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영등포구 63로 50, 퐁피두센터 한화
'천사'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누가 봐도 한눈에 천사임을 알아볼 수 있는 아름다운 형상이 눈앞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문득 재미있는 의문이 생깁니다. 우리 중 그 누구도 실제로 천사를 본 적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신미경 작가는 이렇듯 인류의 오랜 상상력이 만들어낸 실체 없는 허상을 '비누'라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유약한 소재를 통해 시각화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관념을 물질화하여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예술적 깨달음을 선사하는 접근 방식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특히 이 작품이 미술관 내부가 아닌 야외에 설치된 조각상이라는 점이 무척 놀라웠습니다. 빛을 은은하게 머금은 반투명한 비누 마감은 그 자체로 영롱하고 신비로운 아우라를 뿜어냅니다. 하지만 동시에 비바람과 햇빛에 노출되어 언제든 녹아내릴 수 있는 위태로움을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영원성을 상징하는 천사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사라질 비누로 표현되었다는 점이 묘한 대조를 이루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더욱이 이 아름다운 동상이 비바람에 씻겨 사라지더라도, 언제든 다시 복제하고 재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고정된 가치보다 끊임없는 소비와 대체가 익숙한 요즘 시대의 속성을 거울처럼 거꾸로 비추는 듯해 또 한 번 감탄하게 됩니다.
전통적인 조각의 절대적 조건이었던 '영원성'을 과감히 깨뜨리고, 작품을 자연의 풍화 속에 내맡긴 신미경 작가의 깊은 통찰력과 철학에 완전히 매료된 시간이었습니다. 사라짐의 미학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토록 대담한 예술적 실험을 감행한 그녀의 용기에 진심 어린 경의를 표하고 싶어 집니다.
천사(Angel) 조각은 30여 년간 비누를 조각의 재료로 사용하여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온 현대 조각가 신미경 작가의 핵심 연작이자 개인전 주제입니다.
천사 작품에 대한 상세한 미술사적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작품의 배경과 핵심 주제: '천사'
존재와 부재의 경계: 작가는 미술사나 문학, 일상적 상품(커피숍 로고, 장식품 등)에서 너무나 흔하게 마주치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본 적이 없는 천사라는 존재에 주목했습니다.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종교적 표상이자 환상 속의 존재인 천사를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것과 부재하는 것 사이에 있는 대상'을 시각화하고자 했습니다.
2. 재료의 혁신: 돌(대리석)이 아닌 '비누'
공감각적 경험: 얼핏 보면 고전적인 이탈리아 르네상스 명화나 고대 그리스·기독교 미술 속 단단한 대리석 조각상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들의 실제 재료는 비누, 안료, 향유입니다.
물성적 은유: 비누가 가진 투명함과 불투명함의 경계, 시간이 지나면 닳아 없어지는 가변성, 그리고 공간을 채우는 향기는 천상과 지상, 육체와 영혼 사이를 오가는 천사의 영성적이고 덧없는 상징성과 완벽하게 결합합니다. 작품 근처에 가면 '천사향'이 공감각적으로 감상자를 자극합니다.
3. 주요 연작 형식 (2024년 신작)
수집된 고전 천사 도상과 장식품 등을 원본 삼아 다양한 색조의 비누로 캐스팅(Casting)해 100여 점의 신작을 탄생시켰습니다.
《엔젤 시리즈》 (2024): 투명한 빛이 통과하여 다채로운 보석처럼 반짝이는 아기 천사상 및 날개 달린 고전적 형태의 부조·조각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런던대 슬레이드 미술대학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현재 서울과 런던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출생: 1967년 (충북 청주 출생)
활동 기반: 서울 및 영국 런던을 오가며 작업
주요 개념: '번역(Translation)'. 서양의 고전 조각이나 동양의 도자기·불상 등 특정 문화를 대변하는 유물을 일상적이고 소모적인 재료인 비누로 재현하며, 문화가 전개되고 해석되는 과정에서의 왜곡과 가치 변화를 탐구합니다.
학력
1990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학사 졸업
1993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 조소 전공 석사 졸업
1998년: 영국 런던대 슬레이드 미술대학(Slade School of Fine Art) 조각 전공 석사(MFA) 졸업
영국왕립예술학교(RCA): 세라믹 & 유리과 석사 졸업
주요 수상 및 선정 경력
2024년: 제2회 하인두 예술상 수상
2024년: 서울문화재단 서울예술상 시각 부문 최우수상
2015년: 싱가포르 프루덴셜 아이 어워즈(Prudential Eye Awards) 베스트 신진 조각가상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3' 최종 후보기업 및 참여작가 선정
2002년: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 선정
주요 시그니처 프로젝트
화장실 프로젝트 (Toilet Project): 미술관 화장실에 고전 조각 모양의 비누를 배치하여 관람객들이 직접 손을 씻으며 마모시키도록 유도한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입니다. 사용되어 닳아버린 비누 조각을 다시 수집해 전시함으로써 작품의 가치와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했습니다.
대영박물관 전시 (2004, 2007): 대영박물관 로비에서 비누 조각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비누로 재현한 한국의 전통 '달항아리(Moon Jar)'를 전시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풍화 프로젝트 (Weathering Project): 비누 천사상이나 조각을 야외 정원이나 공공장소에 설치하여 비, 바람, 공기 등 자연 요소에 의해 서서히 마모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주요 작품 소장처
국립현대미술관(MMCA), 삼성미술관 리움(Leeum), 서울시립미술관, 영국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 미국 휴스턴 미술관(Museum of Fine Arts, Houston) 등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에 작품이 영구 소장되어 있습니다.
프로필 참조
https://k-artist.com/ko/Artist_page.php?tab_num=tab2&artist_num=108
화장실 프로젝트 (Toilet Project):
코리아나미술관 여자 화장실에 설치된 마리 앙투아네트 흉상의 〈화장실 프로젝트〉, 2023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여자 화장실에 설치된 세르반테스 흉상의 〈화장실 프로젝트〉, 2023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여자 화장실에 설치된 세르반테스 흉상의 〈화장실 프로젝트〉, 2023, 5/20 기록사진
영국 에드워드 제임스 재단 화장실에 설치된 〈화장실 프로젝트〉, 2004 [이미지: 작가 제공]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