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我탐험 10년을 갈무리하며

아카이빙은 지난 탐험의 수확이자 새로운 탐험을 위한 탐구다.

by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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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난 기록들을 정리하는 아카이브 작업이 한창이다. 2010년 본격적인 자기 탐험을 시작한 이후 해마다 썼던 글들을 다시 읽고, 당시의 기록 위에 지금의 좌표를 찍어 온라인카지노북으로 묶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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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6869963.png35세, 결혼 7년 차, 육兒 6년 차, 육我 1년 차

하나씩 정리하고 나서야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기까지가 정확히 육我 2년 차부터 육我 10년 차까지의 기록이었다. 육我 1년 차에 나는 이후 10년 동안 나를 탐험하는 데 사용하게 될 소재와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이듬해부터 그것을 내 삶에 가져와 직접 살아보기 시작했다. 결혼을 다시 들여다보고, 엄마라는 역할을 탐구하고, 일과 사랑을 묻고, 떠났다가 돌아오고, 다시 사람과 세상으로 나아갔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내가 하고 있던 아카이빙은 오래된 글 몇 편을 정리하는 작업이 아니었다. 육我탐험 10년을 갈무리하는 일이었다.


그 10년을 한꺼번에 펼쳐놓고 나자 당시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 무언가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다음 기록으로 넘어가자 또 하나가 분명해졌다. 여기서부터 여행의 성격이 달라진다. 앞의 10년 동안 나는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묻고 그것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확히 10년을 기점으로 나를 움직이게 하는 질문이 달라져 있었다.



그래서 AI와 지난 10년의 기록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첫 10년간 내가 한 건
내 욕망의 세계를 한 바퀴 돌아보는 일이었던 것 같아.


기록 속의 나는 바카라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돈을 파고, 여행을 떠나고, 요가를 하고, 살림을 했다. 서로 다른 것을 찾아다닌 것 같지만 그때마다 내 안에는 비슷한 질문이 있었다.

혹시 이것이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이 아닐까?


이야기를 나누다가 ‘욕망의 세계지도’라는 말이 나왔다. 세계지도 위에 나라와 도시를 찍는 대신 내가 살아보고 싶은 삶과 감각을 찍는 지도. 그러다 문득 한 단어가 떠올랐다. 욕망의 세계일주.


그러고 보니 세계여행이라는 것도 단순히 지도에 표시된 나라들을 차례로 돌아다니는 일은 아닐 것이다. 내가 오래도록 궁금했던 어떤 삶을 직접 체험하러 가는 것. “세계여행이란 게 그냥 지도 따라 막 가는 게 아니구나. 내가 원하던 그것을 체험하러 가는 거야.” 그렇다면 나 역시 지난 10년 동안 그렇게 여행한 셈이었다.


내 안에서 욕망 하나가 고개를 들면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나는 왜 이것을 원하는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혹시 이렇게 살아보면 어떨지를 물었다. 질문을 오래 품다 보면 ‘어쩌면 내가 원하는 삶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가설이 생겼다. 그러면 삶으로 확인해 보았다. 직접 해보고, 살아보고, 몸과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폈다. 가설이 틀리면 수정했고, 때로는 하나의 욕망을 따라갔다가 그전에는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또 다른 욕망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제야 내가 왜 이 일을 줄곧 ‘탐험’이라고 불러왔는지도 궁금해졌다. 탐험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탐구와 실험일까, 탐구와 모험일까. AI와 단어의 뜻부터 다시 따져보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나의 방식은 분명했다. 탐구하여 질문하고 가설을 만든 뒤, 그 가설을 삶으로 가져가 실험한다. 하지만 삶은 실험실이 아니다. 변수를 통제할 수도 없고, 실험하는 나 자신도 그 실험을 통과하며 달라진다. 누구를 만나게 될지, 무엇을 잃고 얻게 될지, 어떤 세계가 열릴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삶의 실험은 필연적으로 모험이 된다.


실험이 직접 해보아 알아내는 일이라면, 모험은 결과를 알 수 없는 세계로 들어가는 일이다. 탐구하여 가설을 만들고, 삶으로 실험하며, 그 과정에서 벌어질 미지의 사건을 기꺼이 모험하는 것. 그 전체가 내가 말해온 탐험이었다.


그렇다면 첫 10년 동안 내 욕망의 세계를 한 바퀴 돌아본 것으로 탐험은 끝난 것일까. 그럴 리가. 어찌 한 사람 안의 욕망의 세계가 고작 10년짜리 여행일 수 있을까? 백만 번 양보해서 지금까지의 욕망은 모두 살아보고 돌아보았다고 치자.


하지만 나는 안다. 욕망은 살아 있기에 욕망이라 불린다는 것을. 나는 살아 있는 생명을 다 알았다고 자신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 욕망의 세계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첫 10년이 끝나고 또 7년이 흘렀건만 여전히 내가 길 위에 있다는 것이 가장 명백한 증거다.


첫 10년을 기점으로 분명히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이제는 돌아올 곳을 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여행의 목적이 새로운 정착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이미 찾은 이곳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데 있다는 것을 안다.


몸, 일상, 살림, 지금 여기의 나. 오랜 탐험 끝에 발견한 이곳은 여행의 종착지가 아니다. 마음껏 떠났다가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베이스캠프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새로운 여행지 역시 언젠가는 이 베이스캠프의 일부가 된다는 것을.


떠날수록 돌아올 곳이 넓어진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돌아올 때마다 내가 사는 세계도 조금씩 넓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 베이스캠프는 단순한 귀환지가 아니라, 새로운 여행지를 끊임없이 품어내는 말 그대로의 聖所다.


요즘 나는 오래동안 가꾸어 온 그 성소에 앉아 지난 여행의 기록을 펼쳐보고 있다. 처음에는 지나온 삶을 정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록을 읽을수록 이상하게 과거보다 미래가 궁금해진다. 이미 살아본 욕망들을 하나씩 알아볼수록 아직 살아보지 않은 욕망의 윤곽도 함께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하고 있는 아카이빙 자체가 새로운 탐험을 위한 탐구인지도 모른다. 지나온 욕망의 세계를 읽으며 아직 발견하지 못한 욕망의 신대륙을 찾는 일. 그곳에서 또 하나의 질문과 가설이 만들어지면 다시 삶으로 나가 직접 살아볼 것이다. 실험하고, 모험하고, 돌아와 다시 읽을 것이다.


아직도 삶이 재미있는 것은 어쩌면 내 안에 여전히 탐험을 기다리는 욕망의 신대륙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욕망의 세계일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설렘 가득 안고 다시 지도를 펼친다. 나를 살리는 살림탐험기의 다음 페이지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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