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공동체(2020.3.14)·마음편지(2020.5.12)
오소희 작가의 블로그 이름 '태평양의 끝'
그녀의 커뮤니티 '언니공동체'를 탐험하다 그 이름이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그때도 아마 그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을 겁니다.
언젠가는 읽어야지 사놓고 꽂아만 두던 바카라을 펴 들었다 숨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그는 숨을 거두기 직전에 있는 사람이 그러하듯이 '탈출호', 진흙탕, 스페란차를 경영하기 위해 동분서주. 동굴, 작은 골짜기, 방드르디의 출현, 그리고 특히 자신의 태양적 변신이 고요한 행복 속에서 이루어졌던, 그 무엇으로도 측량할 수 없는 저 광대한 시간의 광야 등으로 점철된 이 섬에서의 전 생애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것을 보았다.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미셸 투르니에, 민음사, 1995)
'엄마'라는 무인도에 난파된 후 살기 위해 해 왔던 모색들, 실패, 좌절, 그리고 변형의 과정이 고스란히 묘사되어 있더라고요.
자연이 문화를 지배하고 원시성이 문명을 극복하는 '새로운 신화'『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은 18세기 고전으로 꼽히는 대니얼 디포의『로빈슨 크루소』를 투르니에가 뒤집어서 다시 쓴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는 로빈슨 크루소가 아닌 원주민 방드르디(프라이데이)가 전면에 나선다. 『로빈슨 크루소』가 산업 슬롯의 탄생을 상징한다면『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은 그 슬롯의 추진력이 되는 사상의 폭발과 붕괴, 그에 따라 인간의 신화적 이미지가 원초적 기초로 회귀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미셸 투르니에, 민음사, 1995, 작품해설)
아! 그런 거였구나!
문명과 자연의 상호작용.
엄마 됨의 과정은 고스란히 사람됨의 과정과 겹치는구나!
어렴풋 가물가물하던 시야가 확 열리는 느낌입니다. 삶이란 참 갈수록 오묘합니다. 그녀를 포함해 새로운 세계를 알아볼 수 있는 감각을 여는데 필요한 자극을 배달해주는 제 인생의 헤르메스들에 대한 감사가 깊어갑니다.
눈을 뜹니다. 베개 위를 더듬거려 휴대폰을 확인합니다. 5시 8분, 알람이 울리기 12분 전. 뭔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옵니다. 조금 더 이불의 포근함을 즐길 수 있겠구나. 블로그 앱을 켜고 어제 올려놓은 포스팅의 댓글을 확인합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정신없이 바쁜 세상에서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존재들에 대한 고마움에 마음을 다해 답글을 달다 보면 어느새 저도 모르게 상체를 반쯤 일으켜 세운 상태가 되어있습니다. 일어나기 딱 좋은 자세입니다.
이불을 개서 장에 넣어놓고 바로 욕실로. 본격적인 하루 일과의 시작입니다. 선크림에 간단한 피부톤 정돈까지. 언제든 나갈 수 있는 상태로 단장을 마치고, 깨끗한 요가복을 꺼내 입습니다. 몸을 닦은 수건으로 욕실과 화장대의 거울을 닦아내고 나면 마음까지 반짝반짝 빛나는 듯한 느낌입니다. 빛나야 할 것들을 빛나도록 돕는 일은 늘 저 자신을 먼저 싱그럽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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