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되뇌어 본다 나는 왜 여기 살고 있을까?
어느 날 문득 샤워를 하다가 예전 친구 생각이 났다. 미국인 친구였는데, 회사에서 친구로 잘 지냈다. 하루에 한 번 그 친구와 노닥거리거나 점심을 먹지 않으면 왠지 허전한 친구. 나는 한국에서 자라왔고, 그 친구는 미국에서 자라왔지만, 놀라울 정도로 생각하는 것 추구하는 것 그리고 우스개 소리 하는 방식도 잘 맞았다. 내 사고방식이 굉장히 미국적이거나 혹은 그 친구가 이해심이 아주 많거나 혹은 그 둘 다인 줄도 모르겠다. 가끔은 서로 쓰는 물품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여기서는 잘 구할 수 없는 제품들, 주로 해외 제품들이었다. 샴푸, 화장품, 식기, 옷, 신발 등.
샤워를 하다가, 그 생각이 났다. 내가 좋아하는 내가 쓰는 제품들을 구할 수 있다면, 그리고 인터넷이 있다면, 어디서든 못 살아갈 이유는 없다. 그리고 그 생각에 내 친구도 동의했다. 그만큼 어떤 것들은 구하기 힘들거나, 혹은 우리는 공간이나 국가, 이해하기 힘든 언어, 낯섦에 대한 적응이 높은 사람들인 것 같다.
하지만, 코비드 19 때문에 중국을 벗어나기 힘든 지금, 많은 외국인들이 상하이를 떠났다. 가까운 친구는 물론 건너 건너 알던 사람들도 많이 이 땅을 떠났다. 그리고 올해가 내가 여기서 일하게 된 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영영 한국에 돌아간다고 떠났지만, 나는 반대로 나는 한국에 영영 안 돌아갈 것 같아라고 답했다. 이게 내가 내 삶에 꼭 필요한 것이 여기 다 있다고 느껴서 인지, 혹은 그냥 나는 어디서든지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인지, 그래서 꼭 여기가 아니더라도, 어디든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인지는 모르겠다.
과거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 편인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뭔가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을 정리해보는 생각이 많이 든다. 중국에서 2개의 도시에서 살아봤고, 계속 일을 잘하고 있고, 2번 승진하기도 했다. 그리고 혼자 일 때문에 와서, 지금은 가족을 이루었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직도 잘 못하지만, 중국어도 제법 늘었고, 친구들도 생겼다. 여러 가지 성취한 것이 많고,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게 재밌어서 다른 문화에 크게 당황한 적은 없다.
오늘도 샤워를 하면서, 멀리 지구를 돌고 돌아온 샴푸를 짜내면서, 같은 생각을 한다. 이런 걸 구할 수 있다면, 사실 어디든 문제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