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꽃을 사랑하고 꽃 피우는데 장인이다. 좁은 시골집에 수국, 장미, 국화 선인장까지 장미꽃 다 국화 뭐든지 길가에 피면 유심히 살펴보고 집에서 키운다. 아무리 죽어가는 식물도 엄마 손 안에서는 싱싱하게 피어난다. 그리고 그 꽃을 엄마는 한 장, 한 장 크레파스로 그렸다. 잠이 안 와서 그렸다고 하지만 내 눈에는 그 어떤 꽃보다 더 예쁘게 그렸다. 내가 그림 솜씨가 있는 건 엄마를 닮아서란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아버지를 닮아서 내 손재주가 많구나 생각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엄마의 모습을 보며 내 재주의 90%는 엄마를 닮아서였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는 꽃을 사랑하고, 자식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한다. 친구를 좋아하고 예의가 과하게 바르다,
. 그런 엄마가 주체할 수 없는 화가 폭발하면 아무도 못 말린다. 시야가 좁아지는 만큼 엄마 마음이 좁아지고 있는 것 같아 딱하다.
내가 퇴원하고 대전에 왔을 때 수목원에 만발한 장미꽃을 엄마에게 보여줄 생각에 나는 기대 찼지만 정작 엄마는 장미꽃을 가까이 바라봐야만이 색깔을 구분할 정도로 시력이 안 좋아졌다. 엄마는 꽃을 사랑하지만 지금은 꽃이 귀찮다고 한다. 예전에는 제주도에서 귤나무묘목을 가져와 엄마가 집에서 튼튼하게 키웠다. 귤나무가 집에 있을 때는 귤 딸 시기에 가면 노란 귤이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그 귤 따먹는 재미로 즐거웠는데 엄마가 나이가 들어 귤나무를 키우지 못하자. 그 귤나무는 큰 이모 집에 가 있다. 엄마는 지금도 꽃 키우는데 재주가 많다. 수국도 탐스럽게 피어있고 담장에 장미꽃도 연핑크색으로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수국도 장미도, 선인장도, 꽃국도 좁은 집에 만발한 꽃을 보며 엄마가 참 재주가 많다 생각했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과 같다. 꽃 키우는 것은 아이들을 키우는 것과 같은 정성이 필요하다. 제때 물을 주듯 살펴봐야 건강하게 자란다. 다섯 자식을 정성스럽게 키운 정성으로 꽃나무도 열심히 키운다. 우리 엄마는 부지런하고 이모티콘처럼 사랑스럽다. 언젠가 수국이 너무 예뻐서 예쁘다 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그려주었다. 수국도 예쁘지만 엄마가 더 예쁘다는 뜻으로 그림을 그려줬다. 엄마는 수국보다 국화보다 장미꽃보다 더 예쁘다. 향기롭다. 사람이 꽃보다 더 그윽하고 향기로울 수 있다는 걸 엄마를 보면서 깨달았다.
엄마가 더는 늙지 말고 이대로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