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가 사마귀에게 잡아 먹힌 날

쿠팡에 초파리가 판다고?

by계절 부자

초등학교 3학년의 2학기를 유유히 건너가고 있는 둘째 서진이는 동물과 식물을 사랑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아빠에게서 물려받았고,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엄마에게서 물려받았다. 동물을 어느 정도로 사랑하느냐면, 키우던 작은 생명체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을 끝내버리면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맺힌다. 고개를 떨구고 굵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사마귀, 우리 집에 찾아온 세 번째 손님이라 해두겠다. 첫 번째 손님은 병아리였고, 두 번째 손님도 병아리였다. 집 가까이 닭장을 운영하는 분이 주신 청계알을 직접 부화해서 키워봤으니, 알-병아리-닭의 생애를 모두 직접 키우며 경험한 셈이다. 무더운 여름을 감당할 길이 없어 병아리는 닭장에 데려다줬고, 어느 날부터인가 비어있던 병아리집에 곤충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메뚜기는 물론, 사마귀, 방아깨비, 장수풍뎅이까지. 여러 곤충들이 병아리집에 모여 화목하게 살 리는 없는 터. 누군가는 잡아먹히고 누군가는 잡아먹었다. 동심의 세계는 아름다웠지만 실로 곤충의 세계는 치열한 전쟁터였기에.


하루는 우리 모두가 놀라서 기겁한 일이 있었다. 작은 방아깨비 한 마리를 병아리집에 넣어줬는데, 이 작고도 작은, 여리고도 여린 방아깨비가 자신의 몸집보다 10배는 큰 사마귀 머리 위로 올라가 있는 게 아니겠는가. 우리 모두는 생명이 살고자 하는 의지에 감탄했다. 사실 크고 작은 곤충들을 암수 구별 없이, 먹이사슬의 위아래 구분 없이 커다란 채집통에 밀어 넣은 것은 잔인한 일이기도 했다.


결국에는 사마귀가 살아남았고, 둘째의 애완곤충은 사마귀가 되었다. 아이는 사마귀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수시로 먹거리를 잡아다 날랐고, 심지어는 쿠팡에서 초파리를 사달라고 조르기까지 했다.

"쿠팡에 초파리가 팔아? 으악!!! 도대체 누가 초파리를 쿠팡에 파는 거야?"


하루는 사마귀 배가 너무 불러 너무 많이 먹은 건 아닌지, 먹이를 너무 많이 잡아다 주지 말라고 둘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보니 사마귀는 알을 낳고 있었다. 누군가가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여름방학, 자전거 타기, 모래놀이, 유치원 입학 같은 삶의 소소하고 귀여운 이벤트들을 다시 경험하는 것이라고 했다. 내 인생 처음으로 사마귀가 알을 낳는 현장을 목격하며, '사마귀가 알 낳는 모습 관찰하기'를 아이를 키우며 경험하게 되는 리스트에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젯밤, 사마귀의 먹이가 잘 안 잡혔는지 서진이는 해가 다 져서 어두운 저녁, 홀로 마당을 돌더니 개구리 한 마리를 잡아다 사마귀에게 건넸다. 남편이 집에 들어오면서 창고에서 크고 있는 사마귀를 보았는데, 집에 들어오자마자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하더니 누가 사마귀에게 개구리를 잡아넣어줬냐고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헷갈렸다. 누가 누굴 잡아먹은 거지? 사마귀가 개구리를? 아니면 개구리가 사마귀를? 도대체 먹이사슬의 위아래를 짐작할 수 없었다. 사마귀는 곤충, 개구리는 양서류잖아. 빼빼 마르고 건조한 나뭇가지 같은 녀석이 살집 있는 통통하고 물컹한 개구리를 잡아먹는 상상은 그 자체로 끔찍했다. 목격자인 남편이 물었다.

"학교 다닐 때 개구리 해부 안 해봤어?"


"개구리가 먹혔구나. 근데 왜? 징그러워? 막 피 나? 우리 땐 개구리 해부 수업이 없어졌지."


남편은 이제 사마귀를 그만 키우자고 했고, 둘째는 그 말에 눈물을 뚝뚝 흘렸다. 초등학교 6학년이면서 객관적인 형이 나섰다.

"그게 자연의 섭리야."

그걸 다들 몰랐냐는 식의 말투였다.

"그래, 우리도 알지. 잡아먹고 먹히는 동물의 세계..."


우리 서진이는 지금까지 10살 인생을 살면서 동물 앞에서 눈물을 가장 많이 흘렸다. 8할이 그랬다. 사육사가 꿈인 서진이에게 말했다.

"서진아, 너 사육사 꿈도 꾸지 마. 만날 동물원에서 아프고 죽어 나가는 동물들 있을 때마다 이렇게 울 거야? 아니야, 아니야. 사육사는 아니야."


서진이의 눈물은 더 굵게 떨어졌다. 동물을 지극히 사랑하는 남편은 개구리 아빠가 되어 넋을 잃은 표정으로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용기를 내어 사마귀 집 안을 들여다보았다. 개구리 다리만 바닥에 떨어져 있고, 알뜰히도 발라 먹은 후였다. 잔인한 장면은 모두 지나고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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