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비효율적이어야 한다

AI가 없애는 마찰이 권력을 더 강하게 만든다

byBeomView

우리는 더 빠르고 효율적인 슬롯를 발전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국가 권력까지 너무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AI 시대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어쩌면 기술이 아니라, 기술이 없애버린 ‘비효율’을 다시 만드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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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하나를 바꾸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려면 여러 사람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국가가 개인의 삶에 개입하려면 수많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효율만 생각하면 답답한 제도다.

독재자는 이런 과정이 필요 없다.

결정하고 실행하면 된다.


그래서 권력이 집중된 국가는 민주주의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느린 데에는 이유가 있다.

권력이 너무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일부러 마찰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동안 비효율이라고 불렀던 것들이 사실은 민주주의의 안전장치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AI는 지금 그 마찰을 빠르게 없애고 있다.


우리를 지켜온 것은 어쩌면 비효율이었다

국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세금과 출입국 기록이 있고, 부동산과 자동차 소유 정보가 있다.

범죄나 행정 기록 역시 여러 국가 시스템 안에 존재한다.


하지만 정보가 존재하는 것과 그것을 자유롭게 연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과거의 정보는 흩어져 있었다.

한 기관이 가진 정보를 다른 기관이 마음대로 볼 수 없었다.

한 사람을 깊이 들여다보려면 자료를 요청하고 권한을 확인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인 허가도 받아야 했다.

시간이 걸리고, 사람도 필요했다.


우리는 이것을 행정의 비효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비효율 때문에 국가도 모든 사람을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 없었다.


한 사람을 추적하는 데 비용이 들었다.

권력이 개인에게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 거리가 우리를 보호했다.


팔란티어가 없애는 것은 정보 사이의 거리다

팔란티어를 단순히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회사라고 생각하면 본질을 놓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곳에 존재하는 데이터를 연결하는 능력이다.


팔란티어는 자사의 정보, 국방용 소프트웨어가 서로 다른 출처와 형식의 데이터를 통합하고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이 기술의 강력함은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원래 따로 존재하던 정보들 사이의 거리를 줄이는 데 있다.


이 능력은 분명 유용하다.


전쟁에서는 흩어진 정보를 연결해 더 빠르게 판단할 수 있고, 범죄 수사에서는 서로 관련 없어 보이던 사건의 관계를 발견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기술 자체를 악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팔란티어 역시 데이터 접근 권한과 사용 목적을 통제하는 기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AI가 제안한 행동을 사람이 승인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이 기술이 국가가 한 인간을 이해하는 비용을 급격하게 낮춘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일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2025년 미국 이민세관집행국 ICE는 기존 조사 시스템을 확장해 ‘ImmigrationOS’라는 새로운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미국 정부 조달 문서에는 이 시스템의 목적 가운데 하나로 이민 단속 대상의 선정과 체포 작업을 더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기능이 명시돼 있다.


이후 해당 계약은 팔란티어에 부여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정 정바카라에 대한 찬반만이 아니다.

더 본질적인 변화는 따로 있다.


과거에는 여러 사람이 여러 시스템을 오가며 찾아야 했던 정보를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훨씬 빠르게 연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기술은 새로운 눈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흩어져 있던 수많은 눈을 하나의 시선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 순간 국가가 한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진다.


국가가 나를 이해하는 비용이 낮아진다

과거에는 모든 사람을 동시에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돈이 많이 들었다.

사람도 필요했다.

시간도 필요했다.


그래서 감시는 선택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AI가 데이터 통합 시스템과 결합하면 이 전제가 흔들린다.


사람이 일일이 자료를 찾지 않아도 된다.

시스템이 관계를 연결하고 패턴을 발견하며, 먼저 살펴봐야 할 대상을 골라낼 수 있다.

국가가 개인을 이해하는 비용은 계속 낮아진다.


반대로 개인이 국가를 이해하는 비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정부가 나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알기 어렵다.

어떤 정보가 연결되었는지도 알기 어렵다.

누가 그것을 들여다봤는지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국가가 시민을 보는 해상도는 계속 높아지는데, 시민이 국가를 보는 해상도는 그대로다.

이것이 AI 시대의 새로운 권력 비대칭이다.


좋은 사람이 사용하면 괜찮다는 착각

강력한 감시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범죄자를 잡는 데 사용하면 좋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지금 누가 사용하는지가 아니다.

언젠가 누가 사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민주주의는 권력이 언제나 선할 것이라고 믿고 만든 제도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권력은 언젠가 잘못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권력을 나누었다.

절차를 만들었다.

판사의 허락을 받게 했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게 했다.


그런데 강력한 데이터 시스템이 한번 구축되고 나면 그것을 사용하는 정권은 바뀔 수 있다.

기술은 그대로인데 기준만 달라질 수 있다.


어제는 범죄자를 찾던 시스템이 오늘은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있다.

누구를 위험하다고 볼 것인지.

어떤 관계를 의심할 것인지.

어떤 행동을 감시할 것인지.

검색 조건이 달라지는 순간 같은 기술은 전혀 다른 권력이 된다.


그래서 민주주의에서 기술을 평가할 때는 지금의 사용 목적만 봐서는 안 된다.

최악의 권력이 이 기술을 손에 넣었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봐야 한다.


미래의 감시슬롯는 우리를 지켜보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의 감시슬롯는 누군가가 우리를 계속 바라보는 슬롯였다.

미래에는 그럴 필요조차 없을 수 있다.


AI가 모든 사람을 직접 감시하는 대신 데이터 안에서 특정한 사람만 골라내면 되기 때문이다.

이 순간 감시는 관찰에서 판단으로 이동한다.


관찰은 내가 무엇을 했는지를 본다.

판단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한다.

예측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내가 아직 하지 않은 행동까지 가능성으로 계산하려 한다.


그래서 미래의 감시슬롯는 모든 사람이 24시간 감시당하는 슬롯가 아닐 수도 있다.

아무도 나를 보고 있지 않은데,

이미 내가 어떤 사람인지 결정되어 있는 슬롯일 수 있다.


그때 더 중요한 문제가 생긴다.

왜 내가 그렇게 분류되었는지 알 수 있는가.

잘못된 판단이라면 반박할 수 있는가.

AI가 어떤 정보를 연결해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 확인할 수 있는가.


그것을 알 수 없다면 개인은 자신을 판단한 권력과 싸우기조차 어려워진다.


개인정보보다 중요한 것은 연결권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개인정보 보호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정보 하나하나는 별것 아닐 수 있다.

이동 기록 하나만으로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세금 기록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러 정보가 한곳에서 연결되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작은 정보들이 서로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점이 선이 되고,

선이 하나의 인간을 만든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새로운 권리를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을 ‘연결권’이라고 생각한다.


국가가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만 묻는 것이 아니다.

그 정보를 누구의 허락으로, 어떤 목적에서, 어디까지 연결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기술이 정보 사이의 벽을 없앤다면 민주주의는 필요한 곳에 다시 벽을 세워야 한다.

모든 기관의 데이터를 자유롭게 연결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다.

연결할 때마다 목적과 기록을 남기게 할 수도 있다.


AI가 한 사람에게 중요한 판단을 내렸다면,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설명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는 불편하다.

효율도 떨어진다.

하지만 그것이 민주주의가 치러야 하는 비용일 수 있다.


기술이 없앤 마찰을 민주주의가 다시 만들어야 한다

AI의 목표는 대부분 비슷하다.

더 빠르게 찾는다.

더 빠르게 연결한다.

더 빠르게 판단한다.


하지만 모든 속도가 좋은 것은 아니다.


국가가 한 사람을 들여다보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

권력이 개인의 삶에 개입하기 전에 여러 단계를 거치는 것.

누군가를 판단하기 전에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것.

이런 과정은 기술의 관점에서는 낭비일 수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관점에서는 안전장치다.

기술은 계속 벽을 허물 것이다.

정보와 정보 사이의 벽도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민주주의의 역할은 오히려 반대가 될 수 있다.

없어져서는 안 되는 벽을 다시 만드는 것이다.


FrameLAB 결론

팔란티어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은 아니다.

AI가 감시슬롯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기술이 권력의 비용을 너무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국가가 한 사람을 이해하고 추적하기 위해 시간, 사람, 절차가 필요했다.

그 비효율이 권력을 늦췄다.

그리고 그 느림이 개인을 보호했다.


하지만 AI는 그 거리를 없앤다.

흩어진 정보를 연결하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찾고,

수많은 개인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게 만든다.


그래서 AI 시대의 민주주의에는 새로운 역설이 생긴다.

기술은 더 효율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권력까지 무조건 효율적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더 빠른 정부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을 더 빠르게 추적하고 더 쉽게 분류하고, 더 간단하게 판단하는 정부까지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민주주의는 원래 느리게 만들어졌다.

우리가 비효율이라고 생각했던 절차들은 사실 권력이 시민에게 너무 빨리 도달하지 못하게 만드는 거리였다.


AI가 그 거리를 없애고 있다면,

민주주의는 다시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세상은 복잡하지만, 핵심은 단순합니다.
저는 당신에게 정보가 아닌 '프레임'을 건넵니다.
- 범뷰(BeomVie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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