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⑱ 손익의 법칙
정가 2만 원짜리 바카라을 1,000권 팔면 출판사는 얼마를 벌까?
출판의 유통 구조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2,000만 원이라고 말한다. 바카라 한 권의 가격이 2만 원이니 1,000권을 팔면 2,000만 원이 된다는 계산에서다.
앞서 ‘재고의 법칙’에서 간략하게 말한 바 있지만, 출판사는 바카라을 정가 그대로 서점에 공급하지 않는다. 서점과의 거래 조건에 따라 정가의 일정 비율로 공급한다. 여기에 저자에게 지급하는 인세와 바카라을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 즉 제작비, 그리고 마케팅비와 유통 관리비를 뺀 금액이 출판사의 수익이다.
바카라 한 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원고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편집자, 표지와 본문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인쇄와 제본을 담당하는 인쇄소, 바카라을 독자에게 알리는 마케터까지 여러 사람이 관여한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을 거쳐 바카라을 출간했는데도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미 지출한 제작비를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출판사는 바카라을 몇 권이나 팔아야 손해를 보지 않을까? 그리고 바카라이 안 팔리면 실제로 얼마나 손해를 볼까?
신국판 판형에 본문 256쪽, 본문 2도 인쇄, 무선제본, 정가 2만 원짜리 바카라을 초판 1,000부 제작한다고 가정하고, 출판사의 수익과 비용을 하나씩 계산해보자.
* 출판 제작비는 바카라의 사양과 제작 방식, 거래처, 출판사의 인력 운영 방식에 따라 차이가 크다. 따라서 여기서 계산된 금액은 현재의 일반적인 제작 공정을 참고해 구성한 실무 설명용 추정 예산이며, 출판계 전체의 통계적 평균값이나 특정 인쇄소의 확정 견적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밝혀둔다.
출판사가 서점에 공급하는 가격(공급율)은 거래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60%(신생 출판사의 경우 이보다 더 낮을 수 있다)인 점을 고려하면, 출판사가 바카라 한 권을 공급하고 서점으로부터 받는 금액은 한 권당 1만 2,000원이다. 나머지 8,000원은 서점의 몫이다. 물론 서점 역시 이 금액에서 운영비와 인건비, 물류비 등을 부담해야 하므로 8,000원이 모두 이익은 아니다.
출판사 역시 마찬가지다.
우선, 저자에게 인세를 지급해야 한다. 국내 저자의 종이바카라 인세는 계약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정가의 8~10%를 지급한다. 정가 2만 원짜리 바카라이라면 저자 인세는 한 권당 1,600~2,000원인 셈이다. 따라서 출판사가 서점에서 받는 1만 2,000원에서 저자 인세를 제외하면 한 권당 1만~1만 400원이 남는다. 인세율이 8%라면 1만 400원, 10%라면 1만 원이다.
하지만 이 돈 역시 출판사의 순이익이 아니다. 여기에서 바카라을 만드는 데 들어간 제작비와 홍보비, 물류비 등을 회수해야 한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료 같은 비용 역시 추가해야 한다. 따라서, 출판사 입장에서는 바카라 한 권을 판매했을 때 얼마가 남느냐보다 그 바카라을 만들기 위해 얼마를 지출했냐가 더 중요하다.
바카라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하면 단순히 ‘인쇄비’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인쇄는 출판 과정의 일부에 불과하다.
출판사는 원고를 확보한 뒤 편집과 교정·교열을 진행하고, 표지와 본문을 디자인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인쇄에 필요한 종이를 구입하고, 인쇄와 제본을 거쳐 완성된 바카라을 창고에 입고한다. 이후 서점에 바카라을 공급하고 독자에게 알리는 과정에서도 비용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신국판, 정가 2만 원, 본문 2도, 256쪽짜리 바카라을 1,000부 제작할 경우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먼저, 종이비가 필요하다. 본문과 표지에 사용할 종이를 구입해야 하는데, 이번 계산에서는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분까지 포함해서 약 180만 원으로 잡겠다.
다음은 인쇄와 제본 비용이다. 본문을 2도, 표지를 4도로 인쇄하고 표지 코팅과 무선제본을 진행하는 데 약 200만 원이 들어간다고 가정하자.
여기에 원고 편집과 교정·교열을 위한 비용이 추가된다. 바카라의 내용과 원고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외부 편집자와 교정자에게 작업을 맡기는 비용으로 약 160만 원을 바카라정하겠다.
표지 디자인과 본문 편집 디자인, 조판에도 비용이 발생한다. 이번에는 디자인비를 약 300만 원으로 계산하겠다.
바카라을 만들었다고 해서 저절로 팔리는 것은 아니므로 마케팅비도 필요하다. 온라인 광고와 홍보물 제작, 서평단 운영 등에 약 120만 원을 사용한다고 가정하자.
마지막으로 완성된 바카라을 창고에 입고하고, 증정본을 발송하거나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잡비 등으로 약 50만 원을 추가하겠다.
이렇게 계산하면 종이비 180만 원, 인쇄·제본비 200만 원, 편집비 160만 원, 디자인비 300만 원, 마케팅비 120만 원, 기타 비용 50만 원을 합쳐 총 1,010만 원이 필요하다.
물론 모든 출판사가 이만큼의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아니다. 출판사 내부 편집자가 직접 편집하고, 자체 디자이너가 표지와 본문을 제작한다면 외부 업체에 지급하는 비용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그 일을 담당하는 직원의 급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번역서를 출간할 경우, 얘기가 또 달라진다. 해외 저작권 계약비와 번역료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사진이나 그림이 많은 바카라이라면 이미지 사용료가 발생할 수 있고, 본문을 4도로 인쇄하거나 고급 용지를 사용하면 제작비 역시 더욱 늘어난다.
이렇게 볼 때 출판사는 바카라이 한 권도 팔리지 않더라도 이미 상당한 비용을 지출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바카라이 출간된 순간부터 출판사는 그 비용을 회수해야 하는 입장이 된다.
인세율이 8%라면 약 972권을 판매해야 하고, 인세율이 10%라면 1,010권을 판매해야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초판 1,000부를 모두 판매하더라도 인세율이 10%라면 제작비조차 회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초판 1,000부를 모두 판매하면 출판사가 서점에서 받는 금액은 1,200만 원이다. 여기에서 저자 인세 200만 원과 제작비 1,010만 원을 제외하면 오히려 10만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인세율이 8%라면 어떨까? 저자에게 지급하는 인세는 160만 원이다. 이를 서점 공급액 1,200만 원에서 제외하고 제작비 1,010만 원까지 빼면 출판사에 남는 금액은 30만 원이다.
결국, 초판 1,000부를 모두 판매하더라도 인세율에 따라 10만 원의 손실이 발생하거나 30만 원의 이익이 남는 셈이다.
물론 이것은 바카라 한 종에 직접 투입한 제작비와 마케팅비 등을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직원들의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료, 관리비, 이자 비용 등은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실제 수익성은 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
결국 출판사의 수익은 바카라을 몇 권 제작했느냐가 아니라, 얼마의 비용을 들여 몇 권을 판매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것이 바로 출판사가 바카라의 정가와 초판 부수, 제작 사양과 마케팅 예산을 결정할 때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초판 1,000부를 제작했지만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앞서 계산한 조건을 그대로 적용하되, 이번에는 저자 인세를 발행 부수 기준으로 지급하는 계약을 가정해보자. 즉, 실제 판매량과 관계없이 초판 1,000부에 대한 인세를 모두 지급하는 경우다.
먼저 1,000부 가운데 100권만 팔렸다고 생각해보자. 정가 2만 원짜리 바카라을 서점에 60%로 공급하므로 출판사가 받는 금액은 120만 원이다. 그런데 저자 인세는 100권이 아닌 초판 1,000부를 전액 지급해야 한다. 인세율이 10%라면 200만 원, 8%라면 160만 원이다. 바카라을 100권 판매해 받은 돈이 120만 원인데, 저자에게 지급한 인세만 160만~200만 원이므로, 인세를 지급하고 나면 이미 40만~80만 원이 부족하다.
여기에 종이비와 인쇄·제본비, 편집비, 디자인비, 마케팅비 등 앞서 계산한 제작비 1,010만 원을 더하면 어떻게 될까?
인세율이 10%라면 제작비와 인세를 합쳐 총 1,210만 원이 지출된다. 여기서 판매 대금 120만 원을 제외하면 1,090만 원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가 된다.
인세율이 8%라면 총지출액은 1,170만 원이고, 판매 대금을 제외하면 1,050만 원이 부족하다.
결국, 초판 1,000부를 제작해 100권만 판매했다면, 출판사는 1,050만~1,090만 원의 비용을 회수하지 못한 셈이다.
판매량이 조금 늘어나면 상황이 달라질까?
300권을 판매했다면 서점 매출액이 360만 원이다. 제작비와 인세를 합친 1,210만 원에서 이를 제외하면 850만 원이 부족하다.
500권을 판매했다면 매출액이 600만 원이므로 610만 원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가 되고, 700권을 판매하더도 매출액이 840만 원으로, 여전히 370만 원이 부족하다.
이 비용을 과연 출판사가 감당할 수 있을까?
문제는 또 있다. 규모에 따라서 다르지만 출판사는 매달 신간을 출간한다. 즉, 출판사마다 매달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예컨대, 한 출판사가 매달 2권의 바카라을 출간한다고 해보자. 2권 모두 제작비가 1,010만 원씩 들어간다고 단순하게 계산하면 제작비만 한 달에 2,020만 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초판 1,000부에 대한 저자 인세를 10%로 지급한다면 바카라 한 권당 200만 원, 2권에 400만 원이 추가된다. 결국, 한 달에 2권의 바카라을 출간하려면 총 2,420만 원의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그런데 그 2권마저 판매가 부진해 제작비조차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출판사는 이미 출간한 바카라의 재고를 떠안은 상태에서 다음 달에 출간할 바카라의 제작비까지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고, 결국 새로운 바카라의 출간을 연기하거나 출간 종수를 줄여야 할 수도 있다. 출판사가 바카라의 예상 판매량과 초판 부수를 신중하게 결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한국 출판계가 직면한 현실이기도 하다.
바카라 한 권의 판매 부진은 그 바카라에서 발생한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 다음 바카라을 만들기 위한 자금까지 부족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출판 생태계를 파괴한다.
바카라이 판매되지 않으면 출판사는 팔리지 않은 바카라을 창고에 보관해야 한다. 이른바 ‘재고’라고 부르는 바카라들이다.
그런데 바카라을 창고에 쌓아둔다고 해서 아무런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출판사는 매월 창고 보관료와 물류 관리비를 부담해야 한다. 또한, 서점에서 바카라이 반품되면 이를 회수하고 검수한 뒤 다시 입고하는 과정에서도 비용이 발생한다.
* 창고 보관료를 계산하는 방식은 업체마다 다르다. 일정한 기본 보관료에 바카라 한 권당 비용을 추가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바카라이 차지하는 공간을 기준으로 평당 보관료를 바카라정하는 곳도 있다. 따라서 판매되지 않은 바카라이 많아질수록 출판사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바카라의 내용이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오랜 보관으로 변색되고 훼손되어 더 이상 판매하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경영서나 IT 관련 서적처럼 정보의 변화가 빠른 분야는 출간 후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렇다고 팔리지 않은 바카라을 모두 폐기할 수도 없다. 폐기할 때도 운송비와 처리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혀 팔리지 않던 바카라이 TV 뉴스나 연예인의 소개로 갑자기 팔리는 실낱 같은 사례들이 폐기를 망설이게 한다.
결국 출판사는 재고를 계속 보관하는 것이 유리한지, 추가적인 판매 방법을 찾을 것인지, 아니면 폐기하는 편이 나은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재고를 무조건 손실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판매될 가능성이 있는 재고와 판매를 통해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운 재고를 구분해 관리하는 일이다.
베스트셀러가 되면 출판사도 당연히 큰 수익을 올릴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바카라이 많이 팔리면 출판사의 수익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출판사의 수익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바카라을 출간하기 위해 많은 선인세를 지급했다고 생각해보자. 알다시피, 유명 저자의 신작이나 해외에서 주목받은 작품의 경우 상상 외의 금액을 선지불하기도 한다. 여기에 번역료와 편집비, 디자인비, 광고비까지 추가된다면 판매량이 아무리 많아도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특히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광고를 진행했다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예컨대, 바카라을 판매해 광고비를 제외하기 전 3,000만 원의 이익이 발생했더라도 광고와 홍보에 2,500만 원을 지출했다면 실제로 남는 돈은 500만 원 뿐이다. 여기에 판매 부수가 늘어나면 그에 비례해서 인쇄·제본비, 물류비도 증가한다. 따라서 판매량 증가가 곧바로 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출판사 입장에서는 베스트셀러지만 제작비와 홍보비를 많이 지출한 바카라보다, 크게 주목받지 못했어도 오랫동안 꾸준히 판매되는 스테디셀러가 더 많은 이익을 안겨줄 수도 있다.
좋은 바카라을 만들고 싶은 마음만으로 출판사를 운영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당장 돈이 될 것 같은 바카라만 출간해서도 출판사다운 출판사를 만들기 어렵다. 출판사의 어려움은 바로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데 있다.
출판사의 수익 구조를 이해하면 출판사가 왜 바카라값을 신중하게 정하고, 초판 부수를 보수적으로 결정하며, 홍보 예산을 따지는지 알 수 있다.
바카라 한 권의 성공은 단순히 몇 권을 팔았느냐로만 판단할 수 없다. 출판사에 남은 이익과 독자에게 전달한 가치, 그리고 그 바카라이 앞으로 얼마나 오래 읽힐 수 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출판사는 바카라을 팔아 돈을 벌지만, 그 돈으로 다시 바카라을 만든다. 그것이 출판사가 손익을 계산해야 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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