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일기, 아내가 어둠 속에 갇혔던 시간의 기억

by바카라갈피

수술 당일 아내와 함께 수목원 장미 공원을 갔었다. 수목원에 만발한 장미꽃을 배경으로 아내의 장미처럼 예쁘게 웃는 표정을 사진으로 담아두었다. 그리고 장미향 속에서 우리는 성공적인 수술을 기원하고 일주일 뒤에 다시 이 자리에 설 것을 희망했다. 그리고 수술을 받으러 서둘러 서울로 향했다. 이른 시간에 서울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병원 수속을 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 병원 앞 정원을 산바카라했다.

걱정 가득한 아내를 데리고 입원실로 들어가 짐을 풀고 간단한 수술 진행 사항을 들었다. 수술 중 매우 낮은 확률로 걸릴 수 있는 부작용, 기타 등등의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사인을 했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 병원 복도를 돌아다니며 기념사진도 찍고 초조한 마음을 억누르며 되도록 많이 웃고자 노력했다.. 그게 아내와 있는 마지막 평범한 시간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었다. 창 밖의 풍경을 사진을 찍고 입원실로 들어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퇴원 후에 일을 상의했다. 퇴원하면 함께 많이 여행을 가자고 아내와 나는 약속을 했다. 수심 가득한 아내를 달래며 수술은 잘 될 거라고 걱정 말라고 했다. 근심 가득한 아내는 내내 걱정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간호사의 수술 진행 과정 얘기를 듣고 짐을 풀고 다음날 첫 첫 번째로 수술을 예정했다. 아내와 나는 억지로 잠을 청하며 수술 전날을 보냈다. 수술 당일 휠체어에 아내를 태우고 머리를 묶여 주고 수술 대기실로 향했다. 수술 대기실에 들어가기 직전에 아내는 머리에 묶었던 고무줄을 빼며 “자기야 나 수술실에서 나오면 이 고무줄로 내 머리를 다시 묶어줘” 하면서 고무줄을 나에게 돌려주었다.

나는 그때 가볍게 “응 그래 수술 잘하고 와. 나 기다릴게” 하면서 보냈다. 그런데 아내는 무섭다는 말을 뒤로하고 수술 대기실로 들어갔다. 그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애써 참으며 밖에서 대기했다. 대기한 지 몇 시간 지나 문자가 왔다. 수술은 잘 됐고 회복실로 이동 중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그 문자를 받고 안도하며 서울에 예약해 두었던 숙박시설로 갔다. 그리고 샤워를 하고 잠시 쉬려 하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내가 깨어날 때가 지났는데 깨어나지 않는다고. 상황상 MRI를 찍어야 한다고 했다.

연락을 받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갔다. 사실, 간호사는 중환자실에는 기다릴 공간이 없기 때문에 병원으로 오지 말라고 했다. 병원에는 간호사 말처럼 어디 한 군데 기다릴 데가 없어 중환자실 앞을 서성이며 아내를 기다렸는데 그날은 아내를 보지 못했다. 걱정되는 마음으로 그날은 밤새 잠을 자지 못하고 병원에서 기다렸다. 그다음 날 예정된 면회 시간에 아내를 보러 들어갔다. 멀쩡하게 걸어 들어갔던 아내가 누워 있었다. 의식은 돌아오지 않은 채로, 마치 잠자는 듯이.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아주 낮은 가능성이 아내를 덮쳤다. 그렇게 무서워하던 아내는 이런 상황을 예견했던 걸까? 좌절하며 의사에게 물었다. 아내가 왜 이렇게 되었냐고. 원인이 무엇이냐고. 의사는, 그건 확실하게 알지 못하지만 수술 과정에서 공기방울이나 미세 석회질가루가 뇌혈관을 막으면 이런 경우가 오며 지금으로서는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나는 유령처럼 중환자실을 나왔다. 토요일 면회를 위하여 병원과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토요일 면회를 하였다. 일요일은 면회가 불가능해서 월요일 오전까지 기다려야만 했기에 대전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집에는 시험기간을 맞아 공부 중인 아들들이 있었다. 첫째가 내 표정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해서 첫째에게만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함정에 빠진 듯 푹푹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작은 아들은 시험기간이라 제대로 상황 설명을 못하고 군대 다녀온 큰아들에게만 살짝 얘기했다. 엄마가 수술 후 의식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그래서 아빠는 다시 강릉으로 돌아갈 거니까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동생을 잘 챙기고 있으라는 내 말에 큰아들은 절망 어린 표정으로 대답했다. 걱정 말고 아빠는 회사로 돌아가시라는 말을 뒤로하고 다시 강릉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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