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편지(2020.8.24)
엄마가 일어난 모양입니다. '그걸 또 어떻게 치울라고. 맨날 그러는 거면 치우기라도 쉽게 세숫대야라도 가져다 놓을 것이지. 어제 그렇게 맞는 걸 내가 다 들었는데, 어제는 아빠가 더 화가 났던데... 울 엄마 아파서 어떻게 해.' 살짝 열어본 문틈으로 아까보다 더 역겨운 냄새가 훅 끼쳐 나옵니다.
미옥아, 엄마가 미안하다.
엄마가 이러믄 안 되는데... 안 되는데...
바보같이. 엄마. 바보. 나도 몰라. 다 엄마 바카라임이잖아.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어. 나도 무서워 죽겠다고. 안방 문고리를 잡고 어쩔 줄을 모르는 어린 내 얼굴로 열어놓은 주방 베란다 문에서 찬바람이 훅 불어 들어온다.
그래, 들어가 보자. 들어가자마자 얼른 창문부터 열면 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한번 해보자. 그래도 한 사람은, 아니 딱 한 번이라도 엄마를 구해줘야지. 시퍼렇게 멍든 몸으로 때린 남자와 자신이 맞는 것을 끝까지 모른 척하는 남자의 아이들을 위해 밥을 짓게 만들어서는 안 되지.
심호흡을 하고 가만히 문을 닫습니다. 건조대에서 수건을 하나 걷어 찬물로 적십니다.
엄마.
문을 열고 들어가 재빨리 창문부터 엽니다. 냄새는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후~~ 후~ 심호흡, 심호흡. 먼저 모로 쪼그리고 누워있는 엄마의 얼굴에 가만히 찬 수건을 얹습니다. 취기가 거의 다 나간 표정에서 묘한 평화가 느껴집니다. 이 순간이 엄마의 휴식이었을까요?
엄. 마. 괜. 찮.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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