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편지(2020.6.8)
온라인 게임생활은 순탄했습니다. 적어도 ‘돈’의 관점에서는. 우선 월급 밀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고 급여 수준도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매달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이번 달에도 '나는 여전히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는 인증이었고, 시간에 비례해서 늘어갈 존재감을 보장받았다는 것이 그리 뿌듯할 수가 없었습니다.
학창 시절 성적표가 하던 역할을 급여통장이 완벽하게 대신해주고 있었습니다. 급여가 늘어나는 만큼, 통장 잔고가 늘어나는 만큼 너그럽고 관대해질 수 있었습니다. 크게 욕심만 내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인생을 꾸려갈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으로 충만해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만족감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첫 아이를 가지면서 조금씩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던 균열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본격적으로 가시화되었고, 둘째 아이를 낳으면서 도저히 모른 척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거쳐 입사 15년 만에 스스로 온라인 게임을 걸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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