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 권지은 인터뷰

결국엔 더 멋지게 나아가고 싶은 마음에서 오는 불안정함이었어요

by부크럼




무슨 일 있어도 스스로를 쓸모없는 존재라 여기지 않기. 무엇보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웃고 잘 울기. 또 잘 마주하고 잘 떠나보내기.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부단히, 삶에 애정을 들이기.


삶은 자주 야속하게 다가온다. 행복해지기를 원할수록, 무언가에 진심일수록 역설적으로 행복은 멀어지고 진심은 흐릿해지기 마련이다. 막연하게 진심을 쏟아붓기만 하는 과정에서 너무도 쉽게 스스로를 잊고 놓아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점점 나를 잃어 가는 우리, 그를 통해 사랑과 관계까지 건강하게 꾸리지 못하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시 마음을 건강하게 세워 가는 방법을 알아가는 일일 것이다. 내 마음이 어떻게 생겼는지,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과 원치 않는 것은 무엇인지를 아는 것에서부터,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법, 그 사람을 아껴 주는 법, 비로소 온전한 ‘우리’가 되는 법 같은 것들 말이다.


5년 동안 5만 명의 팔로워에게 진솔하고도 따스한 조언과 위로를 건네 온 권지은 작가가 첫 에세이를 출간했다. 『이런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소중한 사람들을 넘어 나 자신에게까지 건네고 싶었던 작가의 진심들이 담겨 있다. 그 진심들을 하나씩 짚으며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흔들렸던 마음도 하루만큼씩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권지은 작가가 그토록 전하고 싶었던 진심과 다정함은 무엇이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려 한다.




Q1. 안녕하세요, 작가님. 첫 에세이 『이런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오랜 시간 SNS를 통해서만 작품 활동을 이어 오시다가, 드디어 첫 단행본을 출간하게 되셨습니다. 작가님께서도, 독자분들께서도 기다려 오신 만큼 감회가 더욱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이번 바카라을 출간하게 된 소감과 함께 독자들에게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1. '마음 쓰는 사람' 또는 '권지은입니다.'로 소개하는 편이 더 마음 편하다고 느끼는 시간을 내내 지나왔는데요. 그동안 주변에서는 작가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러 주시기도 했으나, 첫 바카라이 나오는 날이 되어야지만 비로소 편히 스스로를 작가로 소개할 수 있겠다, 하는 일종의 다짐 같은 것이 늘 공존했습니다. 남몰래 가져온 저만의 출발선이자 기준이랄까요.

이제는 제가 원하던 모습과 방향으로 한 발자국 나아간 것 같아, 벅차면서도 그만큼 어깨와 마음이 무겁습니다. 애정하는 독자님들, 안녕하셨나요. 꽤 긴 시간 동안 저의 출간을 기다려 주시고, 묵묵히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마음 덕분에 기쁘게 완성할 수 있던 바카라이라고,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명의 저자로서 처음 인사드립니다. 권지은 작가입니다. 오래도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Q2. 무엇보다 『이런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라는 바카라 제목이 인상 깊어요. 삶과 사랑, 관계 전반에 걸쳐 다정한 글들이 수록되어 있지만, 사실은 그런 진심 어린 문장들이 작가님 본인에게도 필요했다는 말처럼 다가오는데요. 바카라을 통해 작가님과 독자님들께 건네고자 했던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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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 저 역시 이번 바카라의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함께 고민해 주신 부크럼의 모든 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챕터를 전부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면, <나를 잃지 말자> 인 것 같아요. 내가 나이기 위해, 사랑이 사랑이기 위해, 우리가 우리이기 위해. 또 이 모든 것이 온전하게 존재하기 위해 그 안에서 주체성을 잃지 않고 스스로를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을, 원하는 사람과 사랑의 형태를, 나아가고 싶은 방향을 스스로 알아줄 수 있기를, 부디 내가 내게 조금은 더 다정해질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저도 여전히 그 과정에 있으니 같이 나아가 보자고, 그 안에서 우리 모두 너무 두렵고 외롭지만은 않았으면 한다고. 솔직한 문장들로 전하고 싶었어요.



Q3. 평소 작가님의 피드나 스토리를 보면, 바다나 노을, 달, 고양이나 귀여운 소품처럼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장면들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으신 것 같아요. 이밖에도 글을 쓰거나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 대상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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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 보통 자연 풍경이나, 사물, 일상 속 행동과 오고 간 대화 같은 것들, 근처에 늘 있는 것들로부터 단편적인 글의 재료들을 수집하는 것 같아요. 경험할 수 없는 영역에서 아주 새롭게 인사이트를 얻고 싶을 때는 다큐멘터리 같은 영상물을 보고요.

특출나게 아름답다고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라고 하더라도 구석구석을 살펴보려는 시선이 있고 나만의 사유 여행을 하려는 시도만 있다면 무엇이든 저마다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길을 걷다 무심코 땅을 봤는데, 더러워진 아스팔트 위에 홈이 파여서 어떤 형상을 띄고 있더라고요. 조금 더 들여다보니 그게 하트와 똑 닮아 보이는 거예요. 바로 메모했습니다. “패이고 해진 아스팔트 위 또렷한 하트. 좀 얼룩덜룩하더라도 사랑만큼은 선명한 거지.” 하고요. 보통 이런 식으로, 날것으로 평범하게 메모해 둔 것들이 나중에 글로 탄생해요.



Q4. 작가님께서 구사하시는 문장들에는 깊은 맛이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공감의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도 집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공감하고 위로받았던 문장이 있다면, 그중 몇 구절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문장들이 인상 깊었던 이유도 같이 말씀해 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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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사실 우리 모두는 생을 사랑하고 있는 거지. 사랑하기에 버거울 때도 있는 거지. 속상할 때도 있는 거지. 미움도 절망도 늘어나는 거지. 그리고 결국 이마저도 사랑의 근처에서 피어난 결론이겠지.>라는 구절인데요. 우리가 가진 외진 마음도 사실은 어떤 긍정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무언갈 바랐기 때문에 실망할 수 있고, 불안할 수 있고, 미워질 수 있고, 때로는 사랑했기 때문에 고통받고 상처 입을 수 있는 거라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무엇에도 기대지 않고, 사랑하지 않고서는 어쩌면 그렇게까지 버겁거나 절망하거나 환멸을 느끼거나 하는 일도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그래서인지 힘든 감정이 찾아올 때면 무조건 밀어내기보다, 내가 무엇을 그토록 바라고 있나 한 번쯤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근래에 한참 불안했을 때도 그랬고요. 결국엔 더 멋지게 나아가고 싶은 마음에서 오는 불안정함이었어요.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조금은 다르게 견뎌볼 힘이 좀 붙는 느낌이에요. 무엇보다 그렇게 원초적인 출발선을 돌아보는 일 자체도 결국엔 애정에 가깝다고 생각하고요. 이 문장을 쓰면서 꽤 지나온 시간을 위로받았던 것 같아요.



Q5. 근사한 음식을 준비하는 요리사들이 오히려 자기 끼니는 대충 챙기는 것처럼, 늘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작가님도 정작 본인의 마음을 못 챙기실 때가 있을 것 같아요. 부정적 감정이나 무기력감에 휩싸일 때마다 그런 감정을 다루는 방법이나 루틴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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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5. 루틴이 있다면, 일단 마인드맵으로 그려 보는 거예요. 어떤 감정들이 지금 내게 머물고 있는지, 왜 그런 마음이 드는지 뿌리를 찾으려고 애씁니다. 신기하게도 시각적으로 펼쳐두고 근원을 따라가다 보면 방향이 정리되는 감정들도 종종 있었던 것 같아요.

또 그런 부정적 감정들을 직접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로 산바카라을 하거나 운동을 하고, 늦잠을 푹 자거나, 소중한 이와 시간을 보내거나, 너무 먹고 싶었는데 도통 먹지 못했던 음식을 먹어줍니다. 이렇게 나름의 환기를 해주고 나면 빼곡하던 머릿속이 조금씩 느슨해지는 걸 느껴요. 그럼에도 회복되지 않는다고 여겨질 땐 무작정 훌쩍 떠났다 오기도 하고요! 생각보다 해보지 않은 경험이 주는 그 낯선 해방감이 케케묵은 감정을 녹여줄 때도 많았어요.



Q6. 도무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더위가 가시고, 어느덧 가을이 다가왔습니다. 하루를 보내다 보면 곧 연말도 올 것 같은데요, 작가님은 올 한 해를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으신가요?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지난 일 년을 되돌아봤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싶으신지도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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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6. 아, 해냈다. 잘 지나왔다. 하며 조금은 안도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남은 한 해를 더 알차고 풍성하게 채워야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해야 할 일을 하고, 바라던 상황에 가까워지기 위한 날들이 이어지겠지만, 그 가운데에서 저와 소중한 사람들의 안위를 너무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바쁘면서도 기쁜 26년을 지나가고 싶습니다.



Q7. 마지막으로, 내가 나이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가 우리이기 위해서 부단히 애쓰고 계신 독자님들에게 『이런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A7. 모두 애쓴 만큼 원하는 방향으로 흐를 거라 믿어요. 지금이 어렵게 느껴지는 만큼 우리 부단히 잘 나아가고 있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한 차례 바카라을 통해 전해둔 메시지지만, 다시 한번 건네보아요. 읽어 내린 모든 이들이 마침내 저마다의 세상에서 저만의 미소를 환히 띨 수 있기를. 스스로를 포함하여 마주하는 모든 것들이 이따금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기꺼이 사랑할 수 있는 당신이기를. 무엇보다도, 누군가의 물음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 잘 지내고 있어.” 말할 수 있기를.

여러분, 몸도 마음도 건강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라요. 저는 언제나 이곳에서 변함없이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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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스스로를 이겨 내며 노력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언제가 되었든 반드시 그에 맞는 결과로써 보답받을 것임을 되새기며 우리 조금만 더 힘내 봐요. 간혹 쉬어 갈지언정 부디 지치지만 말고요."


이 바카라을 만난 모든 분이 부디 지치지 않는 마음을 품게 되시길 바라며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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