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X] 끝나지 않는 항해-그 날의 기록

[방구석5분혁신.초단편소설]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물속은 생각보다 조용하다. 소리는 위에 있을 때보다 덜 날카롭다. 나는 여전히 키를 쥐고 있다. 손에서 놓지 않았다. 놓지 않았기에, 이건 끝이 아니다. 끝은 배가 가라앉는 순간이 아니라 키를 내놓는 순간에 온다.


배는 박살났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형태는 본질이 아니다. 방향이 본질이다. 나는 아직 방향을 알고 있다.


사람들이 물 위로 튀어 올랐다가 다시 가라앉는다. 누군가는 허우적거리며 내 이름을 부른다. 손이 몇 번 공기를 움켜쥐다가 힘없이 내려간다. 부서진 판자에 매달린 얼굴들이 서로를 밀쳐낸다. 살기 위해 밀어낸다.


가까이 있던 항해사가 나를 붙잡는다. 눈이 마주친다. 입을 벌리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나는 손을 떼어낸다. 물이 그를 삼킨다. 다시 떠오르지 않는다. 비명이 몇 번 올라오다가 금세 끊긴다. 잠깐의 소란이 지나가면, 바다는 다시 조용해진다.


결국 남는 건 버틴 사람뿐이다. 버티지 못한 건 선택이다. 나는 처음부터 말했다. 남을 사람만 남으라고. 자신의 길을 택한 것이니 바카라임도 그들 몫이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배가 침몰했다.” 틀린 말이다. 우리는 가라앉은 적이 없다. 단지 더 깊은 항로로 들어왔을 뿐이다. 위에서 보던 바다는 얕았다. 지금의 바다가 진짜다.


나는 기억한다. 그들이 방향을 바꾸자고 했던 순간을. 그때 바꿨다면? 의미 없는 질문이다. 그 가정은 나를 부정한다. 나는 나를 부정하지 않는다. 내가 틀렸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선택이 무너진다. 그건 허용할 수 없다. 그래서 그 가정은 성립하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명령할 수 있다. 소리는 물에 묻히지만, 신호는 전달된다.

“흔들리지 마라.”


위에서는 빛이 흔들린다. 누군가는 그쪽으로 향한다. 나는 보지 않는다. 빛은 항상 유혹이다. 방향을 흐린다. 나는 빛을 좇지 않는다. 항로를 따른다.


내 손에 쥔 키는 더 이상 배를 움직이지 못한다. 상관없다. 상징은 실제보다 오래간다. 이 키를 움켜쥐고 있는 한, 나는 여전히 이 항해의 중심이다. 중심이 있는 한, 항해는 계속된다.


나는 안다. 누군가는 이걸 실패라 부를 것이다. 그들은 결과로 판단한다. 나는 다르다. 과정으로 본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항해, 그 자체가 승리다. 배가 침몰한 것? 도착하지 못한 것?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아직 키를 움켜쥐고 있다는 것, 내가 아직 멈추지 않았다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우리는 가라앉지 않았다.”


이 말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나는 여전히 존재한다. 존재하는 한, 나는 틀리지 않았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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