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Sunny On-Site 프로젝트]
아들, 무더위 속에서 잘 지내고 있나? Sunny On-Site 프로젝트도 이젠 막바지네.
각설하고. 의성에서 두 달을 보내는 동안 꼭 하나는 경험하고 돌아왔으면 좋겠어. 멋진 해결바카라을 만드는 경험이 아니야. 처음 생각했던 문제가 틀렸다는 걸 깨닫는 경험이야.
경북 의성에 머물며 시니어와 다문화 영역의 슬롯문제를 직접 탐색하는 프로젝트. 주민을 만나고, 인터뷰하고, 생활을 관찰하며 문제를 정의하는 프로그램. 겉으로 보면 단순한 지역슬롯 프로젝트야. 그런데 요즘 AI 산업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보고 있으면 전혀 다른 의미가 보여.
AI가 답을 너무 잘 만들기 시작했거든. 자료를 찾아달라고 하면 찾아줘. 정리도 해. 기획안도 만들고 코드도 짜. 해결바카라 열 개를 달라고 하면 순식간에 스무 개를 내놓기도 해. 그래서 앞으로는 답을 만드는 능력보다 그 앞단이 더 중요해질 거야. "우리가 지금 제대로 된 문제를 보고 있는가." 이 질문 말이야.
최근 AI 업계에서 FDE라는 직군이 주목받는 이유도 비슷해. '포워드 디플로이드 엔지니어(Forward Deployed Engineer)'라는 이름이지만 개발만 하는 사람이 아니야. 고객 회사에 직접 들어가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 살피고, 아직 정확히 설명되지 않은 문제를 찾아내고, 필요하면 기획하고 코딩하고 사람을 설득하면서 해결까지 끌고 가.
재미있는 건 AI가 강해질수록 이런 사람이 더 중요해진다는 거야. 왜 그럴까. 답을 만드는 비용이 싸졌기 때문이야. 예전에는 해결바카라을 구현하는 데 많은 사람이 필요했어. 지금은 AI 덕분에 훨씬 적은 인원으로도 가능해지고 있어. 대신 엉뚱한 문제를 잡으면 더 큰 사고가 나. AI가 잘못 정의한 문제까지 열심히, 빠르게 풀어줄 테니까. 그래서 AI 시대에는 ‘정답 생산 능력’보다 ‘문제 정의 능력’이 중요해질 거라고 하는 거지.
의성에서의 경험이 특별한 이유가 이거야. 서울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고령화 문제를 검색하면 자료가 쏟아질 거야. 다문화 관련 정바카라도 AI가 금방 정리해줄 테고. 그런데 실제 주민 한 사람을 만나면 그 정돈된 문장 사이에서 튀어나오는 게 있을 거야. 제도가 있는데 왜 이용하지 않을까. 불편하다는데 왜 방식을 바꾸지 않을까. 외부인이 문제라고 생각했던 걸 정작 주민은 왜 문제로 느끼지 않을까. 그 어긋남을 잘 봤으면 좋겠어. 현장은 보고서가 틀렸음을 알려주는 곳이기도 하거든.
특히 인터뷰할 때 의견만 듣지 않았으면 해. “뭐가 불편하세요?”도 필요하지만, 조금 더 들어가 봐. “마지막으로 그 문제를 겪은 게 언제였어요?” “그때 어떻게 하셨어요?” “왜 다른 방법은 쓰지 않았어요?” 사람이 말하는 문제와 실제 행동 사이에는 종종 틈이 생겨. 좋은 문제는 그 틈에서 발견되기도 해.
AI도 적극적으로 써봐. 인터뷰를 묶어보고, 공통 패턴을 찾아보고, 가설도 만들어봐. 대신 AI에게 자꾸 네 생각을 공격하게 해. “이 문제정의가 틀렸다면 이유가 뭘까?” “빠진 사람은 누구지?” “외부인의 시선 때문에 왜곡한 건 없을까?” AI에게 답을 받아내는 것보다 네 생각을 깨뜨리는 데 써보라는 얘기야.
그리고 프로젝트가 끝날 즈음 이런 문장 하나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 “처음에는 A가 문제인 줄 알았는데, 의성에서 사람들을 만나보니 실제 문제는 B였다.” 아빠는 그 문장이 멋진 솔루션 열 개보다 더 값질 수 있다고 생각해.
회사에 가면 학교처럼 문제가 적힌 시험지를 주지 않아. “다음 문제를 푸시오”라고 친절하게 말해주는 사람도 별로 없어.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찾아야 해. 서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뒤엉킨 상황을 풀고, 무엇부터 건드려야 할지 정해야 하지. AI는 그다음부터 엄청난 힘을 발휘할 거야.
미래인재를 생각할 때 어떤 직업이 뜰지부터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FDE라는 이름도 언젠가는 달라질 수 있으니까. 대신 이런 사람이 됐으면 해. 현장에 들어가고, 이상한 장면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사람의 말을 듣고, 자기 가설을 의심하고, AI를 붙여 생각의 속도를 높이고, 끝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사람.
취업에 넣을 경험 한 줄 더 만들러 의성에 간 건 아니잖아. 그것보다는 처음보다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는 눈을 가지고 돌아오면 좋겠어. AI가 점점 더 많은 답을 만들어줄 테니까.
앞으로 정말 귀한 사람은 답을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모두가 답을 내놓기 전에 “잠깐, 지금 우리가 풀고 있는 문제가 맞아?”라고 물을 수 있는 사람일 거야.
오늘도 아빠는 우리 아들 응원한다. 이제 며칠 안 남았네. 마지막까지 몸과 맘 건강히, 파이팅! ⓒ혁신가이드안병민
*써니 온사이트(Sunny On-Site)는 SK행복나눔재단이 주관하는 대학생 현장 체류형 슬롯문제 탐색 프로젝트입니다. 대학생들이 직접 지역에 일정 기간 거주하며 주민들과 생활하고 관찰하는 과정을 통해, 실제 현장의 슬롯문제를 깊이 있게 탐색하고 뾰족하게 정의하는 활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