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남는 마지막 질문: 인간다움

[방구석5분혁신.디지털&AI]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AI가 인간의 능력을 약화시키면 정말 문제일까?


계산기를 쓰면서 암산 능력이 줄었다. 내비게이션을 쓰면서 길 찾는 능력도 줄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인간의 퇴보라고 부르는가? 더 정확하고 편리한 도구가 생겼는데도 예전 능력을 계속 붙잡고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그렇다면 판단은 왜 달라야 할까?


AI가 나보다 더 많은 정보를 읽고, 더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하고, 내 성향과 취향까지 나보다 잘 이해한다면? 내가 직접 결정하면 70의 결과가 나오는데 AI에게 맡기면 95의 결과가 나온다면, 그래도 내가 결정해야 할까?


내가 직접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25만큼의 손해를 감수할 가치가 있는 걸까? 그렇다면 자기결정은 더 좋은 삶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지켜야 할 가치라는 뜻인가?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 자기결정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을까?


혹시 지금까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내 선택의 결과를 더 정확하게 예측해줄 존재가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부모도 틀리고, 전문가도 틀리고, 국가도 틀리니 결국 나를 제일 잘 아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 가장 안전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자기결정은 인간의 본질이었을까. 아니면 더 나은 판단자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의 최선의 운영 방식이었을까?


조금 더 들어가보자.


육체노동을 기계에 넘겼을 때 인간다움이 사라졌는가? 계산과 기억을 컴퓨터에 맡겼을 때 인간다움이 줄었는가? 글쓰기와 분석을 AI에 넘기는 것은 어떨까? 여기까지 괜찮다면 판단은 왜 넘기면 안 되는가?


판단마저 AI가 더 잘한다면? 그리고 무엇이 나에게 좋은지 정하는 선택까지 AI가 나보다 더 잘한다면?


그때도 선택권은 반드시 인간에게 있어야 하는가? 내가 선택하지 않았더라도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고, 더 사랑하고, 덜 후회하는 삶을 살게 된다면 그것은 내 삶이 아닌가?


혹시 우리는 ‘내가 선택한 삶’과 ‘내 삶’을 같은 것으로 착각해온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AI 시대의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AI가 인간의 일을 얼마나 빼앗을까가 중요한가? 인간의 능력이 얼마나 퇴화할까가 중요한가? 아니면 우리가 지금까지 인간에게 반드시 남아 있어야 한다고 믿었던 것들 가운데 실제로 무엇이 끝까지 남아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 더 중요한가?


판단력도 아니고, 창의력도 아니고, 자기결정권마저 아닐 수 있다면 무엇이 남을까?


그리고 마지막 질문이 남는다.


우리는 정말 인간에게 남겨야 할 어떤 본질을 알고 있는가? 아니면 지금껏 기술이 대신하지 못했던 능력을 그때그때 ‘인간다움’이라고 불러왔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AI가 인간의 마지막 능력까지 가져간 뒤에도 인간은 여전히 인간일까? 아무것도 직접 하지 않아도. 아무것도 직접 판단하지 않아도. 심지어 자신의 삶조차 스스로 설계하지 않아도.


그래도 인간이라면,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믿었던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뿌리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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