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 장 PlayList
저는 음치입니다. 대외적으로 노래를 부를 일이 생기면 참 난감하죠. 한 번은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를 선곡한 적이 있습니다. 그 노래가 쉬워 보였기 때문이죠. 곧 저는 후회했습니다. 가사가 너무 많았거든요.
개인적으로 21세기 새로운 한글 시조가 [싸구려 커피]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그 정도로 이 노래를 좋아하죠. 가사다운 가사가 보이지 않는 시대에 장기하의 노래들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입니다. 그 시작을 알린 [싸구려 커피]는 잊을 수 없는 노래입니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 마리쯤 쓱~ 지나가도
무거운 내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에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본다.
아직 덜 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 쉬기가
쉽지를 않다
수만 번 본 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 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하고 달라붙었다가 떨어진다
뭐 한몇 년간 세숫대야에
고여 있는 물 마냥 그냥 완전히 썩어가지고
이거는 뭐 감각이 없어
비가 내리면 처마 밑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멍하니 그냥 가만히 보다보며는
이거는 뭔가 아니다 싶어
비가 그쳐도 희끄무레죽죽 한
저게 하늘이라고 머리 위를 뒤덮고 있는 건지
저건 뭔가 하늘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너무 낮게
머리카락에 거의 닿게 조그만 뛰어도 정수리를
쿵~ 하고 찧을 거 같은데
벽장 속 제습제는 벌써 꽉 차 있으나 마나
모기 때려잡다 번진 피가 묻은 거울을 볼 때마다
어우 약간 놀라
제 멋대로 구부러진 칫솔 같다 이빨을 닦다 보면은
잇몸에 피가 나게 닦아도 당최 치석은 빠져
나올 줄을 몰라
언제 땄는지도 모르는 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입에 가져가 한 모금 아뿔싸 담배꽁초가
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 마리쯤 쓱~ 지나가도
무거운 매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에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되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본다
아직 덜 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쉬기가
쉽질 않다
수만 번 본 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 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하고
달라붙었다가 떨어진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 이런 공감 가는 글을 오랜만에 접했었죠. 그 외에도 한 소절 한 소절이 가슴을 울립니다. 무심한 듯한 장기하의 목소리가 입혀지면 게임 끝이죠.
가수로서 장기하에 대한 비판도 많을 것입니다. "가창"이랄 것 없는 그의 초라한 노래 실력, 자기 복제 같은 비슷비슷한 멜로디들, 그가 창조해 낸 이 희한한 노래의 장르에는 한계도 뚜렷해 보입니다.
그런데 반전이 터집니다. 요즘 핫한 솔로 아이돌, "비비"의 노래들 중 [밤양갱]이란 히트곡이 있는데 장기하가 작사 작곡한 곡이랍니다. 그는 요즘 트렌드의 리듬과 멜로디, 가사까지 가능한 실력도 겸비하고 이었던 것입니다.
독특하고, 희한하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가사가 있는 노래. 그런 노래가 아직도 장기하의 입에서 불려지고 있습니다. 그의 노래가 현재 진행 중이라는 사실에 통쾌한 희열을 느낍니다.
그동안 선정했던 플레이리스트들을 위의 유튜브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