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는 20년째 녹내장과 야맹증을 을 앓고 있다. 그래서 엄마는 눈에 대한 것은 지나칠 정도로 예민하고 피해의식에 쌓여 있다. 그런 엄마가 나에게 종종 말한다.
" 내가 눈만 밝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텐데"
엄마, 눈이 어두워도 지금 뭐든지 다 하고 있잖아."
내가 눈이 어두워서 더 이상 꽃을 못 키우겠다. "
수국, 장미, 귤나무, 금잔디, 국화... 다 이미 키우고 있잖아"
"내가 눈이 어두워서 내년부터는 고추장, 된장, 간장을 더는 김치를 못 담겠구나. 올해가 마지막이야."
" 엄마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년에도 간장, 고추장, 된장을 담아서 우리한테 다 보내줄 거잖아."
"내가 늙어서 며느리들의 생일을 다 까먹고 있다. "
"그래도 다섯 자식들 생일에는 잊지 않고 전화해서 축하해 주잖아."
엄마는 눈만 어둡지 뭐든지 할 수 있고, 누구보다 건강하다. 엄마 집이 있는 골목에서 엄마만이 유일하게 집에서 늙고 있다. 다른 할머니들은 이미 요양병원에 가서 생활하니까.
누구보다 건강한 엄마가 눈만 약하지 다른 건 다 모두 할 수 있는데, 우리 엄마는 왜 그럴까?
매일 30분씩 시골 논두렁을 산바카라해서 다리가 튼튼해서 넘어진 적도 없다.
전에 나는 내 그림 실력과 부지런함과 바카라을 좋아하는 습관이 아버지를 닮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눈이 어두운 엄마가 크레파스로 그린 올망졸망한 꽃을 보면서 그게 다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 성격과 생활력은 대부분 엄마한테 닮은 거라는 것을.
지금은 안다 내 엄마가 누구보다 건강하고 긍정적이라는 것을. 그래서 지금의 내가 큰 병을 앓고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이유다. 한쪽 눈으로 다 해내는 엄마. 그 엄마가 너무도 존경스럽고 사랑스럽다. 걱정 말아요. 엄마 곁에는 사랑하는 막내딸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