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273 (갈월동, 용산빌딩)
재료를 모르고 봤을 때는 형틀로 만든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질감은 돌입니다. 돌인데 부드럽게 느껴지니 아주 묘한 느낌이 듭니다.
물성과 부피의 개념을 가뿐히 뛰어넘는 수작입니다.
이렇게 멋진 작품 누가 만들었나 봤더니,
추상조각 분야에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전국광 조각가님이었습니다.
한국 미니멀리즘 추상조각의 선구자 전국광(1945~1990) 조각가의 대표작인 〈적(積)〉시리즈는
덩어리(매스)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행위를 통해 조각의 물성과 공간성을 치열하게 탐구한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쌓는 친구'와 '허무는 친구'
주변 지인들은 하나 같이 전국광 작가를 '쌓는 친구'라고 불렀습니다.
'적'이라는 작품의 층층이 쌓는 방식이 그만큼 강렬했던 것이죠.
하지만 정작 작가는 조각 특유의 무게감을 벗어나고자 그동안 쌓아 올린 것을 과감히 허물고자 결심을 하게 됩니다.
전국광 작가의 작가노트에 기록된 '허무는 친구'라는 메모
우리는 그 메모를 통해 그의 괴뇌를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돌을 쌓을 수 없으니 정으로 쪼아서 부드러운 느낌의 작품을 만들듯 삶 또한 켜켜이 쌓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고통과 시련으로 깎여 나가 자신의 본모습을 찾는 게 아닌가 하는 인사이트를 주었습니다.
그래서 '적' 시리즈는 정말 큰 울림을 주는 메시지인 것 같습니다.
작품의 핵심 개념과 평단 및 관객의 리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주요 미학적 특징: '쌓음'의 미학
물성과 중력의 가시화: 돌, 나무, 금속 등 단단하고 무거운 재료를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아 올리는 방식을 취합니다. 이를 통해 재료 자체의 무게감과 지구의 중력을 시각적으로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1, 2]
틈과 공간의 창조: 완벽하게 밀착되지 않은 단면들 사이로 미세한 '틈'이 발생합니다. 이 틈은 닫힌 덩어리 내부로 시선을 이끌며, 조각 내부의 숨겨진 에너지를 외부 공간과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시간성의 축적: 한 층 한 층 쌓아 올리는 반복적인 노동 행위는 조각을 단순한 공간적 형태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시간이 축적된 흔적'으로 변모시킵니다.
2. 비평 및 리뷰 분석: 매스의 해방으로 가는 전주곡
전통적 조각 개념의 탈피: 평단에서는 그를 특정 모더니즘 사조에 갇히지 않은 독창적인 작가로 평가합니다. 덩어리를 깎아내거나 형상을 만드는 전통 조각에서 벗어나, 구조적 행위 자체를 조각화했다는 점에서 높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1, 2]
〈적(積)〉에서 〈적(敵)〉으로의 확장
: 실제 작품을 접한 평론가들과 관람객들은 초기 〈적(積)〉 시리즈가 지닌 압도적인 중량감에 주목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거대한 돌을 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노동력과 제작비, 장비 동원의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유연한 조각으로의 변곡점: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작가는 점차 '쌓는(積) 행위'에서 벗어나 덩어리를 '허무는(敵)' 단계인 〈매스의 내면〉 시리즈로 나아갔습니다. 리뷰어들은 〈적〉 시리즈가 있었기에 이후 부피와 무게를 초월하여 유연하게 늘어나고 열린 조각의 가능성이 열릴 수 있었다고 분석합니다.
전국광의 〈적〉 시리즈는 단순히 돌이나 나무를 쌓은 결과물이 아니라, 조각가가 재료의 무게와 싸우며 조각의 본질을 끝까지 밀어붙인 치열한 고뇌의 산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국 현대 미술사, 특히 추상 조각 분야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대표적인 조각가입니다. 조각의 본질인 ‘매스(Mass, 덩어리)’를 독창적인 시각으로 탐구하다 45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했습니다.
기본 프로필
출생~사망: 1945년 서울 출생 ~ 1990년 타계 (향년 45세)
학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데뷔 및 초기 활동: 고등학교 시절 기념조각을 제작하던 박재소를 만나 조각에 입문했으며,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주요 예술 세계 및 연작
전국광의 조각 세계는 주로 “쌓다”와 “허물다”라는 상반된 조형적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석조, 목조, 금속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루었습니다.
〈적(積)〉 연작: '쌓음'의 행위를 통해 물질의 볼륨과 중량감을 탐구한 대표적인 추상 조각 시리즈입니다.
〈매스의 내면〉 연작: 꽉 찬 덩어리의 내부를 시각적으로 해체하거나 파고들어,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과 물질의 내적인 힘을 표현했습니다.
평가 및 전시
미술사적 의의: 물질과 공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한국 현대 추상 조각의 지평을 넓힌 작가로 평가받습니다.
사후 재조명: 타계 이후에도 그의 예술적 성취를 기리는 대규모 회고전이 꾸준히 개최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전국광: 쌓는 친구, 허무는 친구》 같은 기획전을 통해 그의 드로잉, 마케트(모형), 조각 등 백여 점의 작품이 재조명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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