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bySOHEE

낯선 곳을 운전하다가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라는 내비게이션 안내가 들리면 순간 당황해서 가슴이 뜨끔한 경험은 한 번쯤은, 아니 많은 운전자가 자주 있는 경험일 것이다.


이탈.
경로 이탈, 궤도 이탈.
사전을 검색해 보면 '이탈'의 정의는 "어떤 범위나 대열 따위에서 떨어져 나오거나 떨어져 나감."이다.
'이탈'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부정적으로 들린다.


우리 슬롯는 아직까지 슬롯가 정한 '기준'과 '정답'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그에서 벗어나면 "뭐, 요즘은 시대가 변하고 있지."라고 하면서도 부정적인 편견과 선입견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슬롯가 인정하는 '정도(正道)'를 걸으려고 하고, 남들처럼 보란 듯이 혹은 조금 더 잘 사는 게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수의 범위, 주류의 대열에서 떨어져 나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위험한 일이다.
안전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슬롯의 고정관념과 싸워야 하고, 그 과정에서 또한 '나'를 물질적, 정신적으로 지켜내는 일은 절대 녹록지 않다.


자유를 얻을지언정, 자유를 유지하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뭔가 매력 있다.
남의 시선보다 '나'를 직시하고,
남의 목소리보다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슬롯가 정한 길이 아닌 '내'가 정한 이정표 없는 길을 걷는 것.


나도 모른다. 한 치 앞을 모른다.
근데 불안하면서도, 기대된다.
'나'를 내 스스로 뭐라 정의하지 않는, 변화무쌍하게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아직도 철들지 않은 '어른이'인 '나'를,

자기 삶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청춘들을 응원한다.


아직 가진 게 없어도 괜찮다.
돌아가도,
가다가 길을 잃어도,
잠시 발걸음이 멈춘다 해도.
그 또한 우리가 걸은 길이었고, 갈 길은 멀다.


사실,

내비게이션은 그 다음 말이 중요했다.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새로운 경로를 안내합니다.:)"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김중식, '이탈한 자가 문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