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그리는 52일'
나의 불안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어떤 모양일까요?
불안이 몸의 어느 부분에서 느껴지는지 먼저 살펴보세요. 그 감각에 모양이나 색을 붙이고, 그 불안이 나를 무엇으로부터 지켜주려는 것인지 상상해서 적어보면 조금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나의 불안은 형체가 없다. 그런데도 어딘가 익숙한 형체를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
철저하게 해체되어 뒤섞인 얼룩 같기도 하다. 하나의 모양으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흐트러져 있고, 그 얼룩들은 가만히 머물러 있지도 않는다. 서로 엉키고 설키며 끊임없이 형태를 바꾼다.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어디로 향하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다.
나의 불안은 늘 손에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손이 마비된 것처럼 느껴진다. 분명 내 손인데도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듯하다. 낯설고 이상한 감각이 손끝에서 시작해 서서히 퍼져 나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오히려 그 감각의 존재감이 옅어진다. 처음의 선명했던 느낌은 사라지고, 손은 마치 반투명한 젤리처럼 느껴진다. 분명 존재하는데도 어딘가 흐릿하고,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바로 그때 불안은 극대화된다.
이러다 정말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내 손이, 내가 알고 있는 감각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닐까. 처음에는 낯선 감각을 견디는 일이 두렵지만, 시간이 지나 그 감각마저 희미해지기 시작하면 두려움은 오히려 더 커진다.
차라리 분명한 형태라도 있다면 좋겠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다면 어떻게든 붙잡아 볼 텐데, 나의 불안은 그럴수록 더욱 모호해진다. 익숙한 느낌인데도 정확히 설명할 수 없고, 분명 무언가를 느끼고 있는데도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없다.
어쩌면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불안 그 자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분명히 존재한다고 느끼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나마 붙잡고 있던 감각마저 모래시계 속 모래처럼 조금씩 흩어지며 사라져 간다는 것.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 내가 알고 있던 감각이 조금씩 사라지는 모습을 그저 지켜봐야 한다는 것.
나에게 가장 큰 공포는 바로 그런 순간이다.
익숙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것, 분명히 느껴지지만 붙잡을 수 없는 것. 그리고 그것이 사라져 가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는 것.
형체 없는 불안은 그렇게 내 안에서 모습을 바꾼다. 때로는 손의 감각으로, 때로는 사라질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으로 찾아온다.
나는 아직 그 불안의 정확한 이름을 알지 못합니다.
다만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지, 언제 가장 두려워지는지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름을 붙이는 일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설명할 수 없는 감각 앞에서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불안을 느끼고 계신가요? 그 불안들을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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