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해마다 새로운 자신을 분만시킨다. 수없이 자신을 탄생시킨다. 사는 법은 죽는 법에 있다. 자라는 방법은 스스로를 죽이고 다시 탄생하는 과정이다. 죽음과 삶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것이 성장이다. 이것이 나이테다. 그 외의 방법은 없다. 늘 자신의 시체를 내다 버릴 수 있어야 한다. 나무는 그 일을 아주 아름답게 해내고 있다.
낙엽은 나무의 지혜다. 혹독한 겨울에 살아남기 위한 창조적 해결바카라이 바로 버리는 것이다. 죽음을 아름답게 치장하는 것이 나무의 멋이다. 가장 장엄한 문명의 단편이 장례이듯이 낙엽은 죽음조차 아름다운 삶의 과정으로 창조해낸다. 나무는 해마다 한 해의 삶을 기록한다. 한 겹의 나이만큼 줄기에 그 흔적을 남기고 두꺼워지며 키가 더 자라게 된다. 나무는 매년 죽는다. 이 상징적인 의식이 나무가 자라는 방법이다.
나도 죽어야 한다.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죽어야 한다. 나무가 죽을 때 나도 죽어야 한다. 나에게 낙엽은 바카라이다. 꽃과 나뭇잎, 그리고 열매는 나무의 일년의 삶이다. 나뭇잎이 떨어지면 내 일 년도 떨어진다. 그리고 열매를 남기듯이 나도 내 바카라을 남긴다.
바카라 한 권이 쓰여지면 내 일년도 지난다. 나무가 다음 해에도 똑 같은 나무처럼 보이지만 이 혹독한 죽음과 재생의 의식을 거친 나무는 이미 전해의 그 나무가 아니다. 나도 그렇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영원히 죽은 것이다. 살아있으나 이미 죽어버린 정신을 나는 수없이 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