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리더십]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더 많은 정보를 보고,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것 같다고? 현실은 종종 반대다. 나쁜 소식은 올라오며 순해지고, 반론은 줄어든다. 실패의 비용은 조직이 나눠 감당하고, 리더에게 남는 것은 매끄러운 보고서와 커진 확신이다. 더 위험한 건 그다음이다. 한 분야의 성공이 모든 판단에 대한 자신감으로 번지고, 그 생각에 사람과 예산과 조직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문제는 리더가 틀리는 데 있지 않다. 틀렸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 못하는 순간 시작된다.
1. 권력은 높은 곳에 있다. 현실은 대개 아래에서 벌어진다. 실무자는 틀리면 금방 안다. 고객의 항의와 떨어지는 수치로 바로 확인한다. 높은 자리에서는 다르다. 잘못된 결정은 부하가 수습한다. 실무자가 밤을 새운다. 조직이 나눠서 비용을 감당한다. 결정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적나라한 결과가 아니라 매끄럽게 정리된 보고서다.
2. 나쁜 소식은 위로 올라갈수록 순해진다. 반론도 줄어든다. 높은 사람에게 “틀렸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여러모로 위험하다. 리더의 판단이 맞아서 반론이 없는 것인지, 반론하기 어려워서 반론을 못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권력은 그 사람에게 들어오는 정보부터 바꾼다.
3. 여기에 성공 경험이 붙으면 자기 확신은 더 강해진다. 재무를 잘한다고 인사를 아는 것은 아니다. 기술을 안다고 고객을 아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한 분야의 성공을 다른 분야의 판단 능력으로 확장하기 쉽다. ‘인식적 무단 침입(Epistemic Trespassing)’. 충분히 알지 못하는 영역에서도 전문가처럼 판단하는 현상. 맞다, 선을 넘는 거다.
4. 문제는 권력자의 착각에는 실행력이 붙는다는 것. 평범한 사람의 오류는 전문가나 현실에 부딪혀 고쳐진다. 권력자의 생각은 전략이 되고 사람과 예산이 따라 붙는다. 개인의 착각이 조직의 비용으로 바뀐다.
5. 결과에서 멀어지고, 반론이 줄어들고, 자기 확신이 커진다? 경고등이다. 권력의 진짜 위험? 사람이 갑자기 나빠지는 게 아니다.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워진다는 거다.
6. 그래서 좋은 조직은 리더의 인품만 믿지 않는다. 결과를 결정자가 바카라임지게 하고, 불편한 소식이 가공되지 않고 올라오게 하며, 높은 사람에게도 “그건 아닙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한다. 필요한 것은 틀리지 않는 리더가 아니라, 틀렸을 때 드러내고 바로잡을 수 있는 구조와 시스템이다.
7. 리더의 생각이 검증의 대상이 아니라 판단의 기준이 되는 조직은 현실을 외면하고 왜곡한다. 오류는 수정되지 않고 충성으로 덮인다. 믿고 싶은 거짓말, 음모론, 망상이 결합한 가짜 세계를 사는 거다. 진짜 현실을 대체해 버린 '대안 현실'. 무오류의 지도자 신화가 망상인 이유다. ⓒ혁신가이드안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