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리더십&조직문화]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넓은 방 안에서 사람들이 말없이 자리를 옮겨 다닌다. 누군가는 구석으로 물러서고, 다른 누군가는 중앙을 향해 다가간다. 공간 속 사람들의 움직임과 배치만으로 오랜 갈등의 숨은 역학을 찾아내는 코칭 기법,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 현장이다.
인간은 말보다 먼저 몸으로 반응한다. 조직 안에는 표면의 언어로 포착되지 않는 긴장도 존재한다. 익숙한 문제를 낯선 방식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힘도 있다. 컨스텔레이션이 때때로 직관적인 통찰을 주는 이유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누군가의 시선, 몸의 방향, 발걸음의 속도에 의미가 부여된다. 거리를 두는 행위는 단절로, 찰나의 멈춤은 억압된 상처로 손쉽게 규정되고 해석된다. 다른 사람의 파편적인 움직임 그 자체를 완벽하게 해독할 수 있다고 믿는 오만이 진짜 문제다. 몸의 반응을 관찰하는 일과 그것을 확정적 진단으로 선언하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서다.
누군가 무작위적인 몸짓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현장에는 보이지 않는 해석의 권력이 발생한다. 인간의 뇌는 본래 모호함을 견디지 못한다. 권위를 쥔 자가 단호한 해석을 내놓으면, 듣는 이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삶을 뒤져 그 말에 부합하는 기억을 서둘러 조립해 낸다. 가설은 이내 정답이 된다. 질문은 이내 판정이 된다.
이는 과학이 아니라 매력적인 소설 쓰기에 가깝다. 같은 조건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다. 객관적인 교차 검증도 불가능해서다. 절차 역시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 엄격한 매뉴얼보다 퍼실리테이터의 경험과 해석 능력에 의존한다.
조직의 문제는 전략의 실패, 권한의 불균형, 보상 구조, 리더십의 결함, 정보의 비대칭, 오래된 정치적 이해관계가 기형적으로 얽힌 결과다. 공간의 배치와 몇 걸음의 이동과 단편적인 몸짓만으로 이 복잡한 실타래의 본질을 짚어낼 수는 없다.
우리는 얽히고 설킨 다층적인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마법을 끊임없이 갈망한다. 하지만 진실에 다가서려면 직관의 짜릿함을 버리고, 지루하더라도 차갑고 건조한 데이터의 세계로 돌아와야 한다.
증명되지 않은 직관을 무기 삼아 문제의 원인을 찾아낸다고? 그것은 현상을 진단하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통찰은 겸손해야 한다. 해석은 신중해야 한다. 누군가의 삶과 조직의 운명을 다루는 엄중한 일에 '모호한 그럴듯함'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가설이나 질문으로 남겨두어야 할 현상을 확고한 정답으로 포장하는 순간, 새로운 위험이 시작된다. ⓒ혁신가이드안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