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편지(2021.5.4)·언니공동체(2021.5.6)
오래 연애하던 남자와 부부로 맞는 첫 아침이 이런 느낌일까요? 늘 하던 일이었는데도 뭔가 다릅니다. 어제는 사장님으로서 고객과 만나는 첫날이었습니다. 4월 5일 사업자등록을 했지만 4월 한 달은 공간을 단장하고 프로그램들을 정비하는 등 정식 영업을 위한 준비를 하면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떨리는 첫 수업이 시작된 것입니다. 5월에 오픈한 수업은 두 개. ‘나만의 성소만들기’라는 별명을 가진 <공간살림 세레모니>와 ‘내 몸에 가장 친절하고 부드러운 선택’이라는 부제가 붙은 <아난다 줌인요가>가 그 주인공들입니다.
각각 별명과 부제를 하나씩 나눠주긴 했지만 사실 이것들은 두 프로그램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수식어입니다. 아니, 수식어뿐만이 아닌지도 모른다. <공간살림 세레모니>, <아난다 줌인요가>라는 제목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라는 존재를 품어주는 ‘공간’을 살려내는 작업을 함께 하는 <공간살림>에 내 ‘몸’이라는 공간이 포함되지 않을 수 없고, 각자의 공간에서 줌으로 내 몸의 기쁨을 깨워가는 <아난다 줌인요가> 역시 내가 머무는 공간을 살려내는 활동이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새벽에 <공간살림> 짝꿍들을 위한 살림메시지를 나누고, 오전에 정성껏 단장한 홈스튜디오에서 <줌인요가 수업>을 나눈 후 ‘어찌하면 나를 찾아온 존재 안에 이미 심겨 있는 기쁨의 씨앗을 함께 찾아 싹틔워낼 수 있을까?’하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며 보내는 하루라니!
도대체 이것이 진정, 진정, 실화인가요?
대체 제가 뭐가 그리 특별히 예뻐서
신은 제게 이런 시간을 허락하신 걸까요?
저, 지금 엄청 진지합니다. 실은 오래전부터. 이런저런 답안을 만들어봤지만 정답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찾은 답안을 하나씩 실험해 보는 수밖에 다른 길이 있을 리가요.
꼭 너를 닮은 존재들이 적어도 너만큼은 행복해질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아낌없이 할 수 있는 모든 정성을 다하라.
그렇게 제가 찾은 첫 답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쩐지 그것만으로는 흡족지 않았습니다. 제가 기쁜 그 일로 다른 존재를 기쁘게 할 수 있는 이 엄청난 선물에는 좀 더 특별한 답례가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만큼 좋았다는 얘기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상품공지에 약속했습니다. 첫 달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저와 그들의 기쁨의 열매가 또 다른 누군가의 기쁨의 씨앗이 되는 선순환이라니. 상상만 해도 온몸의 세포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막상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수익금을 확인했을 때는 솔직히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빌려온 ‘흰 소’를 돌려주기를 주저하던 크레타의 왕 미노스의 심정이 이해되었다고나 할까요. 그의 탐욕이 불러온 무시무시한 결말을 알지 못했더라면 그리 신속히 이체 버튼을 누르지는 못 했을지도 모릅니다. 인간도 소도 아닌 끔찍한 모습으로 출구를 알지 못하는 미궁에 갇혀 평생을 살아야 했던 미노타우루스를 떠올리니 정신이 번쩍 났던 거죠. 그런데 이체가 완료된 순간 찾아온 이 새로운 감각은 또 뭘까요?
소용을 다한 것이 분명해진 물건을 비워낼 때와는 또 다른 쾌감이었습니다. 귀하게 품어 키운 씨앗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는 순간 민들레도 이런 느낌이려나요? 결국 저는 다시 또 기뻐지고야 말았습니다.
도대체 어쩌자고 신은 써도 써도 줄지 않는 기쁨의 화수분을
제게 덥석 맡겨버리신 걸까요?
저는 죽기 전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하는 달달한 '고민'과 함께 잠 속으로 빠져들었던 기억이. 그렇게 오래 사랑하던 그와 오랜 '고민' 끝에 부부로 맞은 첫 하루가 끝났습니다. 아무래도 결혼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삶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 (2021.5.3)
비움 365 + 살림 52일 차. 뭘 또 버릴 게 있을까 싶지만 찾아보면 끊임이 없다.
분명히 '이 정도는 꼭 필요하지'하면서 남겨둔 것들도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이걸 꼭 품고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는 물건들이 생겨난다.
살다 보니 짝이 없어진 양말들, 언젠간 신을 일 있겠지 남겨둔 스타킹들, 이젠 정말 아무도 들지 않는 에코백에게 이별인사를~♡
1. <공간살림> 수익금 전액기부. 언니공동체가 깔아준 멍석이 아니었담 언제 펼쳐질지 장담할 수 없는 판이었으니 당연하고 당연하다 생각했다. 솔직히 이 정도가 될지는 몰랐다. 막상 입금을 하려니 살짝 손이 떨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체를 누르는 순간 밀려오는 깊은 충만감. 몸이 말했다. 네가 참 좋다고.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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