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을 삶으로 바꾸는 시간
최근 아주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는데 몸에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나올 듯 나올 듯 나오지 않는 재채기를 참고 있는 느낌이랄까. 아니, 뭔가 간질간질한 느낌에 더 가까웠던 것 같기도 하다.
싫은 것도 아니고 불편한 것도 아니었다. 한 발짝만 옮기면 출구가 있는데 그 앞을 빙빙 돌며 괴로워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아주 오래 이런 상황을 만나면 열 일을 제쳐놓고 그 사람을 돕기 위해 안간힘을 쓰곤 했다. 그렇다고 대놓고 ‘이쪽으로 가면 된다’고 가르쳐줄 수도 없었다.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도 아니니 가능한 상대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은근슬쩍 단서를 흘려야 했다. 직접 알려주는 것보다 몇 배의 에너지가 드는 일이었다.
호출이 오면 하던 일을 제쳐놓고 가면과 슈트를 입고 출동하는 스파이더맨처럼 살았다. 자신이 응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세상이 망할 것처럼 안절부절못하면서, 스파이더맨으로 살기 위해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사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체념하는 피터처럼. 변형에 꼭 필요한 시간을 통과해냈기 때문이었을까? 한 인간으로 기쁠 수 없다면 스파이더맨으로도 기쁠 수 없으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사람들을 돕는 것이 반드시 이로운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비로소 피터에게 <브랜드 뉴 데이>가 찾아온다.
나 역시 이제는 안다. 내 눈에 보이는 출구를 가르쳐주는 일이 그 사람에게 반드시 이로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간지럽다고 환부를 긁는 것이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치료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쯤은 알게 된 것이다. 물론 이 감각을 어제 처음 느낀 것은 아니다. 어쩌면 바로 이 감각을 피하기 위해 나는 의도적으로 사람을 멀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스파이더맨으로 사는 것을 포기할 각오로 출동 신호기를 오래 꺼두었던 것도 정확히 그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굳이 내 발로 사람들 사이로 다시 들어간 걸까?
스파이더맨으로 복귀하고 싶었던 것은 절. 대. 아니었다. 오랫동안 내면을 탐험해 온 나와 달리 바깥세상을 부지런히 여행한 친구들의 세상이 궁금했을 뿐이다. 그들이 본 세계를 보고 싶었고, 내가 모르는 감각을 배우고 싶었다. 조금 더 보고, 조금 더 배우고, 조금 더 세련되어지면 피터로서 더 근사하게 세상에 나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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