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a 문과 커리어에서의 영업 직무)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꾸준히 나오는 슬픈 밈중에 하나, 바로 "문송합니다" 입니다. 차가운 취업 현실 앞에서 특히나 문과 출신들에게는 더 좁은 문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취업 시장에서 인기가 있었던 전공을 보면 과거에 전화기(전자/화학/기계공학), 빅데이터시대 통계학, 최근에는 반도체, 신소재 분야 전공 등 으로 흐름이 바뀌었지만 그 속에서 늘 문과는 후순위이곤 했습니다.
그런데, 더 가슴 아픈 사실은 문과 전공자들의 험난한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 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바로, 문과는 입사하기도 힘들지만 입사 '후'에도 참 살아남기가 상대적으로 힘들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여러 산업군을 넘나들며 이직을 해왔던 경험이 있는데, 어느 산업군이나 거의 비슷하게도 롱런하는, 경쟁력 있는 직무로 승승장구 하는 임직원들은 문과 출신보단 이과 베이스가 비중이 더 높곤 했었습니다.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우선, 문과 기반의 직렬들은 주로 경영지원부서라고 일컫는 백오피스, 스탭 부서에 주로 배치가 됩니다. 인사, 교육, 총무, 재무, 홍보, 구매, 감사 부서 등 말이죠. 이런 부서의 특징은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하는 케이스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제너럴리스트에 의해 상대적으로 순환 발령을 받을 수 있는 진입장벽이 낮은 직무로 인식이 되곤 합니다.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은 한마디로 대체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비교해보면, 고도의 특정 기술이나 스킬, 고차원적 지식을 요하는 생산, 기술, 연구 등 주로 그 회사의 도메인을 바카라임지는 핵심 직무들은 회사 내에서 아무나 그 쪽으로 발령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과 직렬의 사람들이 문과 직렬의 직무로 전환이 되었을 때 (물론 안 해본 업무에서 오는 일시적 혼란 등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금 긴 호흡으로 두고 보면 아예 못할 일들은 사실 없습니다. 반대로 문과 직렬의 사람들이 이과 직렬의 직무로 배치를 받는다? 배워서 할 수준 그 이상인 경우가 대체로 많습니다.
취업이 어려운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주요 업무를 바카라임지는 핵심 직무인 이과 직렬이 그래서 TO가 많을 수 밖에 없고, 그러니 채용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습니다. TO가 없는, 그래서 공고 조차 잘 안 나오는 문과 직무들에 비해서는 말입니다.
문과 직무가 입사 하고도 어려운 이유는 그래서 정년까지 버티는 것이 참으로 고됩니다. 인사 부서에서만 주로 있어본 경험에 미루어 볼 때, 회사에서 구조조정이나 희망퇴직을 할 때 아무래도 문과 베이스의 직무라고 소개한 백오피스, 사무직 들이 더 위험에 취약합니다. 누구나 말로는 퇴사하고 싶다 노래를 하지만 최대한 오래 버티고 싶은 것은 매한가지인데 제 아무리 대기업이어도 TOP-Tier 급이 아닌 이상 정년을 다 채우는 경우는 현장, 기술, 생산직, R&D 등 을 제외하면 매우 낮은 비중입니다.
그나마! 문과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엄연히 말하면 꼭 문과라서라기 보다는 전공을 타지 않는) 금융/보험업권도 취업문이 다른 제조업들에 비해 계속 좁아지고 산업 사이클도 하향세에 있는 경우가 많으며, 그 어떤 업종보다도 구조조정, 희망퇴직, 명예퇴직의 빈도가 높은 곳이라고 할 수 있어 문과들은 참으로 이래저래 슬픕니다.
그렇다면, 내가 문과 취업준비생이라면, 문과 회사원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건 저도 고능력자가 아니라 뭐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문과 취업준비생이라면 공무원이나 공기업 혹은 면허(라이센스)를 보유한 전문직(일부는 AI 대체 위험은 있다지만)의 도전에 저는 한 표를 던집니다. 그게 아니라 꼭 사기업에 가야만 하겠다면 영업직도 두려워 하지 않을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문과 출신이라면 협상력, 설득력, 커뮤니케이션, 문제해결력 등(문과는 원래 옛부터 말과 글 승부를 봐야했던 것과 유사하죠)을 강점을 갖고 있어야 하고, 저 무기로 성과를 내기에는 영업직이 최고입니다.
인사팀에 있으면서 자주 접하는 커리어패스를 살펴보면 문과 출신으로 살아남는 경우(예: 정년까지 혹은 정년근처까지 혹은 임원 등 경영진까지 올라가는) 대개 출발을 영업직으로 했든, 아니면 다른 직무로 출발을 했어도 결국에 전체 커리어에 한번 이상은 영업, 혹은 적어도 영업유관부서를 거친 분들만이 롱런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답니다. 하지만 영업직은 힘들다는 인식으로 취업준비생들이 많이들 기피하곤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걸 견디기 힘들다면 앞서 말했듯이 사기업 보다는 공무원, 공기업 쪽으로 준비를 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리고 이미 취업한 문과 회사원이어도 다르지 않습니다. 나의 강점 역량을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한데, 그 강점이 앞서 말씀드린 협상력, 설득력, 커뮤니케이션 쪽입니다. 그러한 역량에 집중하면서 실력을 쌓아가는게 중요할 것이며, 영업부서나 혹은 영업부서가 없는 조직이라면 프론트업무, 회사의 주영위 사업 도메인과 접촉면이 넓은 직무를 전체 커리어에서 한번은 밟아보시는 것이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성향상 영업쪽이 정말 안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는 내부에서 성장은 무조건 언젠가 한계가 올 것이라는 것을 애초에 일찌감치 받아들이고, 언젠가 회사 밖에서도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요즘 많이 유행하고 있는 나만의 브랜딩을, 또는 직무 경험을 강력하게 세우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그려나가는 준비가 주니어 때부터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글을 다 쓰고 나서야 이 사실이 떠오르네요. 요즘은 학생들 문/이과 구분이 이미 없어진 시대인데...이 글 왜 썼지?...하는... 네, 가장 좋은 것은 당연히 꼭 문과, 이과 취업준비생/온라인 게임인이 아니라 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들임에는 자명하겠죠? 오늘은 약간 정돈되지 않은 의식의 흐름대로 이어간 푸념성의 글이었지만,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감사드립니다. 힘내요 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