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된 시간을 연장하고 다시 만난 5년 전의 나
자신의 몸을 스스로 찔러본 적이 있는가.
무엇으로 찌르냐가 관건이겠으나, 나의 경우에는 주사 바늘이었다.
항암치료를 앞두고, 미혼 여성인 나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혹시 모를 임신 가능성을 위해 난자를 동결할 것인가, 아니면 호르몬에 반응하는 암으로부터의 안전을 위해 난자를 동결하지 않을 것인가.
나는 그 기로에서 결국 난자를 동결할 것을 선택했고, 이를 위해 2-3일에 한 번씩 과배란 유도 주사를 맞아야 했다. 문제는 그 주사를 나 스스로 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1.5 cm 정도는 되어 보이던 날카로운 주사 바늘을 직접 배에 찔러 넣어야 했다. 주삿바늘로 할복이라도 하는 양 압도적인 공포심이 나를 짓눌렀다.
주사를 직접 놓게 된 첫날, 바늘을 도저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내 나이가 몇 살인데. 나는 용기 있게 눈을 질끈 감고 주사기를 꾹 눌렀다.
‘너무 겁먹었나? 별로 안 아프네’라는 생각도 잠깐..
눈을 뜨니 약물은 통에 그대로 고여있었고, 들어 올리는 순간 그대로 옷에 떨어졌다.
후드득.
차가운 약물이 바지에 스며들었다. 옷과 주사기를 엉성하게 붙잡고 있던 양 손끝으로부터 어깨까지 싸한 감각이 올라왔다. 주삿바늘을 덮은 플라스틱 통을 분명 제거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한 회에 9만 원짜리 주사였다. 나는 실수로 9만 원을 흘려버린 것이다. 그 돈이면 제주도 비행 편을 예약할 수도 있는 거였는데. 황당하게 흘려버렸다.
아, 내 돈.
누군가에게는 별거 아닌 그 돈에 눈물 나는 내 현실이 차갑게 와닿았다. 젊은 나이에 암에 걸리고, 난자 동결을 해야 하고, 곧 머리가 다 빠져버릴 예정인 내 현실.
시간이 멈춘 줄로만 알았던 그 때로부터 어느덧 5년이 흘렀다. 항암 치료가 끝난 지도 한참 되어, 그때의 고통이 이제는 조금이나마 흐릿해졌노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전, 5년 전 동결했던 난자의 보관 기간을 연장하고 왔다. 여전히 비쌌다. 가임력 보존에 대한 회의감은 여전했으나, 그때도 지금도 나는 조금이라도 안정적 이어 보이는 선택지를 위해 높은 비용을 지불했다.
선택에 대한 판단은 아직 할 수 없다.
다만 죽음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에도, 어떻게든 가치관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시도했던 그때의 내가 그 자리에 남아있다. 몸무게가 8 kg이 빠져 앙상해진 손으로 있는 힘껏 주삿바늘을 찔렀던 그 용기가 지금의 나를 응원한다. 그렇게 올해도, 내년도, 가능하면 오랜 기간 내내 건강하게 살아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