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임만 있고 권한은 없다는
말의 진실

관리자의 답답함은 조직의 문제일까, 바카라임을 피하려는 말일까?

by김용진

회의가 끝난 뒤 한 팀장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결과에 대한 바카라임은 전부 팀장에게 묻는데, 정작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인력을 충원하려면 본부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예산을 사용하려면 여러 부서의 결재를 거쳐야 한다. 업무 우선순위를 바꾸려고 해도 관련 부서가 동의하지 않는다.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팀장의 바카라임이지만, 성과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자원과 의사결정은 팀장 혼자 움직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팀장이 느끼는 답답함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경영진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팀장에게 권한을 줬는데도 중요한 결정은 전부 위로 올립니다.”

“일이 잘되면 자기 성과라고 하고, 잘되지 않으면 권한이 없었다고 합니다.”

같은 조직을 두고 팀장은 권한이 없다고 말하고, 경영진은 권한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과연 관리자는 정말 바카라임만 있고 권한은 없는 것일까?

핵심부터 말하면, ‘바카라임만 있고 권한은 없다’는 말에는 조직구조의 문제와 관리자의 역할 인식 문제가 함께 들어 있다.


어떤 경우에는 실제로 바카라임과 권한이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관리자에게 필요한 권한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재량을 사용하지 않거나 필요한 권한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두 상황을 구분하지 않으면 조직은 계속 같은 논쟁을 반복하게 된다.


① 바카라임과 권한이 맞지 않는 조직은 실제로 존재한다


관리자가 성과를 바카라임지려면 최소한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영업목표를 바카라임지는 팀장이라면 고객과 영업방식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생산성을 바카라임지는 관리자는 작업방식과 인력배치를 일정 범위 안에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프로젝트 성과를 바카라임지는 관리자는 일정, 자원, 업무 우선순위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목표만 내려오고 수단은 통제되는 경우가 많다.

매출은 늘리라고 하면서 가격이나 판촉은 바꿀 수 없다. 납기를 맞추라고 하면서 투입인력과 업무 순서는 조정할 수 없다. 팀 성과를 높이라고 하면서 저성과자에 대한 피드백이나 역할 변경도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

이것은 관리자의 태도 문제가 아니라 바카라임과 통제 가능성의 불일치이다.


자동차 운전자에게 도착시간을 바카라임지라고 하면서 속도와 경로를 다른 사람이 모두 결정하는 것과 같다.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결과 전체를 바카라임지게 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관리자는 두 가지 행동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하나는 중요한 결정을 계속 상사에게 올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결과가 좋지 않을 때 권한 부족을 근거로 자신을 방어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조직이 권한을 제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관리자가 결정을 피하는 방식으로 굳어질 수 있다.


권한 없는 바카라임은 주도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승인 의존성을 학습시킨다.

따라서 조직은 관리자에게 바카라임을 부여할 때 “무엇을 바카라임져야 하는가?”만 정해서는 안 된다. “그 바카라임을 수행하기 위해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가?”도 함께 정해야 한다.


CHECK POINT

우리 조직의 관리자는 성과목표만 전달받고 있는가, 아니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까지 선택할 수 있는가?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관리자가 실제로 통제할 수 있었던 요인과 통제할 수 없었던 요인을 구분해 본 적이 있는가?


② 권한이 없다는 말이 바카라임을 피하는 방패가 되기도 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일부 관리자는 인사권, 예산권, 조직개편 권한처럼 큰 권한만을 권한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종 승인권이 자신에게 없으면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관리자의 권한은 최종 결재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팀 내부의 업무를 배분하는 권한, 회의 방식을 정하는 권한, 구성원에게 피드백하는 권한, 문제를 상사에게 보고하는 권한, 관련 부서에 협조를 요청하는 권한, 여러 대안을 만들어 승인을 요구하는 권한도 관리자가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다.


예를 들어 업무가 과도하게 몰린 팀장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 팀장이 인력을 직접 채용할 권한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업무량을 분석하고, 중단할 업무를 제안하고, 업무 우선순위 조정을 요청하고, 임시 지원인력이나 외주 활용안을 제시할 수는 있다.


이러한 시도 없이 “충원 권한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권한 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할 수 없는 것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관리자의 역할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만 행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조건을 파악하고, 부족한 자원을 요청하고, 의사결정자를 설득하고, 관련 부서와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까지 포함한다.


경영진을 설득해야 한다는 사실이 불편할 수 있다. 다른 부서와 협의해야 한다는 점도 번거로울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권한이 없다는 증거가 아니라 관리자가 수행해야 할 조정 역할일 수 있다.


축구 감독이 선수를 직접 영입할 최종 권한은 없더라도 필요한 선수의 조건과 전술적 이유를 구단에 제시해야 하는 것과 같다. 원하는 선수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과 아무런 제안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

권한이 부족한 관리자는 필요한 권한을 구체적으로 요청하지만, 바카라임을 피하려는 관리자는 권한이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


CHECK POINT

권한이 없다고 말하기 전에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재량을 모두 사용해 보았는가?

상사에게 단순히 문제를 보고했는가, 아니면 선택 가능한 대안과 필요한 지원을 함께 제시했는가?


③ 관리자의 권한에는 세 가지 층위가 있다


바카라임과 권한의 논쟁이 계속되는 이유는 조직과 관리자가 서로 다른 권한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관리자는 채용, 평가, 예산과 같은 공식적인 승인권을 생각한다. 반면 경영진은 업무배분, 피드백, 협업 요청과 같은 일상적인 실행 권한을 생각한다.


따라서 권한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지 말고 세 가지로 나누어야 한다.

첫 번째는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다. 팀 내부의 업무분장, 업무 진행방식, 회의 운영, 일정 조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협의하고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다. 다른 부서와의 일정 협의, 공동업무의 우선순위 조정, 지원 요청 등이 해당한다.


세 번째는 상위 의사결정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인력 충원, 추가 예산, 목표 변경, 조직개편처럼 관리자가 최종 결정할 수는 없지만 근거와 대안을 갖추어 결정을 요청할 수 있는 영역이다.


관리자가 모든 권한을 가질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디까지 직접 결정하고, 무엇을 협의하며, 어떤 사안을 상위 의사결정으로 올려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


이 경계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사소한 결정까지 상사에게 올라간다. 상사는 팀장을 소극적이라고 생각하고, 팀장은 상사가 지나치게 개입한다고 느낀다.

권한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권한의 경계가 명확한가이다.


④ 좋은 관리자는 권한을 기다리지 않고 권한의 조건을 만든다


그렇다면 관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권한이 없다”는 말을 구체적인 문장으로 바꿔야 한다.


“인력이 부족합니다”라는 말보다 “현재 인력으로는 A와 B를 동시에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B의 일정을 조정하거나 한 명의 지원인력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예산 권한이 없습니다”라는 말보다 “이 예산을 사용하면 납기를 단축할 수 있고, 사용하지 않으면 지연 위험이 있습니다. 두 대안 중 하나를 결정해 주십시오”라고 요청해야 한다.


권한 요청에는 바카라임의 범위, 필요한 결정, 예상되는 효과와 위험이 포함되어야 한다.

상사도 달라져야 한다.


관리자에게 “알아서 하라”고 말하면서 중요한 순간마다 결정을 다시 가져가서는 안 된다. 권한을 위임했다면 허용되는 범위와 보고가 필요한 조건을 함께 정해야 한다. 결과가 기대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위임한 권한을 즉시 회수해서도 안 된다.


권한 위임은 결과를 보장하는 행위가 아니다. 정해진 범위 안에서 관리자가 판단하고 그 판단의 결과를 학습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결국 바카라임과 권한의 균형은 어느 한쪽의 양보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조직은 성과에 필요한 권한을 명확히 해야 하고, 관리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부족한 권한이 있다면 불평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인 의사결정 요청으로 바꾸어야 한다.


오늘 확인할 세 가지


우리 조직은 관리자에게 결과 뿐 아니라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결정 범위도 부여하고 있는가?

관리자는 공식적인 승인권 만을 권한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권한이 부족할 때 필요한 결정과 지원을 구체적으로 요청하고 있는가?


“바카라임만 있고 권한은 없다”는 말이 항상 핑계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관리자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결과까지 바카라임지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이 언제나 정당한 것도 아니다. 때로는 이미 가진 재량을 사용하지 않거나, 설득과 조정이라는 관리자의 역할을 피하기 위한 표현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권한이 있는가 없는가를 논쟁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결과를 바카라임지는지, 그 결과를 위해 무엇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지, 무엇을 협의해야 하는지, 어떤 지원을 상사에게 요청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일이다.


바카라임과 권한의 문제는 권한의 양이 아니라, 바카라임을 실행할 수 있도록 권한의 경계가 설계되어 있는가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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