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캐스팅하는 사람이다

좋은 사람을 뽑는 것보다, 맞는 사람을 맞는 자리에 세우는 일이 먼저다

by김용진

회의가 끝난 뒤 팀장이 한숨을 쉬었다.

“사람은 괜찮은데, 이상하게 이 일을 맡기면 결과가 잘 안 나옵니다.”

비슷한 이야기는 조직에서 자주 듣는다. 성실하고 바카라임감도 있고 경험도 충분한데 특정 업무만 맡기면 기대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평소에는 크게 눈에 띄지 않던 사람이 어떤 프로젝트를 맡는 순간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사람이 갑자기 달라진 것은 아니다.

달라진 것은 역할과 사람의 조합이다.

리더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 조합을 만드는 일이다.

나는 이것을 캐스팅이라고 생각한다.


배우가 아무리 뛰어나도 배역이 맞지 않으면 작품은 살아나지 않는다


영화를 생각해보자.

유명한 배우를 많이 섭외한다고 반드시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뛰어난 배우라도 역할이 맞지 않으면 어색해질 수 있다.

반대로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가 자신에게 꼭 맞는 역할을 만나 작품 전체를 살리는 경우도 있다.

조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조직 안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다.

이번 일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누구인지 찾는 것이다.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난 사람과 고객을 설득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다를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잘 만드는 사람과 계획을 끝까지 실행하는 사람도 다를 수 있다.


갈등 상황에서 여러 사람의 의견을 조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혼자 깊이 파고들어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할 때 강점을 발휘하는 사람도 있다.

모든 사람이 모든 역할에서 뛰어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발견하는 것이다.


리더가 먼저 봐야 할 것은 사람이 아니라 역할이다


캐스팅을 잘하려면 사람부터 보면 안 된다.

먼저 봐야 할 것은 역할이다.

조직에서 새로운 과제가 생기면 리더는 흔히 이렇게 생각한다.

“누구에게 맡길까?”

그러나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질문이 있다.

“이 일에서는 무엇을 해내야 하는가?”


예를 들어 신제품 출시 프로젝트를 맡길 사람을 찾는다고 해보자.

단순히 제품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시장 정보를 빠르게 수집해야 할 수도 있고, 여러 부서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 정해진 일정 안에 의사결정을 끌어내는 추진력이 중요할 수도 있다.


같은 프로젝트라도 핵심 역할이 무엇이냐에 따라 필요한 사람이 달라진다.

그래서 좋은 캐스팅은 사람 평가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역할 정의에서 시작된다.


같은 사람도 어떤 역할을 맡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조직에서는 사람을 쉽게 평가한다.

“추진력이 부족하다.”

“리더십이 약하다.”

“소통이 부족하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때로 지나치게 단순하다.


한 직원이 전략기획 업무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현장 운영 업무를 맡은 뒤 뛰어난 성과를 낼 수도 있다.

또 다른 직원은 혼자 업무를 수행할 때는 평범했지만 여러 부서가 참여하는 프로젝트에서 탁월한 조정 능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


이것은 능력이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강점이 맞는 역할을 만나 드러난 것이다.

그래서 리더가 사람을 평가할 때는 이런 질문이 필요하다.


“이 사람은 일을 잘하는가?”

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이 사람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잘하는가?”


두 질문은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르다.

첫 번째 질문은 사람을 평가한다.

두 번째 질문은 사람과 역할의 관계를 본다.



좋은 캐스팅에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1. 역할을 먼저 정의해야 한다


리더는 사람을 배치하기 전에 해당 역할에서 어떤 결과가 필요한지 명확하게 해야 한다.

업무의 목적은 무엇인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지, 어떤 역량이 중요한지부터 정리해야 한다.

역할이 모호하면 사람을 제대로 배치하기 어렵다.

결국 가장 시간이 남는 사람이나 가장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 일을 맡기게 된다.

하지만 경험이 많다고 항상 적합한 것은 아니다.

캐스팅의 출발점은 사람이 아니라 역할의 요구조건을 이해하는 것이다.


2. 사람의 강점을 직급이 아니라 행동으로 봐야 한다


조직에서는 사람을 직급이나 경력으로 판단하기 쉽다.

“과장이니까 이 정도는 해야 한다.”

“10년 경력이니까 프로젝트를 맡길 수 있다.”

그러나 직급과 경력은 그 사람이 어떤 일을 잘하는지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리더는 실제 행동을 봐야 한다.


누가 복잡한 문제를 구조화하는가.

누가 여러 사람의 의견을 정리하는가.

누가 고객의 반응을 빠르게 읽는가.

누가 어려운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가.

이러한 행동이 반복된다면 그것이 그 사람의 강점일 가능성이 높다.


3. 개인의 강점보다 팀의 조합을 봐야 한다


좋은 팀은 뛰어난 사람을 모아놓은 팀과 반드시 같지 않다.

각자의 강점이 서로 연결되는 팀이 더 강하다.

아이디어를 만드는 사람만 모이면 실행이 부족할 수 있다.

실행력이 강한 사람만 모이면 새로운 방향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분석가, 실행가, 조정자, 설득자가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을 때 팀의 성과가 높아진다.

그래서 리더는 개인을 평가하는 동시에 조합을 설계해야 한다.

캐스팅은 한 사람을 좋은 자리에 배치하는 일이 아니다.

여러 사람의 강점이 연결되도록 팀을 구성하는 일이다.



리더가 모든 일을 잘할 필요는 없다


리더가 된 뒤 가장 흔하게 빠지는 함정이 있다.

자신이 직접 해결하려는 것이다.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접 고친다.

고객 미팅이 걱정되면 직접 나간다.

프로젝트가 늦어지면 자신이 실무에 들어간다.


단기적으로는 빠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반복되면 조직은 점점 리더에게 의존하게 된다.

리더는 가장 뛰어난 실무자가 되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강점을 제대로 발휘하도록 만드는 사람이다.

그래서 리더의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내가 어떻게 해결할까?”

에서

“누가 이 일을 가장 잘할 수 있을까?”

로 바뀌어야 한다.



좋은 리더는 사람을 바꾸기 전에 자리를 바꿔본다


사람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할 때 조직은 교육부터 생각한다.

교육도 필요하다.

코칭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확인할 것이 있다.


지금 이 사람이 맡고 있는 역할이 맞는가?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에게 맞지 않는 역할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반대로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만나면 사람은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한다.


그래서 리더는 사람을 바꾸려고 하기 전에 역할을 다시 봐야 한다.

문제의 원인이 역량 부족인지, 경험 부족인지, 아니면 단순한 미스캐스팅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리더십은 결국 사람과 역할을 연결하는 일이다


조직에는 완벽한 사람이 없다.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상대적으로 잘하는 일이 있다.

리더의 역할은 그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직이 필요로 하는 역할과 연결하는 것이다.

그 연결이 잘 이루어질 때 개인의 강점은 성과가 된다.

반대로 연결이 잘못되면 좋은 인재도 평범해질 수 있다.

그래서 리더가 사람을 볼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누가 가장 뛰어난가?”

가 아니다.

“이 역할에서 누가 가장 잘할 수 있는가?”

이다.


리더는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나는 배우가 될 필요가 없다.

누구를 어떤 역할에 세울지 결정하고, 서로 다른 사람이 하나의 성과를 만들어내도록 조합하는 사람이면 된다.


리더는 최고의 선수를 찾는 사람이 아니라, 각자가 최고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이 조직에서 리더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캐스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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