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온 안부와 13층 정동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의 얼굴
“빽빽한 빌딩 숲 사이에 보석처럼 박힌 덕수궁의 기와지붕들. 과거와 현재가 이토록 단아하게 공존하는 풍경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삶을 지탱해온 시간들을 반추했습니다.”
서울의 봄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곳을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정동길을 말하곤 합니다.
붉은 벽돌과 돌담, 그리고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꽃들이 어우러진 그 길을,
오늘은 멀리 캐나다에서 방문하신 소중한 선배님과 함께 걸었습니다.
■ 닫힌 문이 주는 뜻밖의 선물
공교롭게도 저희가 찾은 월요일은 덕수궁의 휴궁일이었습니다.
굳게 닫힌 대한문 앞에서 잠시 당황할 법도 했지만,
선배님께서는 오히려 인자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궁 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어떤가요. 이 돌담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습니다."
상담학을 전공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늘 '열려 있는 문'과 '명쾌한 해답'만을 찾아왔던 저에게,
선배님의 그 한마디는 신선한 환기가 되었습니다.
관람객의 북적임이 사라진 덕수궁 뒷길은 오롯이 저희만의 산바카라로가 되어주었고,
담장 아래 수줍게 핀 튤립과 수선화에 시선을 맞출 여유를 허락해 주었습니다.
때로는 목적지에 닿지 못했을 때,
비로소 길가에 핀 꽃들이 보인다는 삶의 이치를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담장 안의 화려한 궁궐 대신, 담장 밖 낮은 곳에서 인사를 건네는 봄꽃들에 마음을 뺏겼습니다. 닫힌 문은 때로 우리에게 더 넓은 길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 13층 높이에서 나눈 그리운 안부
산바카라 후 찾아간 곳은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13층에 위치한 '정동전망대'였습니다.
오후 1시 30분이 되어야 문을 여는 이곳은 기다림이 필요한 공간이지만,
그 기다림 끝에 마주하는 풍경은 늘 황홀합니다.
창가에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선배님께 전해 듣는 캐나다의 소식들은
마치 먼 곳에서 날아온 편지 같았습니다.
30년 넘게 특수교사로서 바쁘게 살아온 저의 일상 위로,
선배님이 들려주시는 이국의 풍경과 삶의 궤적들이 겹쳐졌습니다.
■ 연결된 마음, 머무는 시선
13층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서울은 광활했지만,
그 속에서 나눈 대화는 지극히 따뜻하고 개인적이었습니다.
선배님과의 만남은 단순한 회포를 넘어, 서로의 삶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치유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덕수궁 뷰 맛집으로 알려진 '정든다락'에서 정갈한 곤드레밥을 나누며
창밖 풍경에 시선을 멈추었던 시간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우리에게 허락된 아름다움이 있음을,
그리고 좋은 사람과 나누는 한 끼 식사가 얼마나 큰 에너지가 되는지를 새삼 느꼈습니다.
“따뜻한 온기가 서린 찻잔 너머로 정동의 정취가 머뭅니다. 선배님과 나눈 대화는 국경을 넘어 그리움의 자리에 다정하게 안착했습니다.”
서울의 봄은 짧지만, 그 여운은 깊습니다.
오늘 정동길에서 마주한 풍경과 선배님의 따뜻한 안부가 제 마음속에 작은 쉼표 하나를 찍어주었습니다.
여러분의 일상에도 닫힌 문 앞에서 마주하는 뜻밖의 여유가 깃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