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위하여, 건배
아직 해가 건물 뒤에서 멈칫하는 시간, 버스 차고지에는 빈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기사 한 명이 운전석에 오르기 전, 팔을 와이퍼처럼 움직여 앞유리를 닦는다. 밤새 내려앉은 먼지를 밀어내고 와이퍼 사이에 끼인 마른 잎을 손으로 집어낸다. 마른 이파리. 그저께야 가을이 바람에 실렸는데 성격이 급한 녀석이 있구나. 곧 다시 더러워질 유리를 그는 안경 너머로 눈을 가늘게 뜨고 가장자리까지 살핀다.
차 안에는 아직 승객이 없다. 손잡이는 꼼짝하지 않고 하차 벨도 불이 꺼진 채 조용하다. 기사는 운전석에 앉아 잠시 운행표를 들여다본 뒤 시동을 건다. 어두웠던 행선판에 종점의 이름이 환하게 밝혀진다.
우리도 저마다 출발하기 전의 빈 차 안에 앉아 있는 때가 있지 않나.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고,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는지도 알 수 없는 때. 그런 날에는 멀리 내다보려 애쓰기보다 흐린 앞유리를 한 번 스윽 닦는 것으로도 괜찮다.
첫차가 서서히 차고지에서 꼬리를 뺀다. 아직 아무도 타지 않은 버스는 정해진 정류장을 향해 간다. 길은 승객이 모두 모인 뒤에야 시작되는 것이 아니어서, 오늘도 빈자리를 꽤 남겨둔 채 먼저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