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편지(2020.5.26)
우선 밝힙니다. 저는 돈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 너덜너덜해졌을 때, 뜨거운 물에 얼굴만 내놓고 들어가 앉아 잠시 후 제가 누워있게 될 세신용 침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벌써부터 쌓인 피로가 녹아내립니다. 사지 멀쩡한 젊은것이 벌써부터 웬 사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여사님에게 몸을 맡기고 있는 그 몇 십분 덕에 넘긴 삶의 위기가 상당하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손이 닿지 않는 등의 한가운데까지 시원하게 밀어내고 나면 마치 묶은 허물을 벗은 기분이 듭니다. 말끔히 몸을 씻은 후 사우나에서 다시 데운 몸을 냉탕에 천천히 담그면 열린 피부층을 통해 세포 하나하나까지 찬 기운이 들고 나며 온몸이 깨끗이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후들거리던 다리가 추슬러지며 싱싱한 존재로 다시 태어납니다. 사십 년 넘게 내 몸과 함께 해온 경험으로 적어도 석 달에 한번씩은 이런 갱생의 시간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왔을 때 망설이지 않고 꺼내들 수 있는 만 원짜리 몇 장이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찌 이뿐일까요? 돈이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믿지는 않지만 돈과 친하게 지내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친하게’라는 표현이 좀 애매합니다. 그러고 보니 대체 얼마나 ‘친하게’ 지내는 것이 좋을지를 몰라 참 오래도 부대꼈습니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만나고 싶을 때는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친구 같은 관계가 서로에게 가장 건강한 거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열일 제쳐두고 지극 정성을 다하지는 못 할지라도 마음을 낮추어 예의를 지킬 수 있어야 얻을 수 있는 거리입니다. 때때로 조금 더 가까이 지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마음만 앞설 뿐 행동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 우연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금세 욕심을 거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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