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명상센터에서 살림명상연구소로
결국 재개업 신청을 하고 말았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멈춘 지 1년,
정식으로 휴업신고를 한 지 6개월 만의 결정이었다.
이유는 딱 하나.
극심한 심심함.
그리고 다시 바빠졌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다시 재미있어졌다.
그럴 거면 대체 뭐 하러 굳이 휴업을 한 거냐고?
이유는 명료했다.
지.나.치.게.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그 ‘지나침’의 기준은 뭘까?
사실 나는 거의 모든 것에 늘 지나친 경향이 있기는 하다.
일단 하기로 한 것이면 그것이 무엇이든 말 그대로 끝장을 본다는 말이다.
심지어는 ‘실패’가 확정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굳이 마지막 순간을 몸으로 확인하는 경우도 많다.
참으로 비효율적인 인격체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아주 오래 이 ‘비효율’을 어떻게든 제거해보려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보기도 했다.
역시 끝장을 본 것이다.
덕분에 깔끔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자신에게 ‘지나치다’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았다.
남들의 기준이 어떻건 간에 내게 편안한 정도가 ‘적당함’이라는 것을 몸으로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런 내가 ‘지나침’을 이유로 신나게 하던 일을 멈춘 것은
그 일에 빠져 있느라 지금이 아니면 챙기지 못할 다른 기쁨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역시 에너지를 몰아쓰던 일을 멈추고 나니 남는 에너지가 생겼고,
덕분에 꼭 하고 싶었지만
익숙하지 않아 덜 재미있던 곳에 아낌없이 쓸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아난다캠퍼스 놀이만큼이나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생겼다.
이를테면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
수험생활로 바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챙기는 시간,
무엇보다 내 자신에게 여한 없이 집중하는 시간을
아.주. 충분히 보낼 수 있었다.
포만감이 느껴질 정도로!
https://blog.naver.com/myogi75/224405257610
며칠 전 그 포만감이 온몸에 차올랐을 때만 해도
이렇게 빨리 아난다캠퍼스를 다시 열게 될 줄은 몰랐다.
계획상으로는 앞으로 3년은 더 쉬어 볼 생각이었으니까.
그런데 몸이 말한다.
이제는 더 중요한 기쁨을 놓칠까 봐 좋아하는 놀이를 멈춰야 할 이유가 없다고.
오늘 아침 아이를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GPT에게 지금의 나를 그림으로 표현해달라고 주문했다.
오~ 무엇보다 이뻐서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또 한 장을 주문했다.
10년 뒤의 내 모습을 그려달라고.
뭐가 다르냐고 물었더니 그냥 시간이 쌓였을 뿐이란다.
안에 머물던 것들이
10년어치만큼 밖으로 흘러나와 있을 거라고.
아마 그럴 것이다.
아난다캠퍼스를 재개업했지만 휴업 전의 아난다캠퍼스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지난 1년 동안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아난다캠퍼스가 아니라 나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의 아난다캠퍼스가 꿈꾸던 세상을 향해 가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었다면,
이제는 꿈꾸던 세상을 이미 만난 사람들과 그다음을 탐험해보고 싶다.
원하는 것을 얻은 다음에도 삶은 계속되니까.
꿈꾸던 풍경 안에 실제로 들어와 살아보니 또 다른 질문들이 생긴다.
그래서 이제 무엇을 꿈꾸며 살 것인가.
무엇을 더 얻어야 하는지가 아니라,
이미 가진 삶을 가지고 또 무엇을 해볼 것인가.
어쩌면 이 질문을 만나기 위해 지난 1년의 휴업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다시 문을 열지만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살림명상센터였던 아난다캠퍼스를
이제 살림명상연구소 아난다캠퍼스로 다시 시작한다.
무언가를 가르쳐주기 위한 곳이라기보다
삶이라는 이미 충분히 흥미로운 세계를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깊이 탐험해보기 위한 곳.
나 역시 그곳의 탐험자 중 한 사람일 것이다.
아난다캠퍼스와 아난다미디어는
오랫동안 만들어온 나의 날개다.
얼마나 멀리, 높이 날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알고 싶지도 않은지도 모른다.
나는 이미 내가 가장 알고 싶은 것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있더라도
나는 늘 기쁘게 살아 있을 것이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아난다캠퍼스라고 불리던,
아난다미디어라고 불리던,
아난다 박미옥이라고 불리던,
그게 뭐 그리 중요할까?
나는 이미 나인데…
그거면 더 바랄 것이 없는데…
52세, 결혼 23년 차, 육兒 22년 차, 육我 17년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