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뭐냐는 질문이 불편한 이유

“이 일을 왜 하는 겁니까?”라는 질문 앞에서

by김용진

회의가 시작되자 팀장이 업무를 설명했다.

“이번 달 안에 전 부서의 자료를 취합해서 보고서를 완성해야 합니다.”


한 직원이 물었다.

“이 보고서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회의실의 대화가 잠시 멈췄다.


팀장은 대답했다.

“위에서 요청한 자료입니다.”

직원은 다시 물었다.

“그 자료로 어떤 의사결정을 하게 됩니까?”


이번에는 팀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일단 요청받은 일이니 진행하면 됩니다.”


직원은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회의에 참여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목적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고, 보고서는 완성되었지만 누구도 그 결과를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하지 않았다.


목적을 묻는 질문은 짧다.


그러나 그 안에는 여러 가지가 들어 있다.

이 일을 왜 하는가.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가.

완료되었다고 판단할 기준은 무엇인가.


이 질문이 불편한 이유는 단순히 대답하기 어렵기 때문이 아니다.

목적을 묻는 순간, 지금까지 해온 업무의 의미와 필요성, 우선순위, 바카라임이 함께 드러나기 때문이다.


목적을 묻는 질문은 업무의 시작점을 확인하는 질문이면서, 그 업무가 정말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이다.


I. 목적을 묻는 질문은 기존 업무를 흔들기 때문이다


조직에는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업무가 많다.


매주 작성하는 보고서, 매월 진행하는 회의, 매년 시행하는 교육, 관행처럼 유지되는 승인절차가 있다.

이 업무들은 대부분 “원래 하던 일”이라는 이유로 계속된다.


그런데 누군가 “이 업무의 목적이 무엇인가요?”라고 묻는 순간 익숙한 흐름에 균열이 생긴다.

업무를 지시한 사람도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할 수 있다. 과거에는 필요했지만 지금은 환경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실제 목적은 사라졌는데 형식만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목적을 묻는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기존 방식에 대한 점검이 된다.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해오던 일”을 계속할 것인지, “지금도 필요한 일”인지 확인하게 만든다.


업무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불편하다. 그동안 많은 사람의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시간을 썼다는 이유로 필요하지 않은 일을 계속할 수는 없다.

과거에 필요했던 업무와 지금도 필요한 업무는 다를 수 있다.


II. 목적을 묻는 질문은 바카라임의 방향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목적이 명확하면 업무의 바카라임도 분명해진다.


고객 불만을 줄이기 위한 업무라면 고객 경험의 변화가 결과가 되어야 한다. 비용을 줄이기 위한 업무라면 비용 절감의 기준이 필요하다.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보고서라면 어떤 의사결정에 활용되는지가 확인되어야 한다.


하지만 목적이 불분명하면 바카라임도 모호해진다.


자료를 제출했는지 여부만 확인하고, 그 자료가 실제로 활용되었는지는 확인하지 않는다. 회의를 개최했는지만 기록하고, 회의에서 어떤 결정이 이루어졌는지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교육을 실시했는지만 확인하고, 업무행동이 달라졌는지는 살펴보지 않는다.


목적을 묻는 질문은 업무를 활동의 수준에서 결과의 수준으로 이동시킨다.

“보고서를 작성했는가”가 아니라 “보고서가 어떤 판단을 지원했는가”를 묻게 한다.

“회의를 했는가”가 아니라 “회의를 통해 무엇을 결정했는가”를 묻게 한다.

“교육을 했는가”가 아니라 “교육 이후 어떤 행동이 달라졌는가”를 묻게 한다.


그래서 목적을 묻는 질문은 업무를 맡은 사람뿐 아니라 업무를 지시한 사람에게도 바카라임을 요구한다.


III. 목적을 모르는 것이 드러날까 봐 불편하다


목적을 묻는 질문이 불편한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목적을 정확히 모른다는 사실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사는 모든 업무의 목적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무자는 지시받은 내용을 잘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조직에서는 업무의 배경과 맥락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위 조직에서 내려온 요청이 중간관리자를 거쳐 실무자에게 전달되면서 목적은 생략되고 작업내용만 남는다.


“자료를 만들어라.”

“회의를 잡아라.”

“현황을 정리해라.”

“교육을 진행해라.”


이렇게 업무가 전달되면 실무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지만, 왜 해야 하는지는 모르게 된다.

그 상태에서 누군가 목적을 묻으면 지시를 전달한 사람은 자신의 이해 부족을 드러낼 수 있다. 그래서 “일단 하라”는 말로 질문을 막는다.


그러나 모른다는 사실을 숨기는 것보다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확인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목적을 모른 채 빠르게 실행하면 잘못된 결과를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다. 반대로 목적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IV. 목적과 방법을 혼동하면 질문이 공격처럼 들린다


조직에서 목적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는 이유는 목적과 방법이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팀장이 “매주 월요일 오전에 회의를 진행하자”고 했다고 하자.

팀원은 “회의의 목적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팀장은 이 질문을 회의 자체에 대한 반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회의는 목적이 아니라 방법이다.


회의의 목적은 진행상황을 공유하는 것일 수 있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일 수 있다.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일 수 있다. 부서 간 업무를 조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

목적이 같더라도 방법은 달라질 수 있다.


진행상황 공유가 목적이라면 문서나 대시보드로 대체할 수 있다.

의사결정이 목적이라면 참석자를 줄이고 쟁점 중심으로 진행할 수 있다.

업무조정이 목적이라면 관련 부서의 담당자만 참여하는 짧은 회의가 더 적합할 수 있다.


“왜 회의를 합니까?”라는 질문이 회의에 대한 반대라면 갈등이 된다.

“회의를 통해 무엇을 결정하거나 해결하려는 것입니까?”라는 질문은 목적을 확인하는 대화가 된다.


질문의 표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목적과 방법을 분리하는 사고다.


V. 목적이 분명하면 실행은 오히려 자유로워진다


목적이 명확한 조직은 방법에 대해서는 더 유연할 수 있다.


고객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담당자는 기존 절차 외에도 여러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보고서가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문서의 형식보다 필요한 정보와 판단기준에 집중할 수 있다.


반대로 목적이 없고 방법만 정해져 있으면 사람들은 형식을 지키는 데 집중한다.

정해진 양식에 맞추고, 정해진 순서대로 진행하고, 정해진 사람에게 보고하지만 실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목적이 없는 조직에서는 규칙이 많아진다. 목적이 분명한 조직에서는 판단이 가능해진다.

이 차이는 리더의 설명에서 시작된다.


“이 업무는 고객 이탈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이번 회의는 부서 간 우선순위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투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 교육은 새로운 시스템을 실제 업무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목적이 이렇게 설명되면 구성원은 자신의 업무를 더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VI. 목적을 묻는 질문을 실행의 언어로 바꾸는 방법


목적을 묻는 질문은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들기 위한 질문이 아니다. 더 나은 실행을 위한 질문이어야 한다.

“이 일을 왜 해야 합니까?”라고만 말하면 방어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다.

대신 다음과 같이 질문할 수 있다.


“이번 업무를 통해 최종적으로 달라져야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 결과물은 누가 어떤 판단을 할 때 사용합니까?”

“완료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현재 방법 외에 더 효율적인 방법도 검토할 수 있습니까?”

“제가 우선순위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기준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들은 지시를 거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시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실행하려는 질문이다.

리더 역시 목적을 설명할 때 단순한 구호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고객 중심으로 하자”보다 “고객의 반복 불만을 줄이기 위해 접수부터 처리까지의 시간을 단축하자”고 말해야 한다.


“협업을 강화하자”보다 “부서 간 승인 지연을 줄이기 위해 담당자들이 당일 안에 우선순위를 합의하자”고 말해야 한다.

목적은 추상적인 문장이 아니라 행동과 결과로 번역되어야 한다.


VII. 목적이 없는 업무를 발견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목적이 불분명하다고 해서 모든 업무를 즉시 중단할 수는 없다.

먼저 업무의 배경과 사용처를 확인해야 한다. 상위 목표와 연결되어 있는지, 법적·고객·품질상의 필수 업무인지, 다른 업무의 선행조건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확인 결과 목적이 사라졌거나 중복된 업무라면 개선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 업무는 불필요합니다”라고 단정하기보다 “현재 결과물이 실제 의사결정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활용부서와 기준을 정리한 뒤 형식과 주기를 조정해보면 어떻겠습니까?”라고 말하는 방식이다.


목적을 확인하는 질문은 폐지를 위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더 좋은 업무방식을 만들기 위한 질문이기도 하다.


오늘 확인해야 할 세 가지


첫째, 내가 하고 있는 업무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인가.

둘째, 내가 만드는 결과물은 누가 어떤 판단을 할 때 사용하는가.

셋째, 지금의 방법이 목적을 달성하는 데 가장 적합한 방법인가.


목적을 묻는 질문은 불편하다.

그 질문 하나로 업무의 필요성, 바카라임의 방향, 성과의 기준, 리더의 설명 수준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편하다는 이유로 질문을 막으면 조직은 목적 없이 바쁘게 움직이게 된다. 사람들은 많은 일을 하지만 중요한 일은 놓치고, 결과물을 만들지만 실제 변화는 만들어내지 못한다.

목적을 묻는 사람은 일을 하기 싫은 사람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제대로 하고 싶기 때문에 질문하는 것일 수 있다.


목적을 묻는 질문은 업무를 방해하는 질문이 아니라, 업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질문이다.


목적이 분명해지면 사람은 더 잘 움직인다.

그리고 목적이 공유되면 조직은 덜 바쁘게 일하면서도 더 중요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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