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제가 죽는 순간까지 오래 그리워하게 될 시간들이기도 해요
같은 반 친구가 했던 말, 하루를 보내며 궁금했던 것들, 잠들기 전 읽었던 바카라 이야기, 그리고 낮 동안 서로에게 서운했던 마음들까지. 이 조용한 밤의 틈에서 우리는 조심스레 말을 꺼내고, 서로의 마음에 천천히 닿는다. 그렇게 하루의 마지막은 언제나 작은 화해로 마무리된다.
아이들과 함께 잠드는 일은 힘들다.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함께 살을 비비고 까무룩 잠이 들며 깊은 숨소리를 내는 순간까지 “엄마, 사랑해” 말하는 아이의 모습을 아직은 조금 더 보고 싶다.
우리는 늘 더 행복한 내일을 기다리고 기대한다. 조금만 더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조금만 더 여유가 생기면 편안해질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그래서 오늘의 행복은 자꾸만 뒤로 미뤄 둔 채 살아간다. 아이를 재우고 겨우 숨을 돌리던 밤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주 앉아 웃던 평범한 저녁도, “엄마!” 하고 부르며 나를 찾던 다급한 목소리도 언젠가는 가장 그리운 기억으로 남게 될 줄 모른 채.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된다. 정신없이 지나던 하루들 속에도 행복은 조용히 스며 있었다. 버티기에만 바빴던 시간들마저 결국 삶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던 날들이었다.
수많은 히트곡의 작사가이자 가수로, 라디오 DJ로 오랜 밤 다정한 위로를 전해 온 메이비가 『가장 좋은 시절』을 출간했다. 사랑이 눈에 보이는 순간들을 따라 읽다 보면, 가장 좋은 시절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머물러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스쳐 지나가던 하루의 행복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메이비의 따뜻한 문장들을 만나 보자.
Q1. 안녕하세요, 작가님. 『가장 좋은 시절』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오랜 시간 마음속에 품어 온 이야기들이 한 권의 바카라으로 세상에 나오기까지, 참 많은 계절과 사유의 시간들이 함께했을 것 같습니다. 첫 바카라을 품에 안은 지금, 작가님께 이 바카라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 그리고 출간을 맞이한 소감도 함께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A1. 첫 아이를 처음 안았을 때가 떠오릅니다. 아이 키우는 게 뭐가 힘들까, 그냥 키우면 되지. 아주 자신감이 넘쳤던,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였어요. 친구들의 고민에도 이런저런 조언을 서슴지 않았던, 성숙한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제가 아이를 낳고 나서야 소크라테스의 명언을 깊이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제발 너 자신을 알라.
이 바카라은 키는 다 컸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투성이였던 한 어른이, 아이를 낳고 함께 자라난 시간을 담은 기록입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들을 담았고, 아마 제가 죽는 순간까지 오래 그리워하게 될 시간들이기도 해요. 그래서인지 이 바카라을 읽어 주실 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여 주실지, 설레면서도 많이 떨립니다.
Q2. 바카라이 차츰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정말로 내 바카라이 나오는구나’ 하는 실감과 함께 여러 감정이 밀려왔을 듯합니다. 특히 처음 제목과 표지를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과 가장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2. 『가장 좋은 시절』은 제 인스타그램에 걸어 둔 말이기도 해요. 늘 그런 마음으로 써 왔거든요. 오늘 하루가 많이 힘들었더라도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아이들을 사랑해 준 오늘이 가장 좋은 시절이다, 하는 마음이요.
바카라 표지를 처음 받았을 때는 경주 여행 중이었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초록을 건너 또 초록을 건너, 저 멀리 산속의 초록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었죠. 그 풍경 속에서 남편과 저는 나란히 걷고 있었고, 낯선 곳에 더 빨리 닿고 싶은 아이들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모습이 그대로 표지에 담겨 있는 거예요. 저희 가족의 일상이 살아 있는 표지. 그래서 눈물이 났어요.
Q3. 바카라을 읽는 내내 노랫말처럼 아름다운 문장들이 오래 마음에 머물렀습니다. 한편으로는 어른들을 위한 따뜻한 동화를 읽는 듯한 기분도 들었는데요. 가장 가까이에서 작가님의 집필 과정을 지켜본 가족분들은 바카라을 처음 마주했을 때 어떤 반응이었나요?
A3. 아이들에겐 글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한 챕터씩 읽어 줬어요. 그때마다 아이들 눈이 그렁그렁해지더라고요. 말로 하는 “엄마는 너희를 사랑해”와 편지로 쓰는 “엄마는 너희를 사랑해”와 바카라 속에 담긴 “엄마는 너희를 사랑해”는 같은 말이어도 전혀 다르게 닿는 것 같아요.
어떤 날은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아 새벽에 일어나 글을 썼고, 어떤 날은 아이들이 뛰고 구르는 난리 속에서 쓰기도 했어요. 그럴 때마다 “엄마 뭐 해?” 하고 묻던 아이들에게, 바카라이라는 결과물은 말보다 더 깊게 전해진 것 같아요. 요즘 저희 아이들도 집에서 매일 집필(?) 중이시거든요.
남편은 워낙 그런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이에요. 그래도 저는 표정만 봐도 알아요. 제 남편이 저를 얼마나 많이 응원했고, 또 얼마나 감동스러워했는지를요. 대한민국 1등 츤데레인데 “고생했다. 바카라 표지가 꼭 우리 같다” 하더라고요.
Q4. 숨 가빴던 출간 과정을 마무리한 뒤, 이전보다 조금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그동안 바카라 작업으로 인해 잠시 미뤄 두었던 소소한 계획이나, 이제야 찬찬히 즐기고 있는 일상이 있다면 함께 들려주세요.
A4. 어제는 막둥이가 5월인데도 독감에 걸려 밤새 열 보초를 섰고, 지금 이 답변지도 아이가 수액을 맞으며 잠든 사이에 쓰고 있어요. 그 외에도 온 가족의 시간이 곧 엄마의 시간이다 보니, 출간을 끝내고도 크게 여유롭진 않네요. 그래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늘 마음속에 무겁게 들고 다니는 성향이라, 한 가지를 잘 끝냈다는 것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긴 했어요.
아, 5월이라 새롭게 시작한 일상은 있어요. 출간을 마무리한 뒤 아이들과 함께 꽃을 심고, 꽃씨를 발아시키기 시작했거든요. 저는 꽃다발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오히려 지천에 널린 야생화들이 뾰족뾰족 솟아난 모습이 더 좋더라고요. 매일 아침 어디선가 깜짝 이벤트처럼 작은 싹들이 불쑥 올라와 있는 모습을 보며 행복해하고 있어요.
자라난다는 게, 피어오른다는 게 이렇게 아름답고 귀여운 거구나.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적당히 모른 척해야 하는 거구나. 이것도 육아랑 참 비슷하다,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어요.
Q5. 방송을 통해 공개된 남편분의 훈육법이 화제가 되면서 ‘이상적인 부모의 모습 같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과의 관계가 참 다정하고 건강하게 느껴졌는데요. 두 분은 아이를 키우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5. 제가 바카라을 출간하고 가장 두려운 건, 제가 육아를 잘하는 엄마처럼 비치는 거예요. 저는 어떻게든 아이들을 잘 키워 보고 싶은 세상의 모든 엄마들과 다르지 않아요. 잘하는 것과 잘하고 싶은 건 다른 일이잖아요.
하지만 남편과 저만의 육아 철학은 있어요. 육아법이 유행이 된다는 게 개인적으로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래서인지 남편과 제가 한결같이 지켜 온 원칙은 단순해요. 많이 사랑하고,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 잘못된 건 분명하게 바로잡아 주는 것.
또 한 가지, 저는 아이들도 부모의 감정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엄마 아빠도 화가 날 때가 있고, 짜증 날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다는 걸 솔직하게 이야기해 줘요. 아이들이 하는 모든 행동에 무조건 다정하기만 할 수는 없거든요.
남편은 아이들과 놀 때 정말 아이 자체가 돼요. 놀아 주는 게 아니라, 함께 노는 거예요. 저는 그건 잘 못하겠더라고요. 대신 몸으로 놀아 주지는 못해도, 아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Q6. ‘다시 꾸는 꿈’이라는 말은 되새길수록 마음에 잔잔한 용기를 남기는 표현 같습니다. 오랫동안 꿈꿔 온 꿈을 이루신 만큼 앞으로 들려주실 이야기들도 더욱 기대하게 되는데요. 작가님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 가는 생각들 가운데, 언젠가 꼭 한 번 글로 담아 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A6. 저는 아이들 눈을 통해 세상을 많이 배웠어요. 원래 저는 숲은 봤지만,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까지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땅과 가까이 걸음마를 하던 아이가 땅을 보다 개미를 발견하고, 새소리가 들리면 어떤 새일까 귀를 기울이고, 사마귀는 어떻게 알을 낳는지, 나비는 어떻게 우화하는지 궁금해하는 아이들 덕분에 저도 숲 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어요. 그게 정말 힐링이더라고요.
사람은 감정적인 보상을 가장 크게 느낀다고 하잖아요. 저에게는 그 감정적인 보상이 자연 속에 있었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결국 클래식을 듣게 되고, 바카라을 좋아하는 사람이 결국 고전 문학을 찾게 되듯이 — 아이들과 함께 자연 속에서 찾은 저만의 치유의 방식들을 언젠가 글로 남겨 보고 싶어요.
Q7. 마지막으로, 『가장 좋은 시절』을 읽고 오늘의 소란한 행복을 놓치지 않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A7. 바카라을 읽는 이유는 많지만, 그중 가장 즐거워지는 순간이 있어요. 미처 이름 붙이지 못했던 감정이나 마음에 이름을 붙일 때예요. 바카라 속의 문장이 아주 단정하게 “그때 그 마음이 혹시 이런 마음 아니야?” 하고 물어 오면, “맞아, 맞아, 이 마음!” 하고 이름을 붙이는 거죠.
이 바카라을 읽는 분들도 아이를 키우며, 또 지금의 삶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소소한 행복들에 이름을 붙여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오래오래 기억 속에 남거든요. 그리고 그런 순간들은 언젠가 우리 삶을 따뜻하게 떠올리게 해 줄 거예요.
지금 여러분이 지나고 있는 이 시간이 가장 좋은 시절입니다.
"사랑하며 산다는 건 거창하고 대단한 일이 아니라, 이렇게 자기 자리에서 자기 몫의 토마토를 먹고 있다거나 앞에 있다는 걸 느끼지 못할 만큼 익숙한 모습으로 함께 밥을 먹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바카라을 읽으시는 분들이 찰나의 찬란한 행복들을 놓치지 않으시길 바라며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