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으로 왔다(1)

삶을 짓는 문장 84. <환대>

by모카레몬


사람을 통해서 나를 키운다

Through others
I become more of who I am






하늘 길을 건너 그 집으로 왔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지 일주일이 지나고 있다.

덜.. 덜.. 덜.. 떨리던 마음은 온데간데없다.

시차적응을 하면서 현지 시간으로 개인적인 새벽묵상과 독서를 하고, 작가들과 토론을 한다.

집 주변에 있는 지역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자유롭게 짠 일정으로 루틴을 실천하고 있다.

도움 없이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고 싶은 곳을 다녀온다.


애초에 관광 목적이 아닌 여행길이었다.

남편과 계획된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우연히 환대해 준 Mina작가 덕분에 이곳에 올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 근교에 있는 집은 1860년대 이 지역의 시장 집이다. 현재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오래된 집의 벽과 바닥은 수차례 고쳐진 흔적을 감추지 않았다.

돌길이 보이지 않는 풀들을 모두 베고 Mina작가가 손수 정원을 가꾸었다.

여러 종류의 허브와 화초들과 재스민 나무, 무화과나무, 블랙베리, 포도나무가 심겨 있다.

그리고 이름 모를 나무들이 정원을 지키고 있다.


나는 준비한 것이 없는데, 이미 마련되어 있는 자리로 초대를 받았다.

그녀가 사람을 맞이하는 방식은 더 내어주려 애쓰지 않으면서도 모자람이 없다.

그녀 곁에 있으면 나도 그렇게 된다.

잘하려는 마음대신 그냥 내 모습 그대로 있게 된다.



환대는 따스한 말 한마디로 설명될 수 없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마음이며 행위이기도 하다.

긴장하지 않아도 되고 나를 덜 의식하게 된다. 그녀는 그런 매력이 있다.

온라인에서만 접하던 그녀의 일상 속으로 나도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누군가를 귀하게 여긴다는 것을 다시 배운다.

특별한 방식으로 대하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 그대로 편안하게 대하는 일.

쉽지만 무척 어려운 일임에도 그녀는 자신의 공간을 가꿀 줄 알며 나눌 줄 아는 사람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시를 떠올린다. 이곳에서 자주 생각하게 된다.

함께 각자의 시간을 데리고 와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일은 쉽게 할 수 없다.

성경에도 수넴 여인이 엘리사를 위해 작은 방 하나를 마련해 두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한 사람을 위해 공간과 시간을 나누는 마음은 받는 이가 아니고서는 절대 모를 것이다.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에서도 매일 손님을 맞이하라, 환대하라고 이른다.

맞이하는 기쁨은 스스로 느껴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다.





일주일 동안 그녀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리도 가졌다.

함께 운동하며 호흡에 대해 깊이 있게 나누는 Judy와 점심을 함께 했고,

Claren의 가족도 같이 맞이했다. 짧은 이해로 그들의 대화를 짐작하고 어설프게 말을 해도 너무 유쾌하다.

꾸밈없는 그들의 웃음과 천진난만함은 현지의 기후와 문화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Claren의 가족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셰프이기도 한 Mina작가가 내게 부엌의 주도권을 넘겨주었다.

그녀가 사용하는 요리 도구들과 양념으로 초대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음식을 만드는 일은 영광이었고, 또한 내게 무척 즐거운 일이다.

그녀의 부엌엔 흰 쌀이 없다. 귀리와 렌틸콩, 그 외 잡곡으로 밥을 한다. 그녀의 레스토랑도 마찬가지다.


김밥이라면 맛있게 뚝딱 말 수 있는 자신이 있다. 건강한 밥으로 김밥 속 재료를 구입하고 다듬는 일은 나의 모든 감각을 여는 일이다. 모짜렐라 치즈를 얹은 떡볶이에 간을 하고, 소고기와 양파를 구워 곁들인 저녁 메뉴이다. 너무 맛있게 먹고 찬사를 보내는 Mina작가와 Claren의 가족을 통해 감사를 표현하는 마음이 표정과 목소리와 제스처로 고스란히 흘러나왔다.


어쩌면 지나온 나의 시간들을 내어 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결혼해서도 출석하는 교회 청년들이 배고프다고 찾아오면 라면을 끓이거나 김밥을 말곤 했다.

아기가 있는 젊은 부부들이 우리 집에서 식사를 했고, 동료와 친구들이 식탁을 함께 하곤 했다.

늘 즐기던 일이었고 우리 집 식탁이 풍요롭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하기를 소망한다.




전하는 말이 완전하지 않고 표현이 서툴러도 마음은 번역되지 않는 채로 전해진다.

사람이 사람을 향해 열릴 때, 비로소 흐르기 시작하는 것은 진심이리라.

우리는 그것을 은혜이거나 사랑이라고 부른다.

누군가와 함께 음식을 나누고 먹는 일은 소소한 일상이기도 하지만, 시간과 마음을 전하는 일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은 소수이긴 하지만 나와 매우 가까운 이들이었다.


누군가의 삶 속에 잠시 머문다는 일은 얼마나 큰 허락인지 모른다.

나는 낯선 땅에서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온전히 지나고 있다.


환대는 무엇을 얼마나 가져서 베푸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향해 열려 있는 가장 깊은 형태의 언어다.

하늘 길을 건너 내가 다시 배우는 것은 사람을 통해서 나를 키운다는 것이다.


**양평에서의 끄적임을 다시 펼쳐본다. 환대를 베푼 사람과 함께 한 사람들의 얼굴이 밝고 환하다.




글벗 되어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오늘, 충만한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사진. by mocalemon.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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