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당신의 가슴에 피어날 꽃씨 하나 : 봄밤의 위로를 통과해 마주하는 찬란한 내일의 약속
박순동
봄 깊은 밤의 품으로 침잠했던 우리의 여정이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차가우면서도 다정한 바람의 지문을 따라 걷고, 별빛의 조잘거림에 귀를 기울이며, 우리는 참으로 많은 사랑과 번뇌의 갈래 길을 지나왔습니다.
일상의 아주 사소한 틈새에서 불쑥 찾아오던 봄밤. 찻잔의 김처럼 모호했던 감정들이 선명한 문장이 되고, 길가에 떨어진 목련 꽃잎의 처연함 속에서 삶의 진실을 발견하던 미묘한 순간들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그 시간들을 통해 사랑이 왜 번뇌의 시작인지, 그리고 왜 그 번뇌 끝에 핀 연민이 그토록 소중한지를 함께 배웠습니다.
이제 저는 이 기록을 갈무리하며 당신의 가슴에 작은 꽃씨 하나를 남겨두려 합니다.
이 꽃씨는 당신이 봄밤에 흘렸던 눈물과, 홀로 견뎌낸 서늘한 안부, 그리고 서로를 비스듬히 바라보며 나누었던 그 지극한 연민을 먹고 자랄 것입니다. 지금 당장 꽃이 피지 않는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둠 속에서 상처가 아물 준비를 하듯, 꽃씨 또한 당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 가장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을 테니까요.
가슴 시린 노래가 멈춘 자리, 그 고요한 정적 위에 심어진 이 위로의 씨앗은 머지않아 당신만의 찬란한 봄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그때가 오면 당신은 깨닫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보낸 그 몽환적이고도 아팠던 봄밤들이 사실은 얼마나 눈부신 축복이었는지를 말입니다.
밤을 건너 아침으로 나아가는 당신의 발걸음이 이제는 더 이상 무겁지 않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가슴 속 꽃씨가 내일의 햇살 아래 어떤 향기로 피어날지 기대하며, 저는 여기서 낮은 등불을 끕니다.
봄밤은 깊어가고, 당신의 계절은 이제 막 찬란하게 시작되었습니다.
2026년 봄, 박순동 올림