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영주로 가기 전 이야기
-경상북도 영주로 가기 전 이야기
"나는 누나랑 결혼할 거야"
"더 안 만나봐도 되겠어?"
걱정이 되었다. 당시 타로 접고 마케팅으로 벌어먹고 살았던 나는 앞으로 내 글을 써야 했기에 한 가정을 이룬다는 것이 두려웠다. 물론 결혼이 무섭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만난 지 1년 정도 되어 결정하는 것은 섣부르다 생각했다.
"예술은 배고플 텐데.."
"누나가 돈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나는 그런 상황 못 봐."
걱정이 많았던 나는 남자친구에게서 이런 말이 나올지 상상도 못 했다. 그저 '내가 바카라임질게', '그렇긴 하지', '다 괜찮아!'라는 말이나 올 줄만 알았다. 그럼 더 천천히 생각해 보자고, 아직은 이르다고 이야기해보려 했다. 하지만 그는 사랑에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꿈을 향하는 길이 현실적이지 못하다 해도, 나를 응원해 줄 사람. 나는 이 사람에게 보답을 하고 싶어 졌다.
"고마워, 꼭 내 글을 써볼게. 그리고 더 만나다가 정말 결혼을 하고 싶으면, 그땐 내가 영주로 갈게."
"정말? 그래주면 고마운데.."
"응, 나는 어디에서든 글을 쓸 수 있으니까"
꿈을 응원해 주는 게 더 감사할 따름인데, 남편은 내가 영주로 가겠다는 말에 더 고마워했다. 당시 나는 경기도 부천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약 3년 전, 모아둔 돈으로 대출받아 부천에 집을 마련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에겐 결혼은 참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막연한 두려움, 그리고 어릴 때 보았던 좋지 못한 가정환경에 덜컥 겁을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일단 집부터 사야겠다는 마음에 추진했었다.
또,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전 까지는 사람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다. 웃기게도 20대 후반까지는 '너 그러다 사기당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사람을 신뢰했으나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니라는 것을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우게 되었다. 마음 둘 곳이 없었고, 가장 가까웠던 가족에게는 큰 상처를 매 년마다 받아왔다. 그러다 보니 온전히 사랑할 수 없는 두려움에 빠져있었다. 과거에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 말해도 그 말은 1년을 넘지 못했고, 꾸역꾸역 만난 3년이란 시간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모든 면에서 소홀하게 되는 것이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가족들이 있는 부천으로 집을 구하게 되었다.
혼자 살 집은 낡은 빌라로 정했다. 방은 3개였는데 부엌과 거실이 함께 있는 옛날 집이다. 큰 방의 문을 떼고 그곳을 스스로 응접실이라 부르며 탁자를 넣었고, 안방 이외에 나머지 방은 꿈에 그리던 서재로 꾸몄다. 낡은 빌라라 그런지 비가 오면 밖에서 물이 새들어왔다. 심할 때는 첨벙첨벙 소리가 날 정도로 물이 들어왔다. 서재에는 컴퓨터와 각종 전기선들이 있어 하루는 '이러다 전기 때문에 죽는 거 아닌가'싶을 정도로 무서웠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에는 서재에 들어가지 않았다.
지금의 남편과는 그 집을 사고 몇 달 지나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남편도 상담할 것이 있어 나에게 연락을 했는데 서로 마음이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정리할 마음이 남아있었기에 마음을 받기 어려웠다. 연락은 하고 지내 자고 했지만, 당시 그는 나와 잘되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어 그럴 수 없다며 연락을 끊었기에 안부조차 물을 수 없었다. 그렇게 1년이 또 지났다.
1년 뒤 그는 나에게 문자 한 통을 남겼다.
"잘 지내?"
알고 보니 1년 동안 못 잊었다는 말을 전해왔다. 친구들과 술 한잔 할 때면, '누나 보고 싶다'라고 했을 정도라며, 그동안 내 생각하느라 들은 발라드만 몇 개가 된다고 했다. 그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때 당시 나는 '내가 뭐라고 1년을 기다릴 수 있지?'라고 생각했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그에게 잘해준 게 그다지 없었다고 생각했기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다려준 그 마음이 예뻐 마음을 열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그와 인연이 되어 지금의 남편이 되었다. 연락이 닿았을 땐 그는 6개월 이상을 제주도로 출장을 가 있는 상태라고 했다. 한동안 전화데이트만 하려니 마음이 더 애탔다. 그가 퇴근할 때면 항상 전화가 왔고, 우리는 잠에 들 때까지 목소리를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출장이 끝나갈 때쯤, 그는 참지 못하고 고백을 했다.
"만나서 말해야 하는데.. 좋아해"
"나도. 그래도 그동안 나도 변했을 수 있으니 얼굴 보고 다시 결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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