고선 데려갔는데, 야야가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피카츄와 친구들이 너무 좋았는지 그 작은 몸으로 침대를 기어올라 몇 번이고 쿵 떨어졌다. 그래서 애들아빠랑 말다툼도 하고, 애들을 결국 침대 밑 바닥에서 겨우 재우고.. 난 그날 밤 한 시간도 자지 못했다.
그 다음날 아침 빨리 그 호텔방을 탈출하자고 애들아빠와 결단을 내리고, 아이들을 더 이상 침대에서 떨굴 수 없어서 난생 처음 티비도 잠깐이지만 보여주었다.
아이들에게 20개월의 호캉스는 뭘로 기억남을까? 기억 못 할수도 있겠지만 기억한다면 상당히 도파민이 가득했던 장소로 기억하지 않을까?
며칠 전, 아이들 상담차 어린이집에 방문했다.
선생님께서는 꼼꼼하게 아이들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그 중, 상담 끄트머리 즈음 해주셨던 말씀이 참 감사했다.
"우리 반에서 야야와 냐냐가 가족 이야기를 할 때 제일 표정이 밝아요. 주말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앞에 나와 발표하는 시간이 있는데 야야와 냐냐가 늘 제일 먼저 나와서 발표하려고 하고, 발표할 때 정말 행복한 표정으로 가족 이야기를 해요. 그걸 보고 듣는 제가 다 행복한 거 있죠? 사실 교사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아이들이 가정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따로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웬만큼은 다 보이는데, 야야와 냐냐는 정말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 많이 받는 것 같아 제가 너무 감사해요."
그 어떤 말씀보다도 가장 감사한 말씀이었다.
냐냐는 아주 자주 표현한다. 세상에서 '우리가족'이 제일 좋다고. 내가 아이들에게 '너희들' 이라고 자주 호칭하니까 냐냐가 본인들을 칭할 때 '너희들한테 줄거야?' 라는 식으로 깜찍한 오류(?)를 늘 내곤 하는데, 가족을 칭할 땐 똑부러지게 늘 '우리가족'이라고 한다.
야야는 냐냐만큼 드러내어 표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엄마아빠에게 수줍고 나긋하게 "사랑해요" 라고 종종 말하며 얼굴을 부빈다.
그렇게 가족을 좋아라하는 아이들은 며칠 전부터 가족이 다 같이 동물원에 가는 5월1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거주하는 구를 벗어나...! 바로 옆 구에 있는 동물원에 다녀왔다. 처음 가 본 동물원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엄마아빠와 함께 가는 동물원은 아이들에게 처음이었다.
며칠 전부터 동물원을 기대하는 아이들에게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은 더 편하게 쉬고 먹고 자고 싶어할거야. 그러니 동물들을 보면 '안녕, 고마워' 라고 해줘." 라고 말해줬는데 그건 잊은 것 같고, 10시쯤 도착한 동물원인데도 생각보다 더 많은 인파가 있어 압도당한 것 같았다. 표정은 살짝 얼어 있었지만 호기심 가득한 눈빛이 사랑스러웠다.
동물원을 꽤 크게 한바퀴 돌고 돌아가면서 엄마가 좋아하는 계란후라이 꽃(=봄망초)도 잔뜩 눈에 담고, 왕개미가 애벌레를 끌고 기어가는 모습도 보고,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며 사진도 찍고. 기특하게도 알록달록한 풍선들, 솜사탕들을 보고도 사달라고도 안하고 쥐어준 막대사탕만 아껴 물었다.
아이들은 오늘 가족과 함께한 동물원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새겼을까? 아까 잠들기 전에 동물원에서 어떤 동물들을 봤는지 같이 이야기했는데 꽤 많은 동물들을 나열해서 놀랐다. 사람들이 많아서 불편해서 잘 안 보는 줄 알았는데 잘 보고 왔구나.
내일은 소아과에 갔다가 동네 놀이터에서 모래놀이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낮잠 잔 이후에는 또 집앞 공원에서 숨바꼭질을 하며 놀겠지. 모레 오전엔 주일학교에 갈 것이고, 그날 오후엔 엄마아빠랑 식사 후에 쌩쌩이를 타겠지.
한때는 이렇게 단조로운 주말이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그래서 무리해서 어딜 데려가볼까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어느 날, 놀이터에 못 가는 아쉬움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냐냐에게 야야가 "우리 집에 가서 블록으로 놀이터 만들어볼까?" 라고 하는 걸 보고 깨달았다. 아, 아이들은 가장 익숙한 환경에서 무한한 상상을 펼칠 수 있구나.
그때부터 나는 아이들에게 뭔가를 더 해주고, 재미를 찾게 해주는 걸 의도적으로 안 하고 있다. 요즘엔 티비도 다시 안 보여주고 있다. 심심하면 엄마를 찾을테고, 그러면 같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깔깔깔 웃을테고. 말하기가 귀찮으면 냅다 간지럽혀도 재밌어하고. 그냥 그런 시간들이 좋다.
엄마도 가족이 세상에서 제일 좋단다.
원래도 좋았는데, 지금은 더더더 좋아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